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새로운 사령탑으로 은희석 당시 연세대 감독을 선임했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렀던 것은 물론이고,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의 음주 운전 파동으로 내우외환을 겪었던 팀이다. 이런 삼성이 은희석 감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어려웠던 연세대를 다시금 끌어올렸던 것처럼 은희석 감독이 팀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프로농구에서도 정상에 올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농구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숙제와 책임감을 갖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은희석 감독을 만났다. 

쉽지만은 않았던 연세대와의 이별

은희석 감독은 삼성 부임 전까지 연세대 농구부 감독을 지냈다.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때의 연세대는 지난 시즌까지의 삼성과 상황이 비슷했다. 전임 감독은 경기 외적인 사고로 인해 자진사퇴했고 팀은 사분오열돼 있었다. 성적도 중하위권을 맴돌며 대학농구의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은 감독은 이런 연세대 사령탑을 맡아 몇 년간 공을 들인 끝에 다시금 강팀으로 만들었다. 꾸준한 스카우트로 좋은 신입생들을 영입했고 수비를 바탕으로 한 전술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 연세대는 연전연승을 거둬 대학리그 우승은 물론 고려대와의 정기전에서도 계속해서 승리하는 팀이 됐다. 

이런 그가 프로구단들의 영입 대상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2~3년전부터 프로구단 신임 사령탑 영입 대상 1순위에 올랐고 실제로 이번에도 여러 구단에서 영입 제안을 했으나 이중 은희석 감독이 선택한 것은 삼성이었다. 

농구인으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는 프로농구 감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축하받을 일이었지만 은희석 감독 입장에서는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온 연세대 선수들은 물론 학교 관계자, 학부모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연세대 농구부=은희석’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했기 때문에 막상 연세대를 떠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삼성행을 놓고 고민했을 때 제일 큰 것이 관계였다. 나를 보고 믿고 입학한 선수들, 학부모님들, 그리고 나를 지원해준 이희택 OB 회장님과 학교 체육위원장님 이하 교수님들이 마음에 걸렸다. 연세대 농구부가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었다. 내가 팀을 끌어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분들이 내 뜻에 동의해주시고 따라와 주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난 것이다.”

“그렇게 서로 신뢰하던 관계를 저버린다는 게 가장 가슴 아팠다. 혼자 펑펑 울기도 했는데 그 감정을 나도 잘 모르겠다. 설명도 안 되고. 기쁨보다는 서글픔이 몰려들었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미안한 부분이다. 이렇게 서글픈 마음을 갖고 떠나왔을 때는 괴로웠는데, 어쨌든 내 판단에 따른 결정이고 도전이니까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또 나를 택한 삼성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아내는 내 결정을 존중해줬다. 다만 아들(은산)이 얘기를 듣더니 '아빠, 그냥 연대 있으면 안 돼?'라고 하더라. 집이 연세대 근처에 있어서 농구부 숙소나 체육관에 자주 가서인지 애가 농구부를 친근하게 여긴다. 선수들 방을 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귀여움도 많이 받았다. (허)훈이는 자기를 괴롭혔던 삼촌이고, (박)지원이는 자기랑 잘 놀아줘서 좋은 삼촌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다. 나름대로 정이 든 것 같다. 이제 아빠는 삼성 감독이라고 해도 시큰둥하더라.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서 잘 인식시켜 줘야할 것 같다.”

선수들과의 소통으로 팀 체질 개선 중

<루키 더 바스켓>이 은희석 감독의 인터뷰를 위해 경기도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를 찾은 날은 7월 5일. 삼성이 비시즌 훈련을 시작한 지 딱 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본격적인 팀 훈련 시작 전까지 은희석 감독은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통해 성향 파악에 나섰다.  

