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을 앞둔 KCC는 우승후보로 꼽힌다. 그 중심에는 허웅-이승현-라건아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트리오가 있다. 3인방에 제몫을 해낸다면 충분히 KBL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 새로운 빅3의 활약 여부에 따라 KCC의 새 시즌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본 기사는 9월호에 게재됐으며, 이후 팀 상황에 맞게 추가 수정됐습니다.

 

성장한 허웅, 이젠 KCC의 무기

KCC는 지난 봄 FA 시장에서 허웅과 이승현을 동시에 영입했다. 둘 모두 보수 총액 7억 5천. 오는 시즌에만 허웅-이승현 콤비에게 15억을 투자한 것이다.

KCC다운 과감한 투자인 동시에, 결과가 궁금해지는 움직임이다.

허웅과 이승현은 모두 KBL 최고급 선수로 꼽힌다. 특히 허웅은 지난 시즌 DB에서 한층 성장한 기량을 선보이며 순식간에 리그 베스트5급 선수로 올라섰다.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16.7점 2.7리바운드 4.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율은 46.2%, 3점슛 성공률은 35.5%로 역시 훌륭했다. 소속 팀 DB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허웅의 활약만큼은 충분히 빛났다. 그 성과는 베스트5 선정으로 이어졌다.

허웅은 2년 차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부터 이미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위협적인 스코어러였다. 다만 공격 루트에서 한계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점퍼 위주의 득점 방식, 볼 핸들링보다는 캐치앤슛에 집중하는 스타일 때문에 오프 볼 무브 기반의 슈터에 가깝게 팀에서 활용됐다. 두경민 같은 좋은 볼 핸들러가 있었던 DB의 팀 상황상 허웅이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21-2022시즌의 상황은 달랐다. DB가 계약 만료를 1년 남겨둔 두경민을 과감하게 트레이드하면서 가드진에 변화를 준 것이다. 순식간에 가드진의 무게 중심은 허웅에게 쏠렸다. 박찬희, 이준희, 박경상 같은 자원들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는 허웅이었다.

일각에서는 허웅의 역량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좋은 스코어러인 것은 맞으나, 한 팀의 공격을 외곽에서 이끌기엔 볼 핸들링에 기반한 드리블 돌파 형태의 공격이 약하다는 지적이었다. 파생 옵션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앞두고 열린 컵 대회부터 허웅은 이런 우려의 시선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그리고 정규시즌 시작과 동시에 코트에서 맹폭을 가하면서 리그 정상급 가드로 올라섰다.

더 무서웠던 것은 허웅이 가진 심장의 크기였다.

KBL 스탯즈에 따르면 지난 시즌 허웅은 클러치 상황에서 평균 2.0점을 기록했다. 이는 리그 전체 7위, 국내 선수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허웅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국내4쿠선수는 김선형(SK)과 이정현(KCC)뿐이었다.

승부처인 4쿼터의 득점력으로 따지면 단연 리그 최고였다. 경기당 5.5점을 기록했고 4쿼터 야투율은 44.4%였다. 4쿼터 평균 득점 부문에서 MVP 최준용(4.5점), KCC 이정현(4.5점)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허웅의 4쿼터 활약은 곧 DB의 승부처 경쟁력이 됐다.

허웅은 삼성으로 떠난 베테랑 가드 이정현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KCC 가드진의 새로운 엔진이 될 선수다. 슈터로서의 움직임을 기본적으로 갖춘 데다가, 지난 시즌을 통해 드리블 돌파 기반의 공격력도 증명한 만큼 전창진 감독 특유의 모션 오펜스 안에서도 다채롭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주로 내려온 두목 호랑이

2014년 데뷔 이후 이승현은 오리온을 상징하는 선수였다. 용산고-고려대 시절부터 자자했던 명성은 프로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신장(197cm)과 1대1 공격 기술이 아쉽다는 평가도 일각에서는 있었지만, 좋은 가드들과 외국선수들이 있는 프로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더욱 부각되면서 빠르게 KBL을 대표하는 빅맨으로 자리잡았다.

