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트레이드 데드라인은 늘 긴박하다. 선수들의 트레이드 요청이 많아진 근 몇 년은 더 그렇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제임스 하든이라는 거물이 팀을 옮겼고, 각 팀은 저마다 전력 보강을 위해, 혹은 샐러리캡 정리를 위해, 또는 드래프트 지명권 확보를 위해 바삐 움직였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월 11일 새벽 5시로 마무리된 NBA 정규시즌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주요 내용과 관련 전망을 늦게나마 한 번 더 정리해본다.

제임스 하든, 필라델피아에 둥지를 틀다

<트레이드 내용>
- 필라델피아 get: 제임스 하든, 폴 밀샙
- 브루클린 get: 벤 시몬스, 세스 커리, 안드레 드러먼드, 1라운드 픽 2장

제임스 하든이 마침내 팀을 옮겼다. 새 행선지는 필라델피아다.

하든은 지난 1월 말부터 이적설이 떠돌았다. 카이리 어빙의 잇따른 백신 미접종 결장, 케빈 듀란트의 무릎 부상으로 인한 연패 장기화 등이 하든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다. 지난 시즌 중 이적 당시 바랐던 ‘빅3’의 한 조각이 아닌 소년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하든은 이적을 택했다. 필라델피아는 벤 시몬스가 출전을 거부한 채 팀에서 이탈해 있었던 상황. 관건은 타이리스 맥시, 안드레 드러먼드가 포함될지 여부였다.

데드라인을 앞두고 진행된 긴박한 협상 속에 결국 세스 커리, 안드레 드러먼드, 1라운드 지명권 2장이 필라델파에서 브루클린으로 추가로 넘어갔다. 제임스 하든은 폴 밀샙과 함께 브루클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결과적으로 두 팀 모두 좋은 트레이드를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브루클린은 즉시 전력감인 세스 커리는 물론이고 빈약한 빅맨진을 메워줄 안드레 드러먼드까지 얻으면서 당장 가용 자원이 크게 늘어났다. 드러먼드는 개인 기록에 비하면 공수에서 약점이 꽤 뚜렷한 편이지만, 니콜라 클랙스턴-블레이크 그리핀으로 간신히 버텨오던 브루클린 빅맨진에게는 천군만마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확보한 것도 쾌재다. 이번 데드라인에는 이 픽을 더 이상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에 브루클린이 우승 전력을 갖추기 위해 다른 트레이드를 추진할 때 이 지명권이 매우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다. 드래프트 지명권은 트레이드 시에 샐러리가 0으로 계산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요즘 트레이드 시장에서는 1라운드 지명권의 가치가 ‘금값’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필라델피아로부터 받아온 1라운드 픽이 향후 브루클린의 이적시장 행보에 큰 메리트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필라델피아 역시 만족할 만한 딜이다. 타이리스 맥시와 마티스 타이불을 모두 지켜냈기 때문이다. 맥시는 올 시즌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가드로 거듭났다. 벤 시몬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필라델피아가 공백을 최소화하며 동부 상위권으로 계속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맥시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토바이어스 해리스와 함게 조엘 엠비드를 도와준 덕분이다.

마티스 타이불은 필라델피아 수비의 핵이다. 벤 시몬스가 빠진 필라델피아 앞선 라인은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수비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만약 타이불까지 브루클린으로 넘어간다면 필라델피아의 퍼리미터 수비는 눈에 띄게 약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타이불이 잔류하면서 필라델피아는 대니 그린-마티스 타이불 윙 수비 라인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타이불은 플레이오프에서 트레이 영, 제이슨 테이텀, 지미 버틀러, 더마 드로잔 같은 동부지구 대표 에이스들을 상대할 때 매우 활용하기 좋은 에이스 스토퍼 카드가 될 것이다. 우승을 원하는 필라델피아 입장에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선수였는데 다행히도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 지켜볼 부분도 있다.

일단 브루클린은 벤 시몬스의 몸 상태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힘들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몬스는 복귀까지 몇 주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봄 플레이오프 경기 이후 8개월 동안 실전을 치르지 않았으니 몸 상태는 물론 실전 감각도 정상이 아닐 것이다. 팀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케빈 듀란트의 복귀가 다가오고 있어 브루클린 입장에서는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긴 하다.

