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는 리그 차원에서 선수의 특정 구단 쏠림 현상을 막고, 흥미를 높이기 위해 샐러리 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선수가 자신의 시장 가치보다 적은 금액에 계약하는 것을 페이컷이라 칭하는데, 샐리러캡 제도에서 페이컷은 항상 많은 논란을 낳는 주제다. 

여름 이적 시장 시끄럽게 만든 제임스 하든의 연봉 삭감

이번 여름, 제임스 하든은 필라델피아와 2년 6,8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하든의 연봉은 그가 얻어낼 수 있었던 최대치에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승을 향한 큰 욕구가 페이컷의 원동력이었다.

하든이 희생을 감수해준 필라델피아는 이적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 결과 P.J. 터커와 대뉴얼 하우스 주니어를 영입하며 우승에 더 가까운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든의 페이컷을 두고는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엇갈렸다.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하든이기에 간절함을 인정한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래도 너무 노골적으로 규정을 무시하고 페이컷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사무국은 하든의 계약에 대해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그가 길지 않은 2년 계약 뒤에, 추후 계약까지 미리 합의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하든의 템퍼링 여부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필라델피아는 징계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페이컷의 발자취

과거 리그 내에서 페이컷이란 구단과 친밀한 관계를 쌓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팀이 재정적으로 여유를 가지고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었다. 팀에 공이 컸던 선수들이 구단을 위해 희생하는 그림이었기에 팬들은 오히려 그들을 칭찬했고, 큰 비판이 따라오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존 스탁턴, 팀 던컨, 폴 피어스, 덕 노비츠키였다. 모두 구단에 오랜 기간 헌신했던 선수들이며 해당 팀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들. 위 선수들은 모두 팀에 대한 충성심을 오랜 기간 드러냈고, 페이컷을 하더라도 크게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던컨이 페이컷을 통해 맥시멈보다 1,000만 달러 가까운 금액을 적게 받게 되자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노비츠키가 더 좋은 선수를 팀에 데려와 달라며 깎인 연봉에 계약했을 때도 팬들의 여론은 나쁘지 않았다. “우리 팀 선수는 농구도 잘하는데 돈 욕심도 없어서 연봉을 깎아준다”는 수준의 미담 일화 정도였다.

보스턴에서 빅3를 꾸렸던 피어스의 경우도 큰 비난을 받지 않았다. 우승이 없었던 세 선수가 30대가 넘은 나이에 뭉쳤다는 점, FA 계약이 아닌 트레이드를 통해 빅3 구축이 이뤄졌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이다. 당시는 팬들이 페이컷에 대해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페이컷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된 것은 마이애미 빅3 결성 과정이었다. 2010년 여름,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가 우승을 위해 마이애미에서 뭉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2010년 이적 시장의 최대어였던 르브론은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친정팀인 클리블랜드 또한 르브론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마이애미를 비롯해 클리퍼스, 시카고, 뉴욕 등이 르브론을 데려오기 위해 나섰다.

소문 끝에 르브론이 자신의 새로운 팀으로 발표한 곳은 마이애미였다. 이때, 사람들은 르브론의 선택에 의문을 보냈다. 마이애미는 이미 보쉬를 영입하면서 르브론을 데려올 샐러리 캡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족한 샐러리 캡은 르브론, 보쉬, 웨이드 삼총사가 각자 페이컷을 하는 방식으로 메워졌다. 세 선수는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적당한 연봉 삭감을 통해 샐러리 캡을 맞췄고, 이는 템퍼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템퍼링 논란은 잠잠해졌다.

이전까지 전성기에 접어든 슈퍼스타 세 명이 뭉쳐서 페이컷으로 슈퍼팀을 만드는 경우는 나오지 않았다. 당연히 마이애미 빅3의 결성 과정은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르브론은 디시전 쇼 사건까지 겹치면서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안티팬을 보유한 슈퍼스타가 됐다.

마이애미 빅3 이후 가장 큰 이슈를 낳았던 페이컷은 케빈 듀란트가 골든스테이트와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나왔다. 2015-2016시즌 종료 후 듀란트는 정규시즌에 73승을 수확했던 골든스테이트로 향하는데, 원래 강팀이었던 황금 전사 군단에 듀란트까지 합류하니 그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2016-2017시즌에 압도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듀란트는 구단과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약 1,0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을 포기하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러면서 골든스테이트는 막강한 전력을 큰 손실 없이 유지할 수 있게 됐고, 팬 다수가 듀란트의 결정에 돌을 던졌다.

