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광란' NCAA 토너먼트가 어느덧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파이널 포(Final Four)를 앞둔 지금까지, '광란(Madness)'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수많은 명승부와 이슈가 쏟아졌다. 지금부터 NCAA 토너먼트 32강부터 8강(Elite Eight)까지 나온 핫이슈들을 함께 되짚어 보자.

 

조기 퇴근한 대형 유망주들

이번 NCAA 토너먼트는 NBA 진출을 꿈꾸는 대형 유망주들에게 유독 혹독한 무대였다. 듀크의 파올로 반케로의 듀크를 제외한 주요 유망주들의 소속 팀이 토너먼트에서 대부분 탈락했기 때문이다.

일단 1순위 자리를 놓고 여전히 경쟁 중인 자바리 스미스의 어번 대학과 쳇 홈그렌의 곤자가 대학은 각각 32강과 16강에서 쓴맛을 봤다.

특히 자바리 스미스는 마이애미 대학과의 32강전에서 16개의 야투를 던져 단 3개만 성공하는 심각한 야투 난조를 보이며 어번의 조기 탈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스미스의 주가가 흔들린 것도 명백한 사실이었다.

탈락에 대한 충격과 책임감 때문인 걸까? 스미스는 탈락 직후 진행된 공식 인터뷰에서 "NBA 드래프트 참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해 NBA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1순위 지명 가능성이 있는 탑급 유망주가 드래프트 참가를 유예하는 일은 현실에서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유예한 케이스는 대부분 이듬해 드래프트에서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곤 했다. 때문에 스미스의 드래프트 참가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 관건은 1순위로 지명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일단 '디 애슬레틱'은 1일 발표한 드래프트 관련 예상 기사에서 또 다시 스미스의 1순위 지명을 예상했다. 208cm의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가진 장신 포워드를 팀들이 그냥 둘리 없다는 것이 '디 애슬레틱'의 설명이었다.

쳇 홈그렌이 이끄는 1번 시드 곤자가는 16강에서 아칸소 대학에 덜미를 잡히며 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홈그렌은 최근 현지에서도 평가가 상당히 갈리는 유망주다.

이번 토너먼트에서 홈그렌은 또 한 번 압도적인 수비력을 과시했다. 큰 신장과 뛰어난 수비 센스를 앞세운 페인트존 커버 능력과 림 프로텍팅은 단연 발군. 에반 모블리(클리블랜드)가 루키 시즌부터 뛰어난 수비력을 앞세워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홈그렌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

반대로 일부 NBA 팀의 스카우터들은 홈그렌의 너무 마른 몸과 얇은 프레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 에반 모블리라는 최고의 케이스도 있지만, 모 밤바(올랜도)라는 엄연한 실패작도 있기에 사실 어느 쪽이 더 옳은 평가라고 할 수는 없다. 일단 홈그렌은 이번 토너먼트에서는 전반적으로 수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제부터 시작될 오프시즌에 NBA에서 성공적으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 수 있을지가 키포인트다.

한편 제이든 아이비의 퍼듀 대학 역시 16강에서 탈락했다. 잠시 후 언급하겠지만 아이비의 토너먼트 여정을 막은 학교는 올해 토너먼트 최고의 신데렐라 세인트 피터스였다. 아이비는 1일 NBA 드래프트 참가를 공식 선언했다. 좋은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겸비한 아이비는 NBA에서 성공적인 듀얼가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파올로 반케로의 듀크는 승승장구하며 현재 파이널 포(Final Four)에 오른 상태다. 정규시즌을 치르며 주가가 소폭 떨어지면서 탑3 후보로 거론됐던 반케로는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자신이 왜 대형 유망주인지 증명해내고 있다.

이번 토너먼트 4경기에서 반케로는 평균 18.5점 7.0리바운드 3.8어시스트 야투율 51.0%, 3점슛 성공률 53.3%를 기록했다. 경기당 3점슛 성공 개수는 2.0개에 육박한다.

올해 '3월의 광란'을 통해 경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패싱 게임 능력을 증명하면서 안정적인 유망주라는 평가를 획득했다. 일각에서는 NBA 팀들이 반케로를 다시 1순위 후보로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만약 반케로가 듀크를 토너먼트 우승으로 이끈다면, 그 과정에서 그의 주가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뉴저지의 신데렐라

앞선 64강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매년 3월의 광란에는 신데렐라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한 판으로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단판 승부가 가진 특성상, NCAA 토너먼트에서는 이변의 주인공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는 뉴저지에서 탄생했다. 세인트 피터스 대학이었다.

