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x3 아시아컵을 'KOREA'의 이름이 확실히 각인됐다. 보이지 않는 숨은 주역들 덕분이다. 

사상 첫 남녀 3x3 대표팀 동반 출전으로 주목을 받았던 FIBA 3x3 아시아컵 2022에서 남자 3x3 대표팀이 2018년 이후 4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여자 3x3 대표팀은 안타깝게 퀄리파잉 드로우에서 탈락했다. 

전병준 감독이 이끄는 여자 3x3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단 1경기만 치렀고, 그마저 패하며 3x3 아시아컵 코트와 익숙해질 시간도 갖질 못했다. 

하지만 여자 3x3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기간 내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큰 활약을 펼쳤다. 

 

박시은, 이소정, 김현아, 박은서 등 선수단과 정지연 트레이너는 남자 3x3 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코트가 떠나가라 엄청난 열기로 응원을 펼쳤다. 

여자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는 물론이고, 남자 선수단의 이름까지 매직으로 써서 응원 팻말을 만드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빨리 끝난 3x3 아시아컵의 아쉬움을 관중석에서 목이 쉬어라 응원으로 떨쳐낸 여자 3x3 대표팀의 열기에 대회 이튿날부터 FIBA(국제농구연맹)의 공식 사진 기자들도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번 대회 공식 사이트에는 여자 선수단의 응원 사진이 줄을 이었다. 

다른 나라 응원단의 사진은 안 올라와도 한국 여자 3x3 대표팀의 응원 사진은 매 경기 대회 공식 사이트에 업로드됐다. 

 

워낙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여자 선수단이다 보니 대회 관계자들은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한국 여자 선수단을 기다렸고, 장내 MC 역시 계속해서 한국 여자 선수단을 거론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2017년부터 3x3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국은 국제무대에서 언제나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였다. 

조용하다 못해 존재감 자체가 없었던 한국은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외톨이 같은 신세였다. 심지어 3x3 국제대회에 태극기를 챙겨 출전한 것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여자 선수단이 관중석에서 흔드는 태극기는 경기장에서 단연 돋보였고, 남자 선수단은 여자 선수단의 응원에 8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남자 3x3 대표팀 강양현 감독 역시 "여자 3x3 대표팀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된다. 없던 힘도 난다. 대회에 탈락해 마음이 아플텐데 남자 선수들을 이렇게 응원해 주는데 감동받았다"라며 매 경기 인터뷰 때마다 여자 선수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이번 3x3 아시아컵 남자 3x3 대표팀 8강 진출 뒤에는 김상범 팀 닥터의 헌신적인 노력도 있었다. 

5대5 대표팀에서도 팀 닥터로 의무 지원에 나섰던 세종스포츠정형외과 김상범 원장은 농구가 좋아 사비로 이번 3x3 아시아컵 현장에 동행했다. 김 원장은 광주 조선대 소집훈련부터 대표팀 선수단의 몸 상태를 돌봐줬고, 싱가포르 현지에서도 밤낮없이 선수단 치료에 집중했다.

김 원장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감동을 줬다. 

 

김상범 원장은 우리와 경기를 치른 다른 나라 선수가 다치면 굳이 해당 선수를 찾아가 치료를 해줬고, 이 소문이 나자 쿠웨이트 선수는 먼저 김 원장을 찾아와 치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남녀 3x3 대표팀의 매력에 푹 빠진 김 원장은 남자 3x3 대표팀의 8강행이 확정되자 예정됐던 수술 일정을 미룬 뒤 출국 일정을 변경하고 8강전에 함께할 정도로 진심으로 3x3 대표팀을 위하는 모습이었다. 

팀 닥터로서뿐 아니라 경기장에서 여자 선수단과 응원단으로도 맹활약한 김상범 원장. 

김 원장은 "협회에서 3x3에선 부상이 많이 없어서 팀닥터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발했는데 현지에 와서 보니 너무 격렬하고, 잔부상부터 큰 부상 생길 요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3x3 대표팀에 팀닥터를 포함한 의무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나부터 3x3에 관심을 갖고, 3x3 국가대표가 앞으로 더 선전할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 너무 고생한 남녀 3x3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 김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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