필라델피아는 제임스 하든과 조엘 엠비드의 조화가 이슈다.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는 둘이기에 사실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다. 후반기에 30경기 정도만 뛴 채 플레이오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4월 중순 이후 NBA는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기존의 퍼리미터 자원인 타이리스 맥시와 토바이어스 해리스가 공격 점유율이 높은 제임스 하든 옆에서 이전의 위력을 발휘할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 맥시나 해리스 모두 볼 소유 시간이 많이 필요한 타입은 아니나, 하든의 리듬에 맞춰 공격 작업을 전개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낯설 수가 있다. 한편 그와 별개로 1989년생인 하든의 적지 않은 나이도 조금은 우려를 살 수 있다. 브루클린에서 보낸 전반기의 경기력이 워낙 실망스러웠기에 일각에서는 하든이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맞이해 노쇠화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든의 전반기 경기력 하락이 멘탈적인 이슈와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지, 혹은 노쇠화의 한 과정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새크라멘토, 판을 뒤엎으셨다

<트레이드 내용>
- 새크라멘토 get : 도만타스 사보니스, 제레미 램, 저스틴 할러데이, 2027년 2라운드 지명권
- 인디애나 get : 타이리스 할리버튼, 버디 힐드, 트리스탄 탐슨

<트레이드 내용>
- 새크라멘토 get: 돈테 디빈첸조, 조쉬 잭슨, 트레이 라일스
- 밀워키 get: 서지 이바카, 2라운드 픽 2장, 현금
- 디트로이트 get: 마빈 베글리
- 클리퍼스 get: 로드니 후드, 세미 오젤레예

새크라멘토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팀 중 하나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당장의 승리. 2006년 이후 1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이 여전히 부진한 성적으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맞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올해 데드라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기 내내 빅맨진이 사실상 붕괴 상태였던 새크라멘토는 도만타스 사보니스를 결국 영입했다. 여기에 추가 딜을 통해 윙 라인을 저스틴 할러데이-돈테 디빈첸조-제래미 램으로 구축하면서 3점 생산력과 윙 수비도 보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총 두 차례의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새크라멘토가 마빈 베글리(2018년), 타이리스 할리버튼(2019년)을 모두 포기했다는 점이다. 결국 새크라멘토는 디애런 팍스만 남긴 채 그동안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유망주를 대부분 내보냈다.

할리버튼 트레이드는 특히 팬들과 리그에 큰 충격을 안겼다. “팍스는 팔려도 할리버튼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었을 정도로 2년 차 가드 할리버튼의 주가는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그러나 새크라멘토는 루키 계약이 2년이나 남은 할리버튼을 포기하면서 팍스 중심의 가드진 운영을 선언했다. 여기에 ‘돈거베(돈치치 거르고 베글리)’의 주인공 마빈 베글리까지 처분하면서 전반기 내내 엉망이었던 빅맨진에 확실한 변화를 줬다.

사실 할리버튼을 깜짝 트레이드하면서 새크라멘토는 엄청난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몬테 맥네어 단장에 대한 로컬 팬들의 신뢰도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도만타스 사보니스가 새크라멘토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치른 뒤 이 여론이 확 바뀌었다. 사보니스가 엄청난 스크린 세팅 능력과 핸드오프 패스 감각을 앞세워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사보니스는 디애런 팍스와 궁합이 매우 잘 맞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 내내 팍스, 할리버튼의 다소 단조로운 돌파 공격에 의존하던 새크라멘토는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스크린을 세팅하고 패스를 뿌리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사보니스를 얻은 후 공격의 유기성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직 더 많이 지켜봐야겠지만 사보니스 합류 후 몇 경기만 보면 새크라멘토의 이번 트레이드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한편 인디애나는 카리스 르버트를 클리블랜드로 보낸 데 이어 사보니스까지 떠나보내며 리빌딩의 길에 들어섰다. 후반기는 타리스 할리버튼, 크리스 두아르테, 아이재아 잭슨 같은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고 아직 팀에 남아 있는 마일스 터너와 말콤 브록던더 결국 팔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네이트 맥밀란 감독 시절부터 애매한 로스터로 ‘윈나우’ 스탠스를 보여왔던 인디애나는 이번 데드라인 딜을 통해 태세 전환을 확실히 했다.

