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1년에 한 명만 탄생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없는, 특별한 ‘인정받음’이다. 한번 MVP를 받은 선수는 커리어를 끝내는 날까지 전직 MVP라는 기분 좋은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모든 선수가 한 번쯤 MVP를 꿈꾸며 농구를 하는 이유다.

하지만 KCC 송교창에게 그런 꼬리표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20-21시즌, 스피드 농구를 이끌며 KCC를 리그 전체 1위로 견인했던 송교창이다. 하지만 그에겐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 국가대표 합류 실패가 마음 속에 더 진하게 남은 듯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있는 송교창을 직접 만나보았다.

*본 인터뷰는 지난 9월 8일 진행됐습니다.

 

발가락과의 전쟁

송교창을 만난 것은 9월 8일, 그러니까 KBL 컵 대회를 사흘 앞둔 때였다.

전날 KCC는 KGC인삼공사와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이날 송교창이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 이 경기는 송교창이 정말 오랜만에 실전에 투입된 경기였다.

“합류한지 얼마 안 됐습니다.”

송교창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부터 발가락 부상이 있었잖아요. 그게 계속 덜 나아서 고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재활을 꾸준히 하다가 지난주에 팀 훈련에 합류했어요. 얼마 안 된 거죠. 이제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올여름까지 송교창을 괴롭히고 있는 발가락은 오른발 엄지발가락이다.

송교창은 이 부상 때문에 지난해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자랜드와의 시리즈 첫 3경기를 아예 뛰지 못했다. 4차전부터 돌아왔지만 당연히 컨디션은 100%가 아니었다. 에이스 없이 플레이오프를 시작한 KCC는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에너지 소모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송교창의 발가락 부상은 챔피언결정전 패배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문제는 당초 송교창의 엄지발가락 부상이 원인도, 경과도 알 수 없는 부상이었다는 점이다. 

평소 송교창을 지극히 아끼는 전창진 감독도 4강 플레이오프에서 송교창의 부상을 놓고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도 답답하다. 언제 돌아올 수 있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정도다. 예민한 부위다 보니 다른 부위보다 통증이 심한 것 같다.” 당시 전창진 감독이 남겼던 코멘트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이어졌던 발가락 부상 여파는 안타깝게도 여름까지 이어졌다. MRI를 세 차례나 찍으면서 발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일반적인 다른 부상처럼 깨끗하게 나을 수 없는 부상이었다.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고 쉬면서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시즌 종료 후 차분히 휴식을 가지던 송교창은 통증이 사라지자 농구에 대한 욕심 때문에 예정보다 조금 서둘러 농구공을 잡았다. 하지만 그게 부상이 재발하는 원인이 됐다.

“가만히 있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통증이 사라졌었기 때문에 얼른 농구를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에 조금 서둘러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병원에서도 조금 더 기다렸다가 했으면 큰 문제가 안 됐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돌이켜보니 제가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기약 없는 회복과 재활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FA 자격을 얻어 리그 연봉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지만, 그와 별개로 부상에 대한 스트레스는 여름동안 송교창을 꽤나 괴롭혔다. 전창진 감독 부임 후 매년 실시되고 있는 태백 전지훈련도 발가락 상태를 감안해 부분적으로만 소화했다. 이번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 결과 9월 초에 마침내 팀에 돌아올 수 있었다.

“트레이너 형들이 많이 신경써주고 관리해주신 덕에 일찍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재활하는 과정에서도 슈팅 훈련은 할 수 있었습니다. 신명호 코치님이 항상 아침 훈련을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다행히 볼 핸들링, 슈팅 훈련은 계속 해왔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팀 훈련에 참여를 못해서 경기 체력이 아직 안 올라온 점입니다. 앞으로 팀 훈련에 더 참여하고 경기에 집중하면서 뛰다 보면 체력은 더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정말 아쉬웠거든요. 하지만 지금 와서 부상을 이유로 대는 건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부상 관리도 결국 실력이잖아요. 올해 부상과 재활을 겪으면서 앞으로 몸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했던 것 같습니다.” 송교창이 부상과 분투했던 지난 5개월 돌이켜보며 꺼낸 말이다.

