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기적의 라인업!"

시카고 불스는 8일(한국시간) 매우 놀라운 역전승을 거뒀다. 홈구장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3쿼터 막판 19점차, 4쿼터 초반 13점차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 접전 끝에 123-118로 승리한 것이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4쿼터 초반이었다. 시카고의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은 다음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오며 승부수를 띄웠다.

 

시카고의 4쿼터 + 연장 라인업

포인트가드 - 드웨인 웨이드
슈팅가드 - 지미 버틀러
스몰포워드 - 덕 맥더밋
파워포워드 - 니콜라 미로티치
센터 - 크리스티아노 펠리시오

 

호이버그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 라인업은 대성공을 거뒀다. 4쿼터와 연장전을 포함해 총 14분 동안 가동된 이 라인업은 다섯 개의 3점슛과 38점 19리바운드 8어시스트를 뽑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총 +17점의 득실마진을 냈다. 대단히 효율적이었다는 얘기. 시카고가 4쿼터 초반 13점차 열세를 만회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라인업이었다.

그렇다면 이 라인업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호이버그 감독은 토론토 라인업의 장단점을 매우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라인업이 가능했다.

 

★ 선수 활용은 이렇게 하는 거야!

슈팅가드 드웨인 웨이드는 데뷔 시절 포인트가드로 뛰었을 만큼 뛰어난 경기운영능력과 넓은 시야, 우수한 패싱력을 고루 지녔다. 따라서 포인트가드로 뛰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수비. 무릎이 좋지 않은 웨이드는 상대 포인트가드를 막기에 어려움이 있다.

호이버그 감독은 이 문제를 지미 버틀러를 활용해 해결했다. 리그 최고의 외곽수비수 중 한 명인 버틀러를 랩터스의 포인트가드인 카일 라우리에게 붙였다. 버틀러는 4쿼터 이후 라우리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했다.

웨이드 역시 빼어난 활약을 했다. 4쿼터에 4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원활하게 이끌었다. 또, 수비에서도 매치업 상대 더마 드로잔을 상당히 잘 막아냈다. 공수 양쪽에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또, 승부처가 되자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버틀러에게 맡기는 등, '에이스'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기도 했다. 베테랑다운 리더십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 슈팅스타!

덕 맥더밋과 니콜라 미로티치를 함께 내세운 판단도 아주 좋았다. 이들은 3점슛 생산력이 굉장히 뛰어난 포워드들이다. 이들이 동시에 코트에 들어서자, 불스의 공격 시 엄청난 스페이싱이 창출됐다. 덕분에 시카고는 코트를 매우 넓게 쓰며 토론토 수비를 공략할 수 있었다.

미로티치는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이는 불스가 랩터스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득점들이 됐다. 맥더밋 역시 4쿼터 막판 역전 3점포를 터뜨렸고, 연장전에서는 3점슛 반칙을 얻어내 자유투 3개를 모두 적중시킨 데 이어 화끈한 슬램덩크로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맥더밋과 미로티치를 동시에 쓰지 않는 이유는 역시 수비 때문이다. 두 선수 모두 수비력이 형편없다. 하지만 이날 승부처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토론토는 이날 승부처에서 더마레 캐롤과 테렌스 로스를 주력 포워드로 기용했다. 캐롤과 로스는 페이스업과 포스트업 공격력이 모두 떨어진다. 3점슛 라인 부근에서 서성이는 것이 주요 임무. 끔찍한 수비력을 지닌 맥더밋과 미로티치지만, 그 정도 수비를 해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 믿음의 농구

호이버그 감독은 선발 빅맨들인 로빈 로페즈, 타지 깁슨 대신 크리스티아노 펠리시오를 막판 17분(4쿼터 12분 + 연장 5분) 내내 기용했다. 이는 4쿼터 초반 펠리시오가 좋은 활약을 보이자, 그에게 신뢰를 보낸 것이었다.

그러자 펠리시오가 믿음에 이에 보답했다. 기동력이 좋은 펠리시오는 코트를 활발하게 왕복하며 시카고의 골밑을 지켰다. 실제로 펠리시오는 4쿼터에 5점 4리바운드(공격 리바운드 2개)를 기록했고, 코트 위 득실마진 +12를 기록했을 정도로 잘했다. 연장전에서도 3득점과 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 드디어 찾은 '승부처 라인업'

시카고는 드디어 최적의 '승부처 라인업'을 찾아냈다. [웨이드-버틀러-맥더밋-미로티치-펠리시오]는 스페이싱, 돌파, 강력한 앞선 수비, 기동력 등을 모두 살릴 수 있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포워드진의 수비력이 눈 뜨고 봐주기 어렵다. 밀워키 벅스를 상대로 저런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가는 야니스 아테토쿤보, 자바리 파커에게 초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대 포워드진이 강할 경우에는 덕 맥더밋 대신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를, 혹은 니콜라 미로티치 대신 바비 포티스를 기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카터-윌리엄스는 키가 크고 수비력이 좋아 1~3번 수비까지 맡을 수 있다, 포티스 역시 높이와 외곽슛을 모두 갖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팀과 마찰을 빚고 있는 라존 론도는 하루 빨리 정리를 해야 한다. 구단과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장기화되어서는 팀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론도를 매물로 3점슛과 수비를 갖춘 '3 & D' 유형의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시카고는 최근 샬럿 호네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토론토 랩터스를 상대로 3연승을 달리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부의 강호 세 팀을 연속해서 꺾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불스는 현재 동부 컨퍼런스 8위에 오른 상태다. 과연 이들의 종착역은 어디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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