 

포틀랜드의 과감한 리툴링, 뉴올리언스의 승부수

<트레이드 내용>
- 클리퍼스 get : 노먼 파웰, 로버트 코빙턴  
- 포틀랜드 get : 키온 존슨, 저스티스 윈슬로우, 에릭 블레소, 2025년 2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 내용>
- 뉴올리언스 get : C.J. 맥컬럼, 래리 낸스 주니어, 토니 스넬 
- 포틀랜드 get : 조쉬 하트, 토마스 사토란스키, 니킬 알렉산더-워커, 디디 루자다, 2022년 1라운드 보호 지명권, 2라운드 지명권 2장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로스터 전면 개편을 택한 팀이 두 팀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인디애나, 그리고 포틀랜드다.

포틀랜드는 데미안 릴라드-C.J. 맥컬럼 듀오를 앞세워 오랫동안 서부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팀이다.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어도 서부지구에서 늘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줬고, 오랫동안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이래저래 꼬였다. 데미안 릴라드가 오랫동안 안고 있었던 복부 부상이 여름부터 악화하고 여기에 맥컬럼까지 기흉으로 장기간 결장하면서 포틀랜드의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천시 빌럽스 신임 감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전반기였다.

결국 포틀랜드는 결단을 내렸다. 릴라드를 뺀 기존의 핵심 선수들을 떠나보내기로 했다. 클리퍼스와의 딜을 통해 지난 시즌 중 영입한 노먼 파웰 그리고 3&D 자원 로비터 코빙턴을 팔았다. 이어서 릴라드의 오랜 단짝이었던 맥컬럼마저 뉴올리언스로 떠나보내면서 사실상 리툴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포틀랜드가 맥컬럼, 파웰, 코빙턴을 생각보다 너무 헐값에 팔았다는 것이다. 코빙턴의 시장가가 내려가 있었던 점, 포틀랜드가 샐러리 감축이 필요했던 점을 감안해도 객관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은 분명했다. 납득하기 힘든 트레이드가 계속 이어지자 지역 언론에서는 故 폴 앨런 구단주의 뒤를 이어 구단을 운영하게 된 조디 앨런 구단주의 성향, 포틀랜드 프런트 오피스의 내부적 문제 등이 집중 보도되기도 했다.

비하인드 스토리와 별개로 일단 포틀랜드가 현재 정한 방향은 확실해 보인다. 데미안 릴라드-유서프 너키치-앤퍼니 사이먼스는 지키면서 이번 딜을 통해 만들어낸 샐러리캡 여유분으로 FA를 추가 영입하면서 다시 새판을 짜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딜을 통해 영입한 저스티스 윈슬로우와 조쉬 하트가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전반기 막판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는 것. 장신 포인트가드로 돌아간 윈슬로우는 본인이 가장 잘할 때의 모습을 다시 보여줬고, 하트는 이전 포틀랜드 앞선 라인에서 찾아보기 히들었던 탄탄한 수비와 높은 에너지 레벨을 통해 팀을 바꿔놓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기량이 급성장한 앤퍼니 사이머스의 득점력과 클러치 능력, 유서프 너키치의 물오른 게임 컨트롤 능력이 더해지면서 포틀랜드는 무시할 수 있는 고춧가루 부대로 급변신했다.

한편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 이후 5할 승부에 성공하면서 플레이-인 토너먼트권을 맴돌았던 뉴올리언스는 맥컬럼의 합류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노려볼 수 있는 상항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허브 존스-브랜든 잉그램-잭슨 헤이즈-요나스 발렌슈나스로 구성된 프런트코트 라인이 대단한 위력을 보여주며 기대를 모으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맥컬럼을 영입하면서 뉴올리언스는 상당히 탄탄한 내외곽 밸런스를 갖추게 됐다. 물론 디본테 그래험-C.J. 맥컬럼 백코트진의 수비 이슈 때문에 전반기 막판에는 꽤 골머리를 앓았지만 말이다.