“선수들과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했다기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였다고 보면 된다. 삼성에는 나랑 같이 했던 선수도 있지만 아닌 선수들이 더 많다. 이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알아가면서 나를 모르는 선수에게는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팀 체질 개선을 위해서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떠나서 잘 알지 못했던 선수들과의 많은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훈련도 적게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웃음) 그렇지만 선수들과 디테일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처음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봤을 때 삼성의 안 좋았던 결과가 모두 선수들 탓만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워낙 악재가 많았다. 그렇다고 선수들한테 성적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처음에는 선수들이 무기력하고 자기중심적이고 이타적이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컸는데 막상 겪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닌 것 같다. 훈련을 시작한지 딱 1개월 됐는데 아직 불씨는 살아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국내선수만 놓고 본다면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이 크고 선수들 스스로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많이 보여서 지금까지는 희망적이다.” 

은희석 감독은 연세대 시절에도 스파르타식의 강도 높은 훈련과 많은 훈련량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래서 그가 처음 부임한다고 했을 때 삼성의 훈련량과 강도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 과거와 비교해서는 강도가 높아지고 많아진 것이 맞다. 다만 아무 생각없이 선수들을 다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구상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올리는 데 중점을 맞추고 있었다.

“처음에는 러닝 위주로 가져갔다. 두 달간의 휴식기 이후 다시 농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어서 오전과 오후로 나눠 코트 러닝과 트랙 러닝, 크로스컨트리를 했지만 그 강도가 높지는 않다. 서서히 높이는 중이다. 오전과 오후에 몸을 만드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면 자투리 30분은 내 지도하에 훈련을 가져갔다.”

“나는 수비가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다. 지금 체력을 키우는 것도 수비를 잘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공격도 중요하다. 내가 추구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것을 하루 만에 선수들이 습득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체력을 키우는 동시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영상을 보여주고 거기에 따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선수들이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익히게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차츰 바뀌어가고 있다. 이제 트랙이나 크로스컨트리는 끝났고 코트에서 뛰는 게 늘어났다. 그러면서 내가 30분씩 하던 것을 45분, 50분 이런 식으로 길게 가져가고 있다. 한 번에 집중적으로 하는데 나 역시 지도 방법을 계속 바꿔가면서 하고 있다.” 

이정현과 김시래의 공존, 문제없다

삼성은 올해 KCC에서 FA로 풀린 이정현을 영입했다. 조건은 계약기간 3년에 첫해 보수 총액 7억원(연봉 4억 9000만원, 인센티브 2억 1000만원). 예전의 삼성과는 다르게 공격적인 선수 영입에 나선 셈이다. 

삼성이 이정현을 영입한 것은 다름 아닌 은희석 감독의 요청 때문이다. 은 감독은 부임 직후 미국과 필리핀 등을 다녀왔다. 바로 선수단 보강 때문이다. 삼성은 분명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팀이고 높은 곳으로 반등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기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도 필요하지만 이들을 이끌어주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베테랑의 영입이 시급했다. 은 감독이 이정현 영입을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선수단에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선수들이 모두 젊어도 안 되고 베테랑만 있어도 안 된다. 베테랑과 중간층, 그리고 선배들을 보고 자라날 수 있는 신입선수들간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정현을 너무 원했고 오게 되면서 내가 구상한 것들이 상당 부분 채워졌다.”  

“이정현을 데려온 뒤 주장으로 선임했다. 비록 삼성에 있진 않았지만 지금 선수들 중에 정현이를 모르는 선수가 없다. 후배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커리어와 인품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주장이었던 (김)시래와도 이야기했는데 흔쾌히 맞다고 동의해줘서 결정하게 됐다.”

삼성은 김시래와 더불어 이정현까지 가세하면서 앞선에 확실한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김시래-이정현이라는 네임 밸류만으로도 10개 구단 중 최고에 속하고 둘이 이뤄낼 시너지효과도 그 기대감이 크다. 