이승현의 가장 큰 강점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공수 겸장’이라는 점이다.

공격에서는 1대1보다는 가드와의 2대2 게임을 통한 파생 옵션 공략에 초점을 맞춘다. 오세근과 더불어 KBL 최고의 수준의 스크린을 구사하는 이승현은 가드들을 위한 헌신적인 온-오프 볼 스크린과 영리한 핸드오프 게임으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든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공간과 순간적인 찬스는 볼 핸들러의 득점 혹은 이승현의 점퍼 득점으로 연결된다. 지난 시즌에는 이대성과 함께 알고도 못 막는 2대2 게임을 펼치면서 오리온을 다시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미드레인지 구역과 3점 라인에서도 높은 효율의 점프슛 생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승진의 은퇴 이후 KCC는 늘 빅맨에 대한 갈증을 느껴왔다. 송교창이 파워포워드로 뛰는 변칙 라인업 운영이 제대로 적중하면서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으나, KGC인삼공사를 만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또 다시 빅맨진의 매치업 이슈를 경험하면서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승 도전을 위해서도, MVP 레벨의 선수로 올라선 송교창의 미래를 위해서도, KCC는 든든한 빅맨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올봄 KCC의 이승현 영입은 통쾌하면서도 당연한 무브였다. KCC의 니즈에 딱 맞는, 그것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를 영입했으니 ‘통쾌하다’는 표현이 절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상무에서 복무하고 있는 송교창이 돌아올 경우 이승현의 존재는 KCC 입장에서 더 든든하게 느껴질 것이다. 송교창 없이 치러야 하는 2022-2023시즌에도 ‘이승현 효과’는 바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비시즌에 발목 수술을 받은 이승현은 현재 시즌 개막일을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회복과 재활 속도가 빨라 복귀 시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창진 감독을 비롯한 KCC 코칭스태프는 이승현을 무리시키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코트에 돌아오게 하겠다는 심산. 이승현의 합류가 KCC 빅맨진의 경쟁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궁금하다.

 

라건아, 마음 먹기에 달렸다

KBL 입성 10년 차를 맞이한 라건아 역시 허웅, 이승현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선수다. 2012년 현대모비스에서 KBL 커리어를 시작한 라건아는 이후 삼성, 다시 현대모비스, 그리고 KCC를 거치면서 ‘믿고 기댈 수 있는’ 최고의 빅맨으로 활약해왔다.

프로농구 외국선수 제도가 바뀌고, 뛰어난 선수들이 리그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라건아는 철저히 자신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엄청난 코트 질주 능력을 활용한 속공 가담, 괴물 같은 힘을 활용한 공격 리바운드 가담과 풋백 득점 생산으로 페인트존을 지배했다. 최근 몇 년 간은 미드레인지 점퍼뿐만 아니라 3점슛까지 장착하면서 공격 루트까지 다양화했다.

허웅은 라건아에 대해 “라건아의 활약은 라건아의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즉 라건아를 제대로 막을 수 있는 선수가 KBL에 없다는 이야기를 다르게 표현한 말이었다. 실제로 라건아는 최근 열린 아시아컵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높이가 더 좋은 아시아 국제무대에서도 그런데, 자신의 본 무대인 KBL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무서운 화력을 보여줄 것이다.

KCC가 새 시즌 외국선수진을 매끄럽게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라건아의 활약은 중요하다. 당초 KCC는 새 시즌 라건아와 함께 뛸 외국선수 파트너로 타일러 데이비스를 영입했지만, 데이비스가 입국 예정일을 계속 미루면서 결국 새 시즌을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전창진 감독은 빠르게 새 외국선수를 구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계약과 팀 합류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은 라건아가 1옵션 외국선수로서 잘 버텨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타일러 데이비스의 합류 불발 변수에 KCC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라건아가 굳건하게 골밑에서 활약해줘야만 한다. 그래야 시즌 중반 이후 라건아를 중심으로 한 외국선수 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허웅-이승현-라건아 트리오는 과연 KBL을 정복할 수 있을까? 전주에서 탄생한 새로운 트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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