 

긴박했던 워싱턴, 댈러스는 항로 변경

<트레이드 내용>
- 워싱턴 get: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 2022년 2라운드 보호 지명권
- 댈러스 get: 스펜서 딘위디, 베르탕스

<트레이드 내용>
- 워싱턴 get: 이시 시미스, 버논 캐리
- 샬럿 get: 몬트레즐 해럴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라커룸 이슈,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트레이드가 반드시 필요했던 팀이 셋 있었다. 레이커스, 뉴욕, 워싱턴이었다.

일단 레이커스와 뉴욕은 트레이드 없이 조용히 데드라인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워싱턴은 달랐다. 댈러스, 샬럿과 두 건의 트레이드에 합의하며 로스터 개편을 택했다.

워싱턴이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팀 분위기가 완전히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콩가루 집안’이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시즌 초반의 성공가도 이후 심각한 부진에 빠진 워싱턴은 선수단 사이의 갈등이 상당히 심해진 상태였고, 이 같은 라커룸 이슈가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계속 끼쳤다고 한다. 워싱턴 입장에서는 그냥 방관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평소 미디어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라커룸 이슈를 거론한 몬트레즐 해럴을 먼저 샬럿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다른 핵심 선수들과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스펜서 딘위디를 다비스 베르탕스와 함께 떠나보내면서 어수선했던 라커룸 분위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를 큰 출혈 없이 영입한 것은 괜찮은 수확이다. 딘위디는 이미 경기력이 기대 이하인 선수였고, 베르탕스 역시 발목 부상으로 최근 두 시즌 동안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다만 포르징기스도 최근 몇 년 동안 무릎, 발목, 허리 등 부상을 너무 많이 달고 있는 인저리 프론이고 이번 트레이드 이후에도 워싱턴에서 아직 데뷔전을 치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워싱턴이 제대로 된 로또 트레이드를 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골칫덩어리를 데려온 것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한편 포르징기스를 트레이드하면서 댈러스는 팬들의 우려를 샀다. 제아무리 포르징기스가 건강하지 못한 선수였다고 해도, 너무 헐값이 워싱턴에 넘긴 듯한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딘위디와 베르탕스 모두 워싱턴에서의 경기력이 엉망이었던 상황. 건강하면 20-10을 기록할 수 있는 빅맨을 넘겨주고 얻어온 대가로는 너무 적어 보였다.

다만 댈러스가 포르징기스를 처분해 샐러리캡 정리를 하길 원했다는 점, 포르징기스의 실제 트레이드 시장 가치가 바닥에 가까웠던 점은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그나마 팔 수 있을 때 댈러스가 팔아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댈러스 팬들의 분노와 아쉬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포르징기스를 떠나보내면서 돈치치-포르징기스 원투 펀치로 팀을 끌고 가는 미래를 꿈꿨던 댈러스의 플랜은 확실히 항로가 변경됐다. 이제 댈러스는 철저히 돈치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팀이며, 더 이상 ‘포르징기스 일병 구하기’ 때문에 선수의 눈치를 보거나 고민에 빠지지 않아도 된다.

물론 댈러스에게는 숙제가 남아 있다. 포르징기스를 떠나보낸 후 구축하는 로스터가 슈퍼스타 돈치치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포르징기스 처분에 만족하지 않고 댈러스가 계속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아직은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돈치치의 우승에 대한 욕심은 커질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돈치치가 압도적인 플레이오프에 활약에도 1라운드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신 선수였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돈치치가 언제나 댈러스에 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댈러스는 절대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보스턴의 화룡점정, 샌안토니오의 픽 수집

<트레이드 내용>
휴스턴get: 데니스 슈로더, 에네스 프리덤(웨이브), 브루노 페르난도
보스턴get: 다니엘 타이스

<트레이드 내용>
샌안토니오 get: 조쉬 리차드슨, 로메오 랭포드, 2022년 1라운드 픽, 2028년 1라운드 픽
보스턴 get: 데릭 화이트

<트레이드 내용>
샌안토니오 get: 드라기치, 토론토 2022년 1라운드 픽(로터리 보호)
토론토 get: 테디어스 영, 드류 이뱅크스, 2022년 2라운드 픽

