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하게 한국 3x3는 아시아에서도 후진국으로 뒤처졌다. 도대체 변화의 기미가 없는 한국 3x3의 현실과 함께 중국, 일본, 몽골 등 주변 국가들의 상황을 통해 한국 3x3가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 현실 직시가 필요하다. 

2023년은 대형 3x3 이벤트가 많은 한 해다. 3x3 월드컵, 아시아컵뿐 아니라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함께 2024 파리올림픽 3x3 예선, 본선 진출국이 정해진다.

이를 위해 각 나라들은 어떻게든 랭킹을 끌어올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벌써부터 경쟁 중이다. 하지만 한국은 어찌 된 일인지 조용하기만 하다.  

 

한때 세계 4위까지 오르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목표로 했던 중국.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은 2020년과 2021년 국제무대에서 종적을 감췄고, 그 사이 세계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2022년 들어 3x3 대표팀에 세르비아 출신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등 전열을 정비한 중국은 3x3 월드컵과 아시아컵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FIBA 3x3 월드투어, 챌린저 등에 출전하며 남자 세계 17위, 여자 세계 6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다. 

2019년 3x3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에 섰던 중국 여자 3x3 대표팀은 올해 열린 3x3 아시아컵 우승, 3x3 월드컵 3위의 성적을 내며 확실히 아시아를 넘어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정상권에 있는 여자보단 떨어지지만 꾸준히 세계 무대에 도전 중인 중국 남자 3x3는 지난 4일 끝난 FIBA 3x3 몬트리올 월드투어 2022에서 5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세르비아 3x3 국가대표 출신 마르코 사비치를 영입한 중국은 사비치를 중심으로 세르비아 프로 3x3 팀 리만에서 활약했던 양펭 등 3명의 중국 선수를 동반 출전 시켜 월드투어 5위라는 호성적을 이끌어 냈다. 

이 대회에 출전해 중국 선수 3명이 얻은 포인트는 166,428점으로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198,964점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8월에는 세르비아 3x3 아카데미에 자국 U21 3x3 대표팀 선수 10여 명을 보내 훈련 시킨 중국. 중국의 세르비아 3x3 유학에는 내년으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르비아 3x3 국가대표 출신들이 운영하는 세르비아 3x3 아카데미는 전문적으로 3x3를 배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갖춘 세계적인 3x3 아카데미이다.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아시안게임 3x3 2연패를 달성하려는 중국이 일찌감치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23세 이하 선수들 육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3x3 프로리그를 창설해 현재도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일본은 남자 세계 14위, 여자 세계 13위로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의 기량을 갖추고 있는 일본 여자 3x3 대표팀은 올해 열린 3x3 월드컵과 아시아컵에선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내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쟁쟁한 나라들과 경쟁해 5승2패를 기록, 올림픽 최종 4위의 성적표를 받아들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3x3 국제대회에 나서고 있는 일본은 여자 3x3의 성장을 위해 올해부터 FIBA 3x3 우먼스 시리즈에도 출전하고 있다. 

 

FIBA 3x3 우먼스 시리즈는 여자판 3x3 월드투어로 불리는 대회로 여자 선수들이 출전하는 3x3 국제대회 중 가장 많은 랭킹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대회다. 현재 아시아에선 몽골, 일본, 중국 등 3개 나라가 출전하고 있다. 

자국 리그에서 선발전을 거쳐 우먼스 시리즈에 나설 대표팀을 꾸린 일본은 우먼스 시리즈에서 꾸준히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여자 3x3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지난 8월 끝난 FIBA 3x3 U18 월드컵 2022에선 여자 3x3 대표팀이 8강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자 3x3 성장이라는 확실한 컨셉을 잡은 일본은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U23 3x3 월드컵과 U17 3x3 아시아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x3 무대에서 중국과 함께 독보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몽골은 올해 들어 더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부터 FIBA 3x3 울란바토르 챌린저 2022와 울란바토르 슈퍼퀘스트, 울란바토르 우먼스 시리즈 등 3x3 국제대회를 연이어 개최한 몽골은 캐나다 3x3 국가대표 출신 스티브 서까지 영입해 매달 3x3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3x3에선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춘 몽골은 월드컵, 아시아컵뿐 아니라 월드투어, 챌린저, 우먼스 시리즈 등 FIBA에서 개최하는 3x3 국제대회에 꾸준히 출전해 남자 세계 4위, 여자 세계 7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다. 

