[루키] 이민재 기자 = 스페이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원주 동부가 3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17시즌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9-75로 패배했다.

이날 동부는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2점슛 성공률 46.6%, 3점슛 성공률 10.0%(1/10)에 그쳤다. 모비스(2점슛 성공률 52.3%, 3점슛 성공률 33.3%)의 기록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동부는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를 활용한 골밑 플레이가 강점인 팀이다. 이와 함께 허웅과 두경민이 2대2 게임으로 빅맨을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부는 1차전 당시 코트를 넓게 쓰는 스페이싱 문제가 드러났다. 코트를 좁게 쓰면서 상대의 도움 수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골밑이 막혔고, 덩달아 외곽슛까지 터지지 못했다.

▲ 동부의 크로스 스크린(Cross Screen) 패턴이다. 벤슨이 김창모의 스크린을 받아 반대편 사이드로 움직인 뒤 포스트업을 펼치는 전략이다. 

▲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벤슨이 페인트존에 자리 잡는다. 공을 받은 김주성이 골밑 안쪽으로 공을 투입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김창모가 페인트존 안에 계속 서 있는다. 그의 수비수인 함지훈이 벤슨에게 붙는다. 벤슨은 재빠른 더블팀 수비에 당황하게 된다.

▲ 밖으로 패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두 수비수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양동근은 왼쪽 45도에서 김창모와 두경민을 동시에 막는 겟 투(Get Two) 상황을 맞이한다. 겟 투란 한 명의 수비수가 두 명의 공격수를 막아내는 것이다. 양동근은 공의 흐름에 따라 두 명 중 한 명의 공격수를 막아내면 된다.

이때 두경민은 벤슨에게 손을 들어 김창모에게 패스하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벤슨이 이를 해낼 수는 없다. 패스 길이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동부는 포스트업 활용도가 높다. 이를 위해서 포스트업을 하는 선수와 공을 투입하는 선수가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포스트업을 하는 선수가 공을 외곽으로 내준 뒤 리포스트(Repost)를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위의 그림에서는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아쉽게 득점에 실패했다.

▲ 김현호가 벤슨과 2대2 게임을 펼친다. 벤슨은 스크린을 하는 척 빠지는 슬립(Slip) 동작을 선택, 골밑 안쪽으로 기민하게 움직인다. 

▲ 스크린을 받고 골밑 안쪽으로 들어간 김현호. 그러나 골밑 안쪽이 붐빈다. 두 명의 모비스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다. 이유인즉슨, 맥키네스가 골밑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 이에 따라 그의 수비수인 네이트 밀러가 김현호에게 도움 수비를 펼쳤다. 김현호는 순간적으로 밀러와 이종현 두 명을 상대하게 됐다. 이에 당황하자 벤슨에게 패스를 주지 못하고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결과는 아쉽게 실패였다.

동부는 1차전에서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이 여러 번 나왔다. 서로 이동 경로를 침범하며 스페이싱이 되지 않았다. 원활한 볼 흐름과 쉬운 외곽슛 기회가 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이날 맥키네스는 3쿼터 14점을 올리며 팀의 득점 리더로 나섰다. 그 이유는 스페이싱이 잘 됐기 때문이다. 당시 맥키네스는 자유투 라인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벤슨은 골밑에 서 있었다. 맥키네스는 공을 받은 뒤 돌파를 통해 득점을 올렸다. 황소같이 골밑으로 질주하는 그를 막기 위해 벤슨의 수비수가 도움 수비를 펼쳤다. 만약 맥키네스가 득점에 실패하면 골밑 근처에 있던 벤슨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물 흐르듯 빅맨의 연계 플레이가 나온 것이다.

그러나 3쿼터를 제외하면 동부의 스페이싱은 원활하지 않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 수비에 휘청거릴 뿐이었다. 약속된 플레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영만 감독은 1차전 이후 인터뷰에서 “외곽 득점이 나와야 경기가 풀린다. 골밑 득점만으로는 안 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과연 2차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스페이싱 문제를 해결하며 1차전 침묵했던 허웅과 두경민의 득점포가 불을 뿜을 수 있을까. 동부 경기력에 팬들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사진 캡처 =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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