64강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세인트 피터스는 64강에서 2번 시드 켄터키 대학을 침몰시키면서 이미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던 바 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켄터키 대학이 희생양이 된 것에 맞춰져 있었다. 세인트 피터스의 드라마틱한 행보는 생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 번의 이변' 정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인트피터스가 32강에서 7번 시드 머레이 주립대(자 모란트의 모교), 16강에서 3번 시드 퍼듀를 연파하며 8강에 오르자, 세인트 피터스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뉴저지 지역에 위치한 세인트 피터스는 통산 NCAA 토너먼트 진출이 올해 포함 4번에 불과했던 무명 학교. 하지만 이번 토너먼트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전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자이언트 킬러(giant killer)'라는 별명까지 새로 생겼다.

세인트 피터스에 의해 많은 역사가 새로 쓰였다.

일단 16강에서 퍼듀를 꺾으면서 세인트 피터스는 퍼듀에 사상 첫 맥(Macc) 컨퍼런스 팀 상대 패배를 안겼다. 공교롭게도 퍼듀는 지난 2011년 NCAA 토너먼드 64강전에서 세인트 피터스에 대패를 안겼던 팀이었다.

그 패배 이후 세인트 피터스가 NCAA 토너먼트에 다시 진출하기까지는 정확히 11년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그 해는 바로 올해였다.

드라마를 써가던 세인트 피터스는 퍼듀와 운명처럼 16강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세인트 피터스는 경기 막판까지 이어진 진흙탕 자유투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11년 전의 패배를 마침내 설욕했다.

이 경기 결과가 얼마나 큰 이변이었으면 선수들조차도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을까. 퍼듀의 4학년 센터 트레비언 윌리엄스는 세인트 피터스에 패한 후 "아직도 충격에 빠져 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샤 스테파노비치는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인트 피터스는 NCAA 토너먼트 역사상 최초로 15번 시드로 8강에 진출한 팀이기도 하다. 역사에 남을 최고의 이변을 만들어낸 것이다.

NCAA에 따르면 대회 시작 전 브라켓(팬들이 만드는 대진표 예상 결과)에서 세인트 피터스의 8강 진출을 예상한 이는 전체 팬의 0.87%에 불과했다. 또한 16강전에 진출한 역대 13번 시드 이하 팀의 성적은 지난해까지 10전 전패였다. 세인트 피터스는 최초로 그 전통(?)을 깬 주인공이 됐다.

8강전에서 세인트 피터스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완패하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마감했다. 하지만 여운은 길게 남았다.

세인트 피터스의 드라마를 이끈 셰힌 할로웨이 감독은 토너먼트 종료 직후 모교 세튼 홀 대학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됐다.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공인받은 덕분이었다.

세인트 피터스가 위치한 뉴저지 시의 반응도 뜨거웠다. 1일 뉴저지 시내에서는 세인트 피터스의 토너먼트 승승장구를 기념하는 '피콕 퍼레이드'가 열렸다. 피콕(peacock)은 세인트 피터스의 닉네임이다.

세인트 피터스가 올해 토너먼트의 돌풍은 여러모로 대학 농구 무대 역대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살아남는 자가 명장이다

이변이 난무했던 토너먼트였지만, 어쨌든 16강전과 8강전을 통해 살아남은 네 팀은 누구라도 알 법한 명가들이다. 듀크, 노스캐롤라이나, 캔자스, 빌라노바다. 그리고 이 네 팀 모두 눈길을 끄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듀크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위대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슈셉스키는 32강전에서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탐 이조 감독이 이끄는 미시간 주립대를 꺾었다. 이 승리는 슈셉스키의 대학 농구 1부 무대 통산 1,200번째 승리였다.

그리고 16강전에서는 텍사스 공대를 5점 차로 꺾었는데, 이 승리로 슈셉스키는 NCAA 토너먼트 통산 100번째 승리를 달성했다. 그리고 8강에서 아칸소를 꺾으면서 슈셉스키는 통산 13번째 파이널 포 진출에 성공했다. NCAA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64강부터 8강까지. 슈셉스키의 1승, 1승은 모두 위대한 족적이 됐다.

8강전 승리 후에도 "선수들이 제 버스에 탄 게 아니라, 제가 선수들의 버스에 탄 것"이라며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린 슈셉스키. 공교롭게도 4강전의 상대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다.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학 농구 무대 최고의 라이벌이다.