슈퍼팀 결성의 도구 페이컷, 무너지는 리그 밸런스

과거와 달리, 페이컷은 팀이 슈퍼팀을 만드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도구로 변했다. 이전에도 팀 사정이나 위해 페이컷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페이컷으로 슈퍼팀을 결성하거나 강팀을 꾸리는 것이랑은 궤를 달리한다. 20대 중후반의 스타가 페이컷을 단행하는 경우도 훨씬 많아졌다.

샐러리 캡 제도의 존재 이유는 스타 쏠림 현상을 막고, 리그의 밸런스를 지키면서 재밌는 경쟁이 나오게 유도하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빅마켓에 밀리는 스몰마켓 팀을 배려하는 목적도 있다. 

슈퍼스타의 페이컷 만큼 문제가 되는 현상이 있으니, 수준급 선수들이 연봉을 깎고 우승의 조각이 되기 위해 반지 원정대로 팀에 합류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웨스트가 2015년 여름 샌안토니오에 미니멈을 받고 합류한 것은 큰 충격을 줬다. 이미 팀 던컨과 라마커스 알드리지, 보리스 디아우를 보유했던 샌안토니오는 웨스트까지 들어오면서 물 샐 틈 없는 빅맨진을 구성했고, 샌안토니오는 해당 시즌 67승을 쓸어 담았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왔던 반지 원정대 페이컷은 드마커스 커즌스로부터 나왔다. 커즌스는 2018-2019시즌을 앞두고 리핏을 달성했던 슈퍼팀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했는데, 그의 연봉은 530만 달러에 불과했다. 큰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4년 연속 올스타에 뽑힌 정상급 빅맨이 받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핵심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쏟아 붓고 다른 자원들을 페이컷으로 잡는 행태가 유행한다면, 팀들 간의 격차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탄탄한 벤치 자원이나 뎁스의 구축은 부상 같은 돌발 변수를 막고 더 풍요롭게 시즌을 보낼 수 있게 만든다.

인기를 끌지 못하는 스몰마켓 팀들은 반지 원정대 페이컷으로 강팀에 합류하는 선수에게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다. 2020-2021시즌 몬트레즐 해럴의 경우 빅맨진이 약점이었던 다른 팀의 막강한 제안을 거절하고 연봉을 삭감한 채 레이커스에 합류했다. 레이커스는 이전 시즌 우승팀이자 2020-2021시즌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팀이었다.

페이컷으로 인해 FA 대박을 노릴 기회가 줄어든다는 말도 많다. 선수들이 점점 자신의 연봉을 깎아서 계약하게 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면, 구단들은 롤 플레이어나 조각을 영입하기 위해 그다지 많은 돈을 쓰려 하지 않을 것이다. 

페이컷 슈퍼팀으로 만든 우승이 다른 우승과 같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뜨거운 주제 중 하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차지한 우승이기에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시선도 많다. 2010년대 많은 우승을 차지한 마이애미와 골든스테이트(듀란트 시절)의 경우, 페이컷으로 만들어진 슈퍼팀이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우승, 페이컷은 선택의 자유다?

연봉 삭감 후 재계약을 맺은 뒤 많은 비판에 직면하자 듀란트는 “다른 선수들도 많이 페이컷했다. 왜 나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 팀 던컨과 덕 노비츠키도 팀을 위해 연봉을 적게 받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미담처럼 평가받았던 던컨의 페이컷도 큰 맥락에서 보면 강팀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던컨은 30대 초반부터 꾸준히 팀을 위해 연봉을 깎아왔는데, 이 시기의 샌안토니오는 강호의 전력을 유지하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왜 던컨의 페이컷은 착한 페이컷이고, 르브론과 듀란트의 페이컷은 나쁜 페이컷으로 불려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듀란트는 “동료들이 실력과 공헌에 대해 최대한 연봉으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연봉을 깎았다. 그건 내 돈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좀 여유가 있다면, 연봉을 깎더라도 좋은 팀 멤버나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사람이 그럴 여유는 없다. 실력으로 정상에 오른 자의 특권이라고 볼 수도 있다.

NBA는 이미 샐러리 캡 제도로 구단이 지급할 수 있는 연봉의 한계선을 정해 놨다. 정해진 샐러리 캡 한도에서 선수를 데려오고 영입하는 것은 구단의 능력이자 선수의 몫이지,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우승 횟수의 차이는 슈퍼스타에 대한 평가를 크게 바꾼다. 크리스 폴이나 제임스 하든의 경우, 화려한 커리어를 보냈으나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플레이오프 무대마다 고전하던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2020-2021시즌 챔피언에 오른 후 평가가 크게 좋아졌다.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선수는 우승에 대한 갈증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우승에 너무나 매몰된 구조의 문제일 뿐이지, 연봉보다 우승에 가치를 두고 페이컷하는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고 선택의 자유가 있다. 

