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스포츠에서 1순위로 뽑히는 선수는 팬들의 많은 관심과 함께 리그에 입성한다. 큰 상징성을 갖는 1순위 지명을 받는 선수들은 보통 팀의 간판스타로 성장하리라는 기대를 받지만, 모든 선수가 기대치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5년 동안 1순위로 선택된 선수들의 행보에 대해 알아보자. 

부상이 야속해, 마켈 펄츠(2017년 드래프트 1순위)

워싱턴 대학 출신의 펄츠는 이미 NBA 입성 전부터 제2의 제임스 하든이 될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리빌딩 과정에서 재능 있는 유망주들이 프런트코트 쪽에 몰렸던 필라델피아는 펄츠가 화룡점정을 찍어주길 원했고, 보스턴과 트레이드를 통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펄츠 또한 필라델피아 유망주들을 덮쳤던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널렌스 노엘,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 등이 데뷔 시즌 부상으로 고생한 바 있는데, 서머리그 경기에서 발목을 다치기도 했던 펄츠는 시즌 초반 어깨 통증으로 팀을 이탈했다.

펄츠는 폭발적인 운동 능력과 더불어 뛰어난 슈팅력으로 각광을 받았던 선수다. 그랬던 그에게 어깨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돌아온 펄츠는 슛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3점슛은 아예 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기본적인 자유투마저 크게 흔들렸다. 

결국 2년 차 시즌까지 어깨 부상을 전혀 극복하지 못한 펄츠는 드래프트 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필라델피아를 떠났다. 그의 반대급부는 백업 자원이었던 조나단 시몬스와 미래 2라운드 지명권. 1순위 선수가 2번째 시즌 만에 팀을 옮기는 대가로는 너무나 초라했다.

올랜도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2019-2020시즌 펄츠는 여전히 1순위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전보다는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슈팅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았으나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올랜도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공을 세웠던 펄츠다. 이에 올랜도는 펄츠에게 3년 5,0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부상이 다시 한번 펄츠의 성장을 멈췄다. 2020년 1월, 경기 도중 쓰러진 펄츠는 십자인대 파열 진단을 받았고,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올랜도는 부상 이력 탓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가운데, 펄츠는 지난 시즌 막판에야 실전 경기에 출전했다. 다행인 점은 오랜 공백에도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금 드래프트의 1순위, 디안드레 에이튼(2018년 드래프트 1순위)

NBA 역대 최고의 드래프트를 꼽는다면 주로 1984년(마이클 조던, 하킴 올라주원, 찰스 바클리), 1996년(코비 브라이언트, 스티브 내쉬, 앨런 아이버슨, 레이 알렌), 2003년(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써니, 크리스 보쉬)이 등장한다. 그리고 최근의 드래프트 중 최고를 고른다면? 많은 이가 주저하지 않고 2018년 드래프트를 선택한다.

NBA 무대에 입성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루카 돈치치와 트레이 영을 앞세운 2018년 드래프티들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며 리그를 지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황금 드래프트의 1순위는 애리조나 대학 출신의 빅맨 디안드레 에이튼이다.

211cm의 신장에 탄탄한 체격과 운동 능력을 겸비한 에이튼은 이미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부터 1순위로 낙점된 선수였다. 포스트에서 득점하는 능력이 좋았던 에이튼은 빅맨치고 좋은 슈팅력까지 보유해 공격 스킬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팬들은 데뷔 초기 에이튼의 모습에 크게 만족하지 않았다. 공격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이전부터 우려가 있었던 수비 문제가 컸다. 당시 약체였던 피닉스에는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줄 선수도 부족했고, 에이튼 자체의 적극성도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2년 차 시즌에는 금지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출전 정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부족함이 많았던 에이튼의 수비는 3년 차 시즌부터 급격하게 좋아졌다. 세로 수비는 물론, 기동성을 바탕으로 가드와의 미스매치에도 잘 대처해냈다. 능수능란하게 매치업 헌팅이 이뤄지는 현대 농구 트렌드에서 빅맨의 미스매치 대처 능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 수비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에이튼은 지난 시즌 피닉스의 파이널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다만 오히려 장점이었던 공격에서 데빈 부커와 크리스 폴 등에 비해 존재감이 옅었던 에이튼이다. 에이튼은 충분히 훌륭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연 팀의 운명을 걸고 맥시멈 계약을 안길만한 선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이 가득한 상황이다. 그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공격에서 더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넥스트 르브론? 시한 폭탄? 자이언 윌리엄슨(2019년 드래프트 1순위)

2019년 드래프트를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자이언 윌리엄슨 드래프트'였다. 유망주 풀이 넓다는 평가를 받은 드래프트는 아니었지만, 넥스트 르브론 제임스, 찰스 바클리로 불리는 자이언 윌리엄슨의 존재로 화제가 됐던 2019년 드래프트다.

