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2016년 여름, 마이애미 히트의 프랜차이즈 스타 드웨인 웨이드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웨이드는 고향팀 시카고 불스로 전격 이적,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다. 13년간 함께해 온 웨이드와 마이애미의 결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 그렇다면 이별 그 후, 이들은 현주소는 어떨까.

★ 대화가 필요해

지난해 7월, 웨이드는 시카고와 2년간 4,700만 달러에 합의한 바 있다. 웨이드는 “내게는 간단한 문제였다. 마이애미 히트는 내게 4,100만 달러를 제안했고, 시카고는 4,700만 달러를 제시했다. 돈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난 클리블랜드와의 계약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난 그곳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 팀에서 우승을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난 이미 세 개의 우승반지를 꼈다. 우승을 쫓아갈 필요는 없었다. 이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자신이 시카고를 선택한 것은 돈이나 우승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이 도시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 웨이드는 입단 직후 “고향 팀 시카고에서 뛰는 것은 오래 전부터 꿈꿔온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웨이드가 마이애미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웨이드는 마이애미 구단의 미온적 태도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트 구단은 다른 FA를 노리느라 웨이드와의 재계약은 뒷전이었다. 웨이드는 자신을 홀대한 구단의 처사에 재계약할 마음이 사라졌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가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웨이드는 “2015-16시즌이 끝난 뒤로 팻 라일리 사장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실제로 웨이드는 계약 협상 과정에서 미키 애리슨 구단주만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일리 사장과는 한 번도 연락을 나누지 않았다는 후문. 현지 소식통에 의하면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애미를 떠날 때부터 라일리 사장과 웨이드의 관계에 금이 갔다고 한다.

웨이드는 최근 “난 라일리 사장을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는 대화를 하지 않았고, 그게 큰 상처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길 원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난 마이애미에 필요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라일리 사장으로부터 계약하자는 연락이 오길 기다렸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그건 내가 알던 라일리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라일리 사장은 웨이드를 떠나보낸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그는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가고 난 2014년 여름, 웨이드에게 크리스 보쉬와 같은 맥시멈 금액을 줬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던 것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또, “웨이드가 마이애미를 떠난 것은 전부 내 책임이다. 내가 협상의 중심에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그를 붙잡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했어야 했다”며 스스로를 책망했다.

★ 험난한 이적 첫 시즌

시카고에 합류한 웨이드의 첫 시즌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지미 버틀러, 라존 론도와 함께 ‘빅 3’를 결성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불스의 성적은 생각보다 저조하다. 시카고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28승 29패를 기록, 5할 미만의 승률을 올렸다.

여러 문제가 있었다. 우선 ‘빅 3’가 공존에 실패했다. 많은 전문가, 팬들의 우려대로 세 선수의 시너지는 없었다. 모두 외곽슛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행동반경에 제약이 심했다. 결국 론도가 벤치로 내려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웨이드는 버틀러에 이어 2옵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있다 보니 기복이 예전보다 심해졌다. 웨이드의 꾸준한 활약 없이는 이 팀이 승리하기 어렵다.

지난 1월 말에는 팀 내부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선수들끼리 내부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불스가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는데, 이에 분개한 웨이드와 버틀러가 후배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웨이드는 “어린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버틀러 또한 “열심히 안 뛰는 선수들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불스의 동료들은 언론에 대고 떠들어 댄 웨이드와 버틀러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제리안 그랜트는 SNS에 "난 4살 때부터 농구를 사랑했다. 돈 때문에 뛰는 게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팀 승리뿐이다. 난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매우 열심히 뛴다"는 글을 남기며 반기를 들었다.

론도 역시 "내 선배들은 팀이 패해도 언론에 대고 동료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직 실력으로 보여줬다"며 보스턴 셀틱스 시절 케빈 가넷, 폴 피어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또, "내 선배들은 신인들에게 매우 잘해줬다. 열심히 하고 있는 신인들이 욕 먹을 이유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리더십"이라며 웨이드, 버틀러를 저격했다.

이 사건은 당연히 큰 논란이 됐다. 웨이드와 버틀러는 "론도와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소란을 잠재우려 했으나 이미 팀 분위기는 와해되고 말았다. 결국 시카고 선수들은 따로 미팅을 가지며 단결력을 다질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웨이드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웨이드는 "시카고가 플레이오프에 나간다면 반드시 복귀할 수 있도록 철저히 몸을 관리하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어쨌든 웨이드의 시카고 이적 첫 시즌(적어도 정규리그)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57경기에 나서 평균 18.6득점 4.5리바운드 3.9어시스트 1.5스틸을 올렸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평균 득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데뷔 이래 가장 낮은 야투성공률(43.4%)을 보였고, 많은 공을 들였던 3점슛 성공률도 31.5%에 그쳤다.

 

★ 기적의 13연승

마이애미는 시즌 초반부터 무섭게 추락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웨이드가 이적했고, 크리스 보쉬가 폐혈전으로 인해 시즌-아웃됐기 때문이다. 핵심전력 두 명을 잃은 히트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1월 중순 당시 11승 30패(26.8%)를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휴스턴 로케츠와의 홈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내리 13연승을 질주한 것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애틀랜타 호크스 등 강호들을 모두 잡아내며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상승세에는 많은 요인이 있다. 완전히 살아난 팀 수비력, 꾸준한 고란 드라기치, 비교적 홈경기가 많았다는 점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디온 웨이터스의 공이 매우 컸다. 부상에서 돌아온 웨이터스가 신들린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백코트 경쟁력이 대폭 상승했고, 이것이 팀 전체 분위기를 살렸다. 웨이터스는 두 경기 연속으로 위닝샷을 꽂는가 하면, 연승 기간 동안 평균 20.6점 4.1리바운드 4.8어시스트 FG 49.4% 3점슛 2.6개(50.0%)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13연승을 기록하기 직전까지 히트의 승률은 26.8%에 불과했다. 마이애미는 ‘5할 승률 미만 팀’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12연승 이상을 달렸다. 이 연승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탈락한 듯 보였던 마이애미는 현재 동부 컨퍼런스 8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태다. 아슬아슬한 8위이기는 하지만 잔여경기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 재결합 가능성은?

최근 웨이드의 이적 루머가 나돌고 있다. 2017-18시즌 시카고와 2,38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이 남아있지만 '옵트-아웃'해 FA 시장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다. 그 이유는 불스의 성적과 팀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웨이드와 마이애미가 재결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다행인 것은 웨이드가 히트 구단에 대해 별다른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웨이드는 최근 “난 아직도 마이애미를 응원하고 있다. 이들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애미는 여전히 나의 팀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히트는 언제나 나의 팀일 것이다. 난 그곳에서 많은 것을 성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드는 분명 구단의 행보에 실망하여 이적을 결심했다. 그런 그가 “히트는 여전히 나의 팀”이라며 옛 소속팀에 대해 우호적인 인터뷰를 남긴 것이다. 웨이드의 몸은 시카고에 있지만, 어쩌면 마음은 아직도 마이애미에 있는 것은 아닐까.

말년에 친정팀으로 돌아가 은퇴하는 ‘연어 은퇴(?)’가 유행 중이다. 실제로 알렌 아이버슨, 천시 빌럽스, 케빈 가넷 등이 친정팀으로 돌아간 뒤 은퇴를 선언했다. 폴 피어스 또한 “은퇴경기는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치를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아직 은퇴하려면 멀었지만, 마이애미로 이적했던 르브론 제임스 역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왔다.

언젠가 은퇴를 앞둔 웨이드가 다시 사우스비치로 재능을 가져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이애미 입장에서도 그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이매진스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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