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허웅, 이승현이 왔다. 명가 KCC에 어울리는 새로운 원투 펀치다. 새 시즌 KCC가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앞으로 열릴 허웅-이승현의 시대. KCC는 과연 어떤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까.

 

허웅 효과를 기대하라

농구대잔치 시절과 프로 초창기 이후 프로농구 인기는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많은 변수들이 있었다. 농구라는 종목 자체의 인기가 줄어들기도 했고, 시대의 변화로 농구 대신 즐길거리가 많아지면서 여가 생활을 농구장에서 보내는 인구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영화, 공연, 전시 관람 인구의 꾸준한 증가 그리고 OTT의 등장 흥행으로 인해 여가 콘텐츠로서 농구가 가지는 경쟁력이 줄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21년, 프로농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바람이란 이른바 ‘허웅 효과’다.

한 예능 출연 이후 허웅의 인기와 그를 향한 관심도가 폭증했다. 수려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허웅에 대중이 열광하기 시작했고, 그 열기는 곧 농구장으로 이어졌다.

‘허웅 효과’는 단순히 허웅과 그가 속한 소속 팀에만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허웅을 보기 위해 농구장을 찾은 팬들이 KBL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눈을 돌리게 됐고, 이것이 곧 프로농구 전체의 인기 반등으로 이어졌다.

모든 프로스포츠에 타격을 줬던 암울한 코로나 시대 속에서, 허웅의 등장은 프로농구에 너무나 큰 한줄기 빛과 같았다. 허웅을 시작으로 그의 동생인 허훈이 인기몰이를 시작했고 이후 다른 KBL 스타들까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매니아 스포츠’로 전락하면서 대중성과 확장성을 상실했던 프로농구가 반등의 기지개를 펴는 순간이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을 프로농구 전체, 나아가 국가대표 농구 팀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연결시킨 허웅은 이제 새로운 도시로 향한다. 그의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이 있었던 전주다.

전 소속팀 DB가 아버지의 선수 시절 둥지였던 팀이라면, KCC는 아버지의 지도자 시절 둥지였던 팀이다. 허웅이 한국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아버지의 족적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시즌 허웅이 KCC에서 만들어낼 효과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CC가 준비하는 새로운 마케팅

사실 KCC는 그동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의 마케팅에 무게를 둔 팀은 아니었다.

이는 KCC가 만들어온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KCC는 과거부터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전죽구 인기 팀이었다. 홈 구장 전주체육관은 물론 수도권 원정 경기에서도 많은 관중을 불렀던 팀이다.

이 같은 KCC 인기의 핵심 요인은 성적이었다.

KCC는 과거부터 뛰어난 스타들을 과감한 투자로 영입하고 보유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왔고, 이것이 곧 KCC라는 팀에 대한 큰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접근성이 좋은 전북대학교 내에 위치한 전주체육관의 지리적 특성도 KCC에 대한 젊은 팬들의 관심으로 연결됐다. 요컨대 KCC는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내왔던 강팀이자 명문 구단이었으며, 이로 인한 인기와 관심이 늘 있었던 팀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2010년 중반 이후 본격화된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한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마케팅 에 KCC는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않았다. 지방 중소도시인 전주의 특성상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이 관중 동원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그보다는 좋은 성적, 경기력을 통한 관중 유입을 노렸다. 성적이 곧 마케팅이라고 내다봤던 것이다.

하지만 허웅이 영입되면서 KCC의 마케팅 방향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운영 방향, 콘텐츠 제작 색깔 자체가 대대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다소 올드하고 투박했던 콘텐츠들이 허웅 영입 이후 MZ 세대들이 선호하는 방향에 맞게 변화했다. 8월 중순 기준으로 구단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1만 2천, 유튜브 구독자 수가 1만 4천을 넘어서는 등 젊은 팬들의 관심도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8월 들어 태백에서 랜선 팬 미팅을, 전주에서 대면 팬 미팅을 진행하며 허웅 효과를 누린 KCC는 새 시즌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다.

일단 허웅을 필두로 한 선수들 중심의 굿즈 제작을 고려 중이다. KCC 관계자는 “디자인 시안, 적용 제품 등을 봐야겠지만 앞으로 더 많은 굿즈 제작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프로농구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굿즈 제작을 통해 거둘 수 있는 구단의 실질적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KCC는 굿즈 제작이 곧 허웅을 비롯한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애정과 니즈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KCC는 이례적으로 홈, 원정 유니폼 외에 제3의 유니폼을 새 시즌에 내놓을 계획이다. 

과거 다른 팀들이 다양한 에디션의 유니폼을 제작하는 동안에도 홈-원정 유니폼 외에 새로운 유니폼 제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팀이 KCC다. 하지만 허웅이 합류하는 2022-2023시즌은 다르다. 전통의 진청색 유니폼, 흰색 유니폼 외에도 새로운 유니폼이 하나 더 만들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허웅의 전 소속 팀인 DB가 골드 유니폼, 핑크 유니폼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해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KCC가 새롭게 내놓을 유니폼 역시 상당한 이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장 좌석 판매에도 변화가 생긴다. KCC는 다가오는 2022-2023시즌부터 시즌 티켓 판매를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는 최대한 많은 팬들에게 좋은 좌석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DB의 경우 허웅의 존재로 인해 관중 입장 면에서 이미 엄청난 효과를 경험한 바 있다. 다만 여기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는 것이 DB 관계자의 전언이다. 내부적으로는 원주의 한정된 좌석 수로 인해 DB를 기존부터 응원해오던 원주 지역 팬들은 아예 경기장에 오지 않거나, 경기장에 오더라도 좋은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KCC는 이전부터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해왔던 전주 지역 팬들도 최대한 끌어모으면서 허웅 효과로 인해 새롭게 합류할 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할 전망이다. 소수의 팬들이 질 좋은 관람석을 시즌 내내 가져가는 시즌 티켓 운영을 하지 않는 대신, 선예매권을 판매하는 등 좌석 판매 방향에 변화를 준다.

티켓 가격의 경우 상승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KCC는 수년 간 다양한 물가 상승 요인과 스포츠 관람료 상승에도 전주 홈 경기 티켓 가격을 최대한 높이지 않는 방향을 택해 왔다. 지방 중소도시인 전주의 물가와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젊은 연령대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새 시즌에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CC 관계자는 새 시즌의 티켓 값은 어느 정도 상승이 예상되지만, 대폭 상승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기존의 KCC 팬들과 허웅-이승현 영입 이후 KCC에 관심을 가지게 된 팬들 모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안에서 경기를 관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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