다만 두 선수 모두 볼을 오래 갖고 농구를 하는 ‘온볼 플레이어’라는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명은 분명 볼 소유에 대해 희생을 해야할텐데 그랬을 때 경기력이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지난 시즌 시래가 힘들게 경기를 뛰며 팀을 끌어왔다. 출전시간을 보면 오히려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혼자서 54경기를 뛰면서 승패와 상관없이 팀을 끌고 왔는데 정현이가 가세하면서 그 짐을 나눠질 수 있다. 시래와 정현이의 공존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부분은 두 선수가 같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여기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건 자신한다. 한 명의 해결사보다는 두 명의 해결사가 같이 뛴다면 우리의 공격 옵션도 많아질 것이다.” 

“프로농구는 장기 레이스다. 그러다보니 부상도 있을 수 있고 기타 여러 이유로 인한 선수의 이탈이 나올 수 있다. 우리팀 주축 선수에 대한 상대팀의 분석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승부를 걸어야 할 때 해줘야 하는 선수의 체력과 부상 위험도를 줄여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선수 로테이션이나 볼 점유율을 정하는 것인데 그런 것들이 사실 프로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많은 로테이션을 통해 주 공격수들의 과부하를 상쇄시켜야 하는데 이정현과 김시래의 공존도 그런 부분에서 서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첫해 목표? 당연히 플레이오프 진출

그동안 STC에서 꾸준히 팀 훈련을 소화했던 삼성은 비시즌 동안 두 차례의 전지 훈련을 계획 중이다. 하나는 강원도 횡성에서 예정된 국내 전지훈련이고 다른 하나는 개막 직전 시행될 일본 전지훈련이다.(삼성의 일본 전지훈련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결국 취소됐다 - 기자 주)

국내선수들 위주로 진행될 횡성 전지훈련에서는 구체적인 전술에 의한 손발 맞추기가 진행되고 아시아쿼터선수와 외국선수가 가세하게 될 일본 전지훈련에서는 현지 B.리그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마지막 조직력 담금질에 나설 예정이다. 이중 은희석 감독은 횡성에서의 훈련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횡성 전지훈련이 좀 힘들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주된 목표는 힘든 훈련을 통한 체력 증진, 심폐지구력 향상이지만, 힘든 과정 안에서 팀워크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 서로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고 그런 상황일 텐데 그때 더 팀워크가 단단해지고 각자의 역할들이 정리가 될 수 있다.”

“횡성에서는 체력 훈련과 볼 훈련, 전술 훈련이 복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선수들의 가동 범위를 늘려 가쁜 호흡과 멘탈이 흔들릴 정도의 상황에서 볼 컨트롤을 해야 집중력이 생긴다. 그리고 그런 게 돼야 실전에서 나올 수 있는 턴오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체력이 없어서는 개선이 안 되는 부분이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서 볼 훈련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려고 한다.”

“횡성에 다녀오면 8월인데 이 즈음에 필리핀 선수가 들어오고 보름 뒤에 외국선수들이 입국한다. 그러면 본격적인 전술 훈련, 즉 모션오펜스 및 약속된 수비 전술 훈련에 들어갈 수 있다. 그때는 모든 포커스를 팀 전술에 맞춰 진행할 생각이다.”

이 책이 나오는 8월이 되면 시즌 개막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는 시점이 된다. 은희석 감독 개인적으로는 첫 프로무대 데뷔 시즌이 얼마 남지 않게 되는 것. 대학농구를 평정한 그라고 해도 프로농구 데뷔 시즌은 매우 긴장될 법 하지만 그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다. 다만 담담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즌 개막에 대해 기대도 되지 않고 설레지도 않는다. 그저 어떻게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하려고 하고 또 하고 있다. 당연히 시행 착오가 있겠지만 그게 최소화될 수 있게 나름의 철저한 준비를 갖추고 싶다.”

“첫 시즌 목표는 무조건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그리고 목표는 항상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세대에 처음 부임했을 때 학장님 앞에서 ‘연세대 감독하다가 좋은 성적 내서 프로감독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던 것처럼 높게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거기에 가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니까. 그래서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을 1차 도전 목표로 삼고 그것을 이룬다면 그 이상의 성적도 노려볼 수 있는 준비 과정을 철저하게 가져가고 싶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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