이번 데드라인을 앞두고 보스턴은 압도적인 수비력을 앞세워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홈에서 보스턴에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기 전까지 보스턴의 연승은 9연승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보스턴은 이번 데드라인에 사치세 줄이기와 후반기와 플레이오프를 위한 전력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시즌 중반부터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던 데니스 슈로더와 수비 문제로 활용이 불가능했던 에네스 프리덤을 휴스턴으로 보내고 다니엘 타이스를 일단 데려왔다. 타이스는 과거에도 보스턴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선수다. 신장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기동성이 좋고 3점슛 능력을 갖췄으며, 2대2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알 호포드-로버트 윌리엄스로 구축된 보스턴 빅맨진에 또 다른 다양성을 추가해줄 수 잇는 자원이다.

여기에 조쉬 리차드슨을 보내고 데릭 화이트를 영입하며 가드진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보스턴은 1라운드 픽만 두 장을 소모했는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데릭 화이트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준수한 역량을 갖춘 가드 자원이다. 수비는 압도적이지만 공격에서 슈팅 기복으로 때론 골칫거리가 되는 마커스 스마트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안정적으로 벤치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주전급 가드다. 우연의 장난인지 몰라도 스마트가 화이트 합류 후 얼마 되지 않아 부상을 당하면서 보스턴은 화이트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됐다. 만약 화이트를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다시 보스턴은 스마트의 빈자리를 메울 가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후반기를 애매하게 보냈을 것이다. 바이아웃 시장에서 베테랑 고란 드라기치 영입을 검토하는 플랜 B를 가동해야 했을 수도 있다.

한편 이번 데드라인에 보스턴, 토론토와 트레이드를 단행한 샌안토니오는 드래프트 지명권 수집에 확실히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샌안토니오는 디존테 머리에, 켈든 존슨, 야콥 퍼들의 성장을 앞세워 플레이-인 토너먼트권에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다만 아직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고 기둥이 되어줄 유망주 수급도 더 필요해보였던 상황. 보스턴, 토론토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지명권만 3장을 확보하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를 더욱 착실히 해냈다. 애초에 올 시즌 거의 기용하지 않았던 베테랑 포워드 테디어스 영, 디존테 머레이의 ‘폭풍 성장’과 슈팅가드 유망주의 로스터 과포화 상태로 입지가 좁아졌던 데릭 화이트를 떠나 보내면서 만든 트레이드이기에 상당히 합리적인 딜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뉴욕과 레이커스는 왜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까?

<트레이드 루머에 휩싸였던 뉴욕&레이커스 선수들>
뉴욕: 줄리어스 랜들, 켐바 워커, 에반 포니에
레이커스: 러셀 웨스트브룩, 테일런 호튼 터커

앞서도 언급했지만 뉴욕과 레이커스 역시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큰 관심을 모은 팀이었다.

뉴욕은 시즌 중반부터 경기력과 성적이 함께 곤두박질쳤고, 이로 인해 트레이드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태였다. 지난 시즌의 위상을 한 시즌 만에 잃어버리고 잦은 테크니컬 파울과 감정적인 행동으로 빈축을 산 줄리어스 랜들까지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렸다. 켐바 워커, 에반 포니에도 지속적으로 소문에 휩싸였다.

하지만 결국 뉴욕은 아무런 트레이드도 하지 않고 데드라인을 흘려보냈다. 포니에는 이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레이드되지 않아 기쁘다”고 밝혔지만, 뉴욕의 이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인지는 후반기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계속되는 백코트진의 부진한 경기력과 답답한 팀 오펜스 문제를 과연 뉴욕이 트레이드 없이 해결해갈 수 있을까.

뉴욕보다 더 의아함을 자아냈던 팀이 있었다. 다름 아닌 레이커스.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레이커스는 시즌 중반 플레이오프 티켓조차 자신할 수 없는 팀으로 전락해 있었다.

어쩌면 30개 팀 중 트레이드가 가장 간절한 팀이 레이커스였을지도 모른다. 러셀 웨스트브룩, 테일런 호튼 터커 등이 게속 루머에 이름을 올렸으며 실제로 이들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제안한 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놀랍게도 레이커스의 선택는 ‘현상 유지’였다. 단 한 건의 트레이드도 진행하지 않았다. 휴스턴이 존 월을 매물로 레이커스에 트레이드를 제안했지만 레이커스가 이를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데드라인 이후 보도됐다. 호튼 터커 역시 레이커스에 잔류했다.

