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수비는 다른 팀들과 비교해 한 단계 더 높은 힘을 가지고 있다.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경기당 평균 56.4점을 내주고 있다. 이는 압도적인 리그 1위 기록이다.

2위 BNK(69.1점)와 비교해 무려 13점 가까이 적은 기록. 나머지 4개 팀이 모두 평균 70점대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은행의 수비력은 더더욱 고평가받아 마땅하다.

우리은행의 수비가 대단한 점은 단단한 조직력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 디펜스에 대한 이해도와 많은 훈련을 통한 끈끈한 호흡이 없다면 우리은행 같은 압도적인 수비 강팀이 될 수 없다.

23일 열린 삼성생명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우리은행은 엄청난 팀 디펜스 능력을 보여줬다.

이날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42득점, 야투율 34.7%로 막아냈다. 삼성생명이 일찌감치 벤치 자원들을 투입하며 백기를 든 점을 감안해도 대단한 수비력이었다.

이날 경기 초반부터 우리은행은 적극적인 스위치 수비와 부지런한 손질, 헬프 디펜스를 위한 위치를 미리 선점하는 갭 디펜스(gap defense)로 삼성생명의 공격을 봉쇄했다.

갭 디펜스는 수비수들이 자신의 마크맨과 다른 선수의 마크맨 사이의 공간을 미리 점유해 드리블 돌파 공간을 좁히는 것을 말한다. 이 수비에 헬프를 가는 척하다가 자신의 마크맨에게 되돌아가는 스턴트(stunt) 수비와 손질을 섞으면 상대 턴오버를 유발하고 드리블 돌파 기반의 페인트존 공략 효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올 시즌 이 수비를 주무기로 내세운 우리은행은 이날도 같은 수비 기조를 활용, 삼성생명의 공격을 봉쇄했다. 1쿼터부터 단 11점을 내줬다. "삼성생명에게 쉬운 득점만큼은 주지 않겠다"는 위성우 감독의 경기 전 다짐이 일찌감치 현실화된 것이다. 

갭 디펜스를 통해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의 공격 효율을 극단적으로 낮췄고, 결국 큰 리드를 잡으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수비의 승리였다.

경기 후 위성우 감독은 "첫 맞대결에 비해 오늘은 좋은 경기를 했다"며 이날 승리에 대해 평가했다.

이날 승리로 3연승을 질주, BNK와 다시 리그 공동 선두로 올라선 우리은행은 27일 신한은행 원정에서 시즌 첫 4연승 사냥에 나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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