국내 농구 팬들에게는 마이클 조던, 빈스 카터의 모교로 익숙한 노스캐롤라이나는 듀크와 함께 ACC 컨퍼런스에 소속돼 있으며, 2016년 토너먼트 파이널에서 빌라노바 대학과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던 학교이기도 하다.(빌라노바 크리스 젠킨스의 극적인 3점 버저비터와 함께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KBL 무대를 누비고 있는 아이제아 힉스(삼성 썬더스)의 모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딘 스미스, 로이 윌리엄스 같은 대학 무대 최고의 명장들도 배출했다.

하지만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는 정작 NCAA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 번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스캐롤라이나가 '신데렐라' 세인트 피터스를 꺾고 '파이널 포'에 진출하면서 모든 대학 농구 팬들이 꿈에 그리던 최고의 빅매치가 성사됐다.

이 경기를 앞두고 많은 팬들이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슈퍼볼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던 유명 컨트리 가수 에릭 처치(Eric Church)는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의 4강전을 보기 위해 당초 예정돼 있던 자신의 콘서트 일정을 취소해 큰 화제를 모았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나가 자란 처치는 원래부터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열성적인 팬으로 유명했던 인물. 그는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의 사상 첫 토너먼트 맞대결이 4월 3일에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자, 같은 날에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기로 예정돼 있었던 자신의 콘서트 일정을 갑자기 취소했다.

그는 콘서트 취소를 발표하며 공개한 사과문에서 "나는 이미 수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와 듀크의 맞대결을 지켜봐왔다. 하지만 두 학교의 맞대결이 NCAA 파이널 포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모든 스포츠 팬들에게 꿈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콘서트 취소는 내가 팬들에게 한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솔직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의 4강 맞대결이 대학 농구 팬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새삼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듀크가 마이크 슈셉스키의 마지막 여정을 경험하고 있다면, 노스캐롤라이나는 신인 감독의 첫 여정을 경험하는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무려 18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로이 윌리엄스 감독이 은퇴하고, 휴버트 데이비스 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했다.

휴버트 데이비스는 90년대부터 NBA를 지켜봐온 국내 올드 팬들에게는 뉴욕 닉스의 식스맨 슈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데이비스는 NBA 통산 3점슛 성공률 기록에서 스티브 커(골든스테이트 감독)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노스캐롤라이나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탓에 휴버트 데이비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중반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의 성적이 반등하고 '3월의 광란'에서는 결국 파이널 포에 진출하면서 데이비스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데이비스는 8강전 승리 후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우는 모습을 보여 현지에서 상당히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휴버트 데이비스는 지난 3월 6일 듀크와 노스캐롤라이나의 맞대결에서 노스캐롤라이나의 승리를 이끌며 마이크 슈셉스키의 커리어 마지막 홈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때문에 듀크 팬들과 슈셉스키에게는 이번 파이널 포 맞대결이 복수전의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위대한 여정의 마무리를 앞둔 역사상 최고의 명장과, 명장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신인 감독의 처음이자 마지막 토너먼트 맞대결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빌라노바와 캔자스의 맞대결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마찬가지.

빌라노바는 제이 라이트, 캔자스는 빌 셀프라는 명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두 팀 모두 수많은 이변 속에서도 조용히 파이널 포 티켓을 확보하며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6년과 2018년 우승을 차지했던 빌라노바는 제이 라이트 감독과 함께 통산 4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빌라노바에서만 21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라이트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코치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을 보좌해 미국 농구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캔자스의 빌 셀프 감독 역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지도자다. NCAA 파이널 포만 네 차례 진출한 경험이 있는 셀프는 두 차례나 AP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아왔다 2015년에는 캔자스 대학 감독으로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찾아 국내 농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조엘 엠비드, 앤드류 위긴스, 켈리 우브레, 모리스 형제 등 현역 NBA 스타들의 대학 시절 은사이기도 하다.

네 팀 중 누가 우승을 차지해도 감독과 관련해 흥미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듀크가 우승한다면 슈셉스키의 위대한 여정이 완벽하게 마무리 될 것이고, 노스캐롤라이나가 우승한다면 휴버트 데이비스 감독에게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제이 라이트 감독에겐 세 번째 우승이, 빌 셀프에겐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우승이 될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명장인 NCAA 토너먼트 무대. 끝까지 생존할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