레이커스는 시간이 많지 않은 팀이다. 르브론 제임스가 다음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37살 르브론은 은퇴 전까지 1년, 1년이 소중한 선수다. 우승에 가깝지 않은, 전력 보강에 소극적인 팀에 남을 이유가 없다. 때문에 어떤 팬들은 레이커스의 이번 행보를 르브론과의 사실상의 결별 선언이라고 보기도 한다. 르브론의 잔류에 대해 어떤 호언장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트레이드를 단행해 팀을 더 절박한 상황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현상 유지를 택했다는 해석이다.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데드라인을 조용하게 보낸 이후 레이커스와 르브론의 관계는 묘하게 위태로워져 가는 분위기다. 르브론이 아들 브로니 제임스가 가는 팀에서 꼭 뛰겠다는 말을 하고, 오클라호미시티의 샘 프레스티 단장을 극찬하면서 르브론의 이적 가능성을 거론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ESPN의 브라이언 윈드호스트 기자는 르브론이 올해 8월로 예정된 데드라인까지 레이커스와 연장계약을 맺지 않으면, 2023년에 르브론이 레이커스를 떠나는 것은 기정사실화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침묵이 르브론과 레이커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맃지 반드시 지켜볼 필요가 있다.

 

BONUS+ 그 밖의 데드라인 너머 이슈들

* 디트로이트의 제라미 그랜트는 결국 트레이드되지 않았다. 그랜트는 이번 데드라인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랜트는 올 시즌 포함 2년 4,000만 달러의 저렴한 계약에 묶여 있고 공수가 모두 가능한 투-웨이 플레이어다. 시카고를 비롯해 여러 팀들이 그랜트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디트로이트는 그를 지켰다. 아마 올 시즌이 끝나면 그랜트는 다시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나이, 기량, 포지션, 계약 구조를 고려하면 다른 팀 입장에서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까운 매물이기 때문이다.

* 위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클리블랜드 역시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승자다. 리키 루비오와 지명권을 활용해 일찌감치 카리스 르버트를 영입했는데, 이는 현재 로스터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딜임이 분명하다. 현재 클리블랜드는 다리우스 갈란드를 제외하면 볼 핸들러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르버트는 그 부분에서 누구보다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윙 자원이다.

* 이번 데드라인에 돈테 디빈첸조, 로드니 후드, 세미 오젤레예를 한 번에 정리하고 서지 이바카를 영입하며 백업 빅맨 보강 영입에 집중한 밀워키. 그러나 데드라인 직후 열린 경기에서 팻 코너튼이 손목 부상을 당해 4-6주 아웃 진단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과포화 상태였던 윙 자원이 트레이드를 통한 교통 정리, 코너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갑자기 뎁스가 눈에 띄게 얕아져 버린 것이다. 조던 워라가 나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만족하기엔 이르다. 결국 밀워키는 디안드레 벰브리를 영입하고 웨슬리 매튜스와 조던 워라의 출전 시간을 어느 정도 늘리면서 코너튼의 복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 토론토에서 경기에 제대로 뛰지 않다가 샌안토니오로 트레이드된 고란 드라기치는 바이아웃 이후 여러 팀의 관심을 받았다. 결국 드라기치가 선택한 팀은 브루클린. 션 막스 단장의 말에 따르면 드라기치 영입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은 스티브 내쉬 감독이다. 내쉬는 과거 피닉스에서 드라기치와 선후배 선수로 함께 뛰었던 특별한 인연이 있다. 당시 내쉬는 은퇴가 다가오는 고참 중 고참이었고, 드라기치는 이제 막 리그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젊은 가드였는데, 당시 만들어진 내쉬와 드라기치의 특별한 관계가 드라기치의 이번 브루클린행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내쉬는 스타급 선수들과의 원만한 관계와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케빈 듀란트의 브루클린행 역시 내쉬의 입김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올 시즌 혹사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긴 하지만, 요즘 NBA에서는 내쉬처럼 스타급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선수 리쿠르팅에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확실히 각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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