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은 없다. 김승기 감독은 물론이고 이정현 본인도 마찬가지다.

고양 캐롯 점퍼스는 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75-74로 승리했다.

혈투였다. 막판 캐롯과 현대모비스는 서로 역전을 주고 받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쳤다.

최후의 승자는 캐롯이었다. 이정현이 캐롯이 1점 차로 뒤지던 상황에서 종료 57.6초를 남기고 75-74로 경기를 뒤집는 역전 돌파 득점을 올렸다. 이정현-사이먼의 2대2가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이후 캐롯이 현대모비스의 두 차례 공격을 모두 막아내면서, 이정현의 역전 득점은 그대로 결승 득점이 됐다.

이날 이정현은 19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하지만 경기 후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포인트가드를 겸하는 팀의 핵심 가드로서 더 안정적이고 정제된 플레이를 보여주길 바랐다.

김승기 감독은 "정현이가 제가 생각하는 부분을 더 잘 이행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묻자 김 감독은 "작전타임 때 지시한 것과 다른 플레이를 하고 있다. 제가 하는 말을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려는 의지만 있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하는 게 아니다. 오늘도 안정적으로 끝냈어야 하는 경기인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이정현 본인 역시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 올 시즌 이미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로 올라섰지만, 이정현 스스로 자신에 대한 기대치와 기준점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오늘 경기보다 더 안정적이고 확률 높은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쉽지 않았나 싶다"며 "예전부터 저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았다. 김승기 감독님이 많은 역할을 부여하시고 조언도 해주신다. 그러면서 기준점이 더 높아졌다. 틈날 때마다 비디오도 많이 찾아보면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올 시즌 김승기 감독과 이정현의 합심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관심을 모은다. 김승기 감독은 KGC인삼공사에서 같은 과정을 통해 변준형을 리그 최고급 가드로 성장시켰다. 올 시즌 변준형은 강력한 MVP 후보다. 그 배경에는 김승기 감독과 함께 한 4년의 시간, 그리고 본인의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 변준형 본인 역시 "처음엔 힘들었지만 김승기 감독님의 혹독한 가르침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인정했을 정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기준점이 높고 승부욕이 강하다는 점은 이정현과 흡사하다.

이정현이 제2의 변준형으로, 리그 최고의 가드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 이정현과 김승기 감독은 인고와 노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 KBL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