웨스트의 경우 샌안토니오로 이적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연봉 삭감을 감수했다. 이후 샌안토니오가 우승에 실패하자, 골든스테이트로 둥지를 옮기며 결국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웨스트가 포기한 연봉은 상당했다. 웨스트의 사례만 보더라도 우승을 향한 선수들의 로망은 엄청나다.

듀란트나 르브론처럼 자신의 의지로 연봉을 깎아가면서 팀 전력 유지에 신경 쓰는 사례는 흔치 않다. 리그 밸런스를 해치는 페이컷도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극소수만 해낼 수 있는 일을 일반화해서 큰 악영향을 끼칠 것처럼 부풀려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결국 페이컷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쉽게 답이 나올 수 없는 주제다. 선수는 물론 팬들마다도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른 답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슈퍼스타의 페이컷 문화가 지속된다면 리그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크다. 사무국에서 선수의 개인 의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결론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타 종목에서 나온 페이컷 사례

샐러리 캡 제도는 NBA만 시행하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국내 리그인 KBL과 WKBL부터 배구, 야구(2023년부터 시행 예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종목이 샐러리 캡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어진 한도 내에서 선수단 연봉을 책정하는 샐러리 캡은 리그 밸런스 유지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리그에서 NBA처럼 페이컷 사례가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최근 여자 배구에서 두 차례나 화제가 되면서 이제 페이컷 문제는 다른 나라 리그 문제가 아니게 됐다. 국내 배구 팬들은 페이컷 사례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우선 여자배구에서 페이컷은 2020년 A 선수가 국내 무대로 복귀하면서 크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스포츠계에서 막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A 선수는 2020년 여름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A는 당시 해외에서 받는 연봉이 20억원이 넘어가는 선수였는데, 국내 복귀하면서 발표된 그의 연봉은 3억 5천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A를 받아들인 B 구단의 경우 당시 리그의 다른 슈퍼스타였던 C와 D를 보유한 상태였다. 여기에 A까지 합류하면서 다음 시즌 우승팀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물론 A에게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었다. 당시는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리그 활동이 쉽지 않았고, A가 국내 복귀를 한다면 리그 규정상 B 구단으로 돌아오는 방법밖에 없었다. 자신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면 다른 후배 선수들의 연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통해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든다는 대승적 차원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A가 속했던 B 구단의 경우 2020-2021시즌 강력한 왕좌 후보로 꼽혔음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C 선수와 D 선수는 논란을 일으키며 시즌 중에 팀에서 빠졌고, A와 남은 선수들이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도쿄 올림픽에서 A의 맹활약 속에 좋은 성적을 남긴 점은 긍정적이었다.

2년이 지난 이번에는 E 선수의 페이컷 논란이 불거졌다. 붙박이 국가대표였던 E의 경우 직전 시즌 MVP를 차지할 정도로 팀에 많은 기여를 했던 선수. 

E 선수의 활약이 빛났던 F 구단은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다. 1위를 질주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전파로 시즌이 마지막까지 열리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고과가 높게 산출되니 소속팀 선수들의 연봉이 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F 구단은 FA 선수들을 잡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즌 종료 전부터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FA 시장에 돌입한 F 구단은 주요 전력을 지키며 성공적인 이적 시장을 보냈다. 이에는 간판스타인 E 선수의 희생이 컸다.

발표에 따른 E는 전년도 MVP를 받은 선수임에도 FA 계약에서 오히려 연봉이 2억 삭감됐다. 그 결과 F 구단은 보다 수월하게 샐러리 캡을 운영할 수 있고, 노골적인 페이컷에 팬들은 엄청난 반감을 드러냈다. ‘MVP가 연봉이 2억이나 깎이면 누가 연봉이 오르나?‘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E에게도 속사정은 있다. 데뷔 후 줄곧 한 구단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인 E에게 이적은 엄청난 도전일 수도 있었다. 전력이나 분위기 면에서 팀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이적은 선수의 자유이자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너무 무분별한 페이컷에 팬들의 여론은 달갑지 않았다. A와 달리 별다른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E의 페이컷은 앞으로도 자주 좋지 않은 FA 계약 사례로 언급될 전망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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