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한 3잔 정도는 시키려고요.”

KT의 초반 기세에 시달리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현대모비스의 함지훈이 승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친정팀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어 했던 김현민의 간절함이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지난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수원 KT 소닉붐을 91-82로 이겼다. 현대모비스는 11승 7패로 단독 2위가 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엔트리에 김현민을 추가했다.

김현민은 단국대를 졸업하고 2011년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KT에 입단해 활약하다가 이번 시즌, 현대모비스로 팀을 옮겼다. KT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상대적인 부분은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 전 조동현 감독은 “최진수의 몸 상태나 퍼포먼스가 아직은 아니라고 봤다. 비시즌 때부터 꾸준히 연습했던 김현민이 더 낫다. 김현민이 벤치에서 토킹이나 어린 선수를 다독거리는 역할도 잘 해준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KT에서 이적해왔다는 점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동현 감독은 고려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김현민은 달랐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던 친정팀에게 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KT와의 경기에 선수단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돌렸다.

이날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끈 함지훈은 “(김)현민이가 KT와의 1라운드 경기를 이기고 선수들한테 전부 커피를 쐈다”며, “20만원 정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도 이기면 두 배로 쏘겠다고 하더라. 한 잔으로는 안 되고, 나도 2~3잔은 시켜야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커피만 돌린 것이 아니다.

함지훈은 “현민이가 KT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경기 전에도 상대의 장점이나, 어떻게 해야 더 좋을 것 같은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해줬다. 벤치에서도 적극적으로 파이팅을 불어 넣어줬다”고 전했다.

김현민은 개막 전, 통영에서 열린 KBL 컵대회 KT와의 결승에서도 맹활약을 했다.

채 7분도 뛰지 않았지만 중요한 3점슛을 포함해 결정적인 득점을 올렸고, 상대 파울도 유도했다. 인상적인 세리머니를 펼치며,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도 비록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대모비스는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쳤다. 김현민을 엔트리에 올린 조동현 감독 손에도 김현민이 쏘는 커피가 전해질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똑같은 1승,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1승. 지출하는 이와 커피를 손에 드는 이가 각각 존재하겠지만, 조동현 감독과 김현민은 물론, 현대모비스 선수들 모두에게도 결과는 해피 엔딩이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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