201cm의 신장에 130kg에 가까운 체중을 보유한 자이언은 압도적인 힘과 탄력을 앞세워 잠재력을 어필했다.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뉴올리언스가 그의 특출난 재능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고, 자이언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선수가 됐다.

그러나 자이언은 엄청난 재능만큼 두꺼운 프레임으로 인해 리스크도 큰 선수다. 뉴올리언스 입단 전부터 많은 전문가가 그의 하체 건강에 의구심을 표했고, 실제로 자이언은 첫 3시즌 동안 85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발 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뒤 아예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래도 팬들이 그를 향한 관심을 놓지 않는 이유는 확실하다. 코트에서 뛸 때 보여준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부상으로 데뷔가 늦어진 자이언은 신인 시즌 평균 22.5점 6.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2년 차 시즌은 압도적이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는 평균 27.0점 7.2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올리며 역대급 2년 차 시즌을 보냈다. 특히 페인트 존을 지배한 자이언은 61.1%의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다. 과거 인사이드를 지배했던 샤킬 오닐을 연상하게 하는 퍼포먼스였다.

부상으로 3년 차 시즌을 아예 쉬어간 자이언은 이제 루키 스케일 계약 기간의 마지막 해에 돌입한다. 뉴올리언스는 지난 시즌 젊은 선수들의 맹활약과 새롭게 영입된 C.J. 맥컬럼의 영입 등으로 자이언의 이탈 악재를 극복,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자이언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다면 펠리컨의 날개는 더 매서워질 것이다.

미네소타의 새로운 히어로, 앤써니 에드워즈(2020년 드래프트 1순위)

조지아대 출신의 앤써니 에드워즈는 202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미네소타에 입단했다. 폭발적인 득점력, 운동 능력이 강점이었던 에드워즈를 두고 전문가들은 드웨인 웨이드, 도노반 미첼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라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에드워즈의 NBA 입성 초는 실망스러웠다. 극심한 야투 효율 난조에 시달린 에드워즈는 하위권에 처진 팀 성적과 함께 추락했다. 에드워즈가 주춤하는 사이 라멜로 볼 등이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침묵했던 에드워즈는 올스타전을 기점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볼륨과 효율을 모두 챙긴 에드워즈는 급격한 성적 상승을 맞이했고, 신인왕 경쟁에 제대로 불을 붙였다. 비록 신인왕은 볼에게 돌아갔지만, 에드워즈의 루키 시즌 마무리는 충분히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에드워즈의 2년 차 시즌은 개인의 성장과 팀 성적을 모두 잡은 시즌이었다. 슈팅 부문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에드워즈는 칼-앤써니 타운스와 함께 팀을 이끌어가는 원투펀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에드워즈의 활약 속에 미네소타는 시즌 전 예상을 깨고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맞이한 플레이오프 무대, 에드워즈는 본인이 큰 무대 체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플레이-인 토너먼트에서 30점을 쏟아내며 클리퍼스를 침몰시킨 에드워즈는 멤피스와의 1라운드 시리즈에서 1옵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미네소타는 1라운드에서 우승 도전을 마쳤지만, 에드워즈의 활약만큼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모터 시티의 새로운 엔진, 케이드 커닝햄(2021년 드래프트 1순위)

블레이크 그리핀을 중심으로 꾸린 팀이 몰락한 뒤 가장 암울한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꼽혔던 디트로이트는 트로이 위버 단장을 중심으로 리빌딩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케이드 커닝햄, 제이든 아이비, 사딕 베이, 제일런 듀렌 등 수준급 유망주들이 모터 시티에 모이고 있다. 

지난해 드래프트 1순위 커닝햄은 디트로이트의 재건 작업에서 중심에 있는 선수다. 그는 디트로이트가 51년 만에 얻은 1순위로 선택된 영건. 큰 신장에 넓은 시야, 탁월한 슈팅력과 득점력을 보유한 커닝햄은 제2의 돈치치로 불렸다.

데뷔 시즌 커닝햄은 발목 부상 탓에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뒤늦게 복귀한 커닝햄은 첫 4경기에서 23.2%(13/56)의 저조한 야투율에 그치며 팬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턴오버까지 속출하면서 커닝햄이 실패한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빠르게 NBA에 적응한 커닝햄은 이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1월의 루키로 선정된 커닝햄은 후반기로 갈수록 발전했고, 올스타 휴식기 이후 치른 경기에서 평균 21.1점 5.7리바운드 6.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디트로이트 팬들을 밝게 했다.

잦은 턴오버, 심한 야투 기복 문제만 극복한다면 충분히 커닝햄은 모터 시티의 새로운 심장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 다가오는 시즌, 디트로이트의 어린 영건들과 함께 성장할 커닝햄의 모습에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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