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지명 순위 예상이 적중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드래프트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2022 드래프트는 아주 흥미로운 드래프트였다. 최상위 지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탑5 판도가 크게 요동쳤기 때문이다.

1순위, 왜 반케로였나?

이번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3인방은 오번 대학 자바리 스미스, 곤자가 대학 쳇 홈그렌, 듀크 대학 파올로 반케로였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은 세 명의 선수가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스미스는 대학 입학 후에도 꾸준히 평가가 상승하면서 1순위 후보까지 거론된 선수다. 208cm의 신장에 216cm의 윙스팬을 보유한 그는 케빈 듀란트를 연상하게 만드는 점퍼 능력이 최대 강점인 선수. NCAA 무대에서 42.0%의 3점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정확한 외곽슛 능력을 보유했다. 

다만 현재의 스미스는 골밑에서의 적극적인 림어택을 기대하기는 힘든 선수다. 슛감이 저조한 날이라면 득점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크다. 서머리그에서 이와 같은 양상의 경기가 나오기도 했다. 핸들링 능력도 NBA 수준에서 확실한 옵션을 맡기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229cm라는 축복 받은 윙스팬을 보유한 홈그렌은 일찌감치 유니콘이라는 별명으로 팬들에게 알려진 선수. 큰 키에도 빠른 스피드를 보유해 현대 농구에서 빅맨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스위치 수비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세로 수비의 강자다. 또한 빅맨임에도 볼 핸들링 능력이 나쁘지 않고 외곽슛까지 장착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홈그렌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체중 문제는 그가 NBA 무대에서 반드시 증명해야 할 과제다. 신장이 213cm인 홈그렌은 몸무게가 86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홈그렌이 말보다는 코트에서 직접 보여주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그야말로 ‘피지컬 괴물’들이 모인 NBA에서 그의 생존 여부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208cm의 장신 포워드인 반케로는 앞서 언급한 두 선수보다 공격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페이스업 상황에서 강한 반케로는 점퍼와 림어택 능력을 동시에 갖췄음은 물론 볼 핸들러로서 훌륭한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 공격 병기인 반케로의 다른 장점은 패싱과 BQ. 그는 자신의 득점만 바라볼 줄 아는 선수가 아니다.

다만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반케로의 모습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훌륭한 신체 조건을 가졌지만, 적극성이나 팀 수비 이해도가 다소 부족한 반케로다.

드래프트가 다가오면서 빅3 안에서도 평가가 나뉘기 시작했다. 다른 두 선수에 비해 평가가 다소 떨어졌던 반케로는 3순위로 기우는 분위기였고, 스미스와 홈그렌이 1순위를 두고 다투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중에서도 1순위 올랜도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가장 유력하게 주목받은 선수는 스미스였다. 스미스는 현지 매체들의 최종 예상에서 1순위 표를 가장 많이 받았다. 자신의 기량에 자신감이 있었던 스미스가 1순위 올랜도와 2순위 오클라호마시티 2개 구단과만 워크아웃을 진행할 정도였다.

올랜도는 2020-2021시즌 리빌딩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니콜라 부세비치를 트레이드하고 빅맨 웬델 카터 주니어를 데려왔다. 카터는 주전으로 나선 지난 시즌, 평균 15.0점 10.5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랜도 팬들을 설레게 했다. 

카터와 모 밤바(드래프트 후 열린 FA 시장에서 재계약)의 존재를 고려한다면 올랜도가 홈그렌보다는 스미스를 선택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스미스 또한 올랜도와의 워크아웃 후 팀의 젊은 선수들과 같이 성장하는 모습이 기대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스미스 쪽으로 1순위가 향하는 듯했던 드래프트 직전, 갑자기 판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1순위 스미스, 2순위 홈그렌, 3순위 반케로의 지명이 유력하다는 소식을 전했던 ‘ESPN’의 애드리안 워즈나로우스키 기자는 드래프트가 열리기 30분 전, 반케로가 1순위 레이스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워즈나로우스키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아담 실버 총재의 입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는 반케로가 됐다. 올랜도의 선택을 받은 반케로는 드래프트장에서 눈물을 보였고, 갑자기 3순위까지 밀려난 스미스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올랜도 팬들 또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케로는 드래프트 전 구단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올랜도를 방문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워크아웃 또한 진행하지 않았다. 반케로 본인도 인터뷰에서 “정말 1순위로 뽑힐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다면 올랜도는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까?