세계 4위에 오른 몽골 남자 3x3 대표팀은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3x3 금메달을 땄던 라트비아뿐 아니라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의 강호들 보다 높은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몽골은 사실상 2024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아시아에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2020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3x3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경험이 있는 몽골은 내년 11월1일 랭킹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파리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위해 지금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대한 확실한 결실을 맺고 있는 몽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지난 7월 세르비아 3x3 아카데미에 들어가 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몬트리올 월드투어 6위, 로잔 월드투어 5위, 마닐라 월드투어 3위 등 FIBA 개최 대회 중 가장 높은 레벨의 대회인 FIBA 3x3 월드투어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몽골이다. 

 

라이벌로 생각하던 중국, 일본뿐 아니라 몽골에도 뒤처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국제대회에 출전해 세계와의 교류는커녕 3x3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정확한 마스터 플랜 부재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은 2021년 도쿄올림픽 1차 예선, 2022년 3x3 아시아컵 등 지난 2년 동안 단 2번의 국제대회 출전에 그치고 있다. 이 사이 한때 세계 20위까지 올라갔던 한국의 랭킹은 남자 세계 68위(아시아 17위), 여자 69위(아시아 20위)로 곤두박질쳤다. 

2023년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3x3 아시아컵과 월드컵, 2024 파리올림픽 예선과 본선 직행 팀들이 결정된다. 

특히, 파리올림픽 출전 여부는 내년 11월1일 FIBA 3x3 국가랭킹을 기준으로 대륙별로 출전 팀이 정해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년 11월1일까지는 랭킹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대회는커녕 국내대회 개최 회수마저 줄어드는 한숨 나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매년 다섯 차례 이상 개최가 진행되던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코리아투어가 올해 네 차례로 개최 회수가 줄었고, 프로 3x3 리그를 표방하던 프리미어리그는 올해부터 개최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선수 선발 과정 등의 이유로 올해 10월 출전이 예정됐던 FIBA 3x3 U17 아시아컵 2022에 불참하기로 하는 등 한국이 그나마 출전할 수 있는 3x3 국제대회 출전 기회조차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얼마 전 국내 3x3 관계자가 오는 10일과 11일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리는 페낭 챌린저 출전 티켓을 어렵사리 확보해 국내 3x3 팀들의 출전을 타진했지만 100% 사비를 들여 출전해야 하는 탓에 아쉽게도 이 대회에는 한국 3x3 팀이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만약, 이럴 때를 대비해 어느 3x3 단체에서라도 국제대회 출전 팀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대비가 마련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한국에서 3x3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18년에도 그랬고, 4년의 시간이 흐른 2022년에도 그렇다. 선수들의 노력으로 3x3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는 높아져 가는데 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이 선수들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일본, 몽골은 이제 한국이 쳐다보기도 힘든 위치로 올라가 있어 한국의 신세가 처량하기만 하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선 오는 10월 경남 사천시에서 FIBA 3x3 사천 챌린저 2022를 개최한다. 이 대회를 통해 최대한 많은 국내 랭킹 25위 내 선수들에게 포인트가 돌아간다면 내년 3x3 아시아컵과 월드컵 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올해 11월1일 기준으로 내년 3x3 아시아컵과 월드컵 진출 팀이 가려지고, FIBA 3x3 국가랭킹은 자국 랭킹 상위 25명 선수의 포인트를 합산해 가려진다.)

그리고 이 대회를 기점으로 남은 1년간 정밀하게 선수들의 포인트와 랭킹을 관리할 수만 있다면 내년 11월1일 발표될 파리올림픽 예선 참가국에 한국의 이름이 포함되지 말란 법은 없다. 

어느새 새로운 농구로 자리 잡아 많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한국 3x3가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타개해 선수들의 열정에 보답할 수 있길 바라본다. 

사진 = 김지용 기자, FIBA 제공, 세르비아 3x3 아카데미 SNS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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