올랜도의 제프 웰트먼 사장은 드래프트 후 “우리는 포커를 칠 때 카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두진 않는다. 사람들이 정보가 에이전트와 팀, 미디어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구석구석에서 신중하게 관리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반케로의 지명이 급하고 충동적으로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 치밀한 검토가 이뤄졌음을 밝혔다.

올랜도는 팀 재건 과정에서 강팀을 끌어갈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급 포텐셜을 가진 유망주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도 물론 뛰어난 영건이지만, 성장 기대치에 근접했을 때 팀을 이끄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쪽은 반케로였다.

2순위 오클라호마시티와 3순위 휴스턴 또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백코트진에 비해 센터 유망주 풀이 부족했던 오클라호마시티는 10년 이상 골밑을 책임질 수 있는 홈그렌을 품었다. 

크리스찬 우드를 내보낸 휴스턴 또한 스미스를 영입하면서 부족한 포지션에 좋은 유망주를 보강했다. 셋 중 가장 선호하지 않았던 홈그렌이 3순위까지 내려올 것을 우려했던 휴스턴은 1순위나 2순위로 픽업하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순위, 왜 머레이였나?

1순위 지명이 요동친 것도 큰 화제가 됐지만, 새크라멘토의 4순위 지명도 많은 이목을 끌었다. 새크라멘토는 지난 시즌을 30개 팀 중 뒤에서 7위로 마친 뒤 로터리 추첨에서 탑4 지명권을 획득하는 행운을 얻은 바 있다.

4순위로 가장 유력하게 이야기가 나왔던 선수는 퍼듀 대학 출신의 가드 제이든 아이비였다. 터지면 무서운 폭발력과 탁월한 운동 능력을 가진 아이비는 자 모란트, 도노반 미첼 등 특급 가드들과 비교됐던 선수. 

새크라멘토에 디애런 팍스와 다비온 미첼이 있지만, 그럼에도 아이비의 재능을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았다. 이에 앞에서 언급했던 빅3(파울로 반케로, 쳇 홈그렌, 자바리 스미스)에 이어 4순위 아이비까지는 지명이 확정적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번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픽으로 가드를 뽑았던(타이리스 할리버튼, 다비온 미첼) 새크라멘토의 이번 선택은 포워드 키건 머레이였다. 이에 드래프트가 끝난 뒤 많은 전문가들이 새크라멘토의 결정에 대해 혹평하기도 했다.

아이비 대신 머레이를 선택한 이유는 팀과의 조합으로 보인다. 203cm의 스윙맨 머레이는 탄탄한 수비력이 강점인 선수. 또한 대학 2학년 시즌에 장족의 발전을 이루며 평균 23.5점 8.7리바운드 3점 성공률 39.8%를 기록했다.

새크라멘토는 가드를 한 명 더 추가하기보다는 포인트가드 디애런 팍스와 센터 도만타스 사보니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줄 포워드 자원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해리슨 반즈 정도를 제외하고는 믿을만한 포워드가 부족했던 새크라멘토다. 그렇기에 잠재력이 높다는 평을 받은 아이비 대신 머레이를 선택했다.

머레이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은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다소 많은 나이다. 2학년 시즌을 마치고 드래프트에 참가한 머레이는 2002년생 아이비보다 2살이 많다. 바로 앞에서 뽑힌 스미스(2003년생)와는 3살 차이다. 이는 향후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의 폭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어린 유망주들 사이에서 1살 차이는 큰 격차로 다가온다.

새크라멘토의 몬테 맥네어 단장은 “키건 머레이는 작년부터 우리의 레이더에 있던 선수다. 왜 사람들이 그의 성장 잠재력을 낮게 보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머레이가 정말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그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선수이고, 우리 팀에 와서 증명해낼 것이다. 공수에서 균형 잡힌 선수이고 득점왕을 차지한 선수”라며 우려의 메시지를 반박했다.

긍정적인 요소는 머레이가 유망주들의 쇼케이스인 서머리그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어필했다는 것이다. 첫 경기부터 71.4%의 높은 야투율을 바탕으로 26점을 몰아친 머레이는 연일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지명에 실망했던 이들에게 무력시위를 펼쳤다.

5순위 디트로이트는 아이비의 지명으로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 케이드 커닝햄과 합을 맞출 최고의 파트너를 얻었다. 가드 유망주 킬리안 헤이즈의 더딘 성장으로 고민이 있었을 듯한 디트로이트다. 하지만 폭발력을 갖춘 아이비가 팀에 합류하면서 리빌딩의 틀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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