 

태극마크와 오해

발가락 부상은 큰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 6월이었다. 국가대표 소집 명단이 발표됐는데 송교창의 이름이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 송교창은 부상이 재발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엉뚱한 소문이 퍼졌다. 송교창이 비시즌 휴식을 위해 고의적으로 대표팀 합류를 기피한다는 것이었다.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는 ‘꼼수를 부린다’는 아니꼬운 시선이 팬들 사이에서 번졌다.

사실 이 같은 시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평소 송교창이 부상 때문에 유독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MVP를 받았을 정도로 기량이 물오른 젊은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와 챔피언전까지 소화하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 합류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오해를 사기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송교창의 부상은 핑계가 아닌 진짜였다. 당시 상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였다. 예정보다 서둘러 운동을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하가 발가락 통증이 번져 정상적으로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무작정 대표팀에 합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표팀 얘기를 꺼내자 송교창의 얼굴에는 이내 진한 아쉬움이 번졌다.

“이전에 성인 대표팀에서 뛴 적은 있긴 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 대표팀에 뽑힐 때마다 저는 부상으로 대표팀 일정에 참여를 못한 적이 유독 많았습니다. 대표팀에 뽑힐 때마다 몸이 아팠어요. 저도 아쉬운 마음이 정말 컸습니다.”

송교창은 자신이 누구보다도 대표팀에서 뛰고 싶은 선수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하나. 더 큰 무대에서 더 뛰어난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는 경쟁심이었다.

“저 이번에 대표팀 경기는 라이브로 다 챙겨봤어요.” 송교창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코트에서 부딪혀보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도 그런 기회를 부상 때문에 놓쳐서 정말 아쉬웠어요.”

“이번 대표팀에 (이)현중이나 (여)준석이 같은 어린 선수들이 많이 합류해서 경기도 뛰었잖아요. 그 친구들이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농구하는 걸 지켜보니 저도 몸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저도 리투아니아, 베네수엘라 같은 팀과 붙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그런 감사한 기회가 오면 꼭 출전하고 싶어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트렌드세터

송교창은 KBL의 새로운 트렌드를 상징한다.

최근 프로농구에는 2미터 전후의 장신 포워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그 전반적으로 포지션별 평균 신장이 커지고 있다. 어떤 팀에는 190cm 중반대의 가드도 나오고 있다. 2미터의 신장에 스몰포워드와 파워포워드를 오가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송교창, 양홍석, 최준용, 안영준, 정효근, 최진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20년 드래프트 1순위 차민석도 장신 포워드다. 국내 장신 선수들이 포워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끄는 주역은 송교창이다. 송교창의 성공이 없었다면 이런 흐름은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지금보다 훨씬 느리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트렌드 세터’ 송교창은 이 같은 분위기를 지켜보며 오히려 자신이 더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맞습니다. 요즘엔 신장 대비 기술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게 저에겐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그 선수들과 코트에서 경쟁하고 맞붙으면서 사실 저도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거든요.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크고 기술이 좋은 선수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선수들과 붙으면 꼭 제가 우위를 가져가고 이기고 싶습니다.”

여러 장신 포워드 중에서도 양홍석이라는 이름은 송교창에게 특별하다. 데뷔 이후 송교창과 양홍석은 서로에게 항상 비교 대상이었다. 최근에는 송교창이 한 수 위에 있다는 평가가 대세이지만, 이런 시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인 만큼 언제 갑자기 ‘폭풍 성장’해서 경쟁자를 제쳐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송교창이 빠르게 성장해 양홍석과의 격차를 벌린 만큼, 양홍석도 언제든지 송교창을 따라잡을 수 있다. 둘에게 앞으로의 농구가 더 중요한 이유다.

인터뷰 중 양홍석의 이름이 나오자 송교창은 금세 미소를 지어보였다. 송교창은 양홍석을 여전히 경쟁자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양홍석과 경기하면 늘 재밌다는 이야기도 했다.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저는 항상 홍석이랑 비교가 되더라고요.”

“진짜 신기한 게, 이상하게 홍석이랑 제가 매치가 되면 경기도 재밌게 흘러가더라고요. 홍석이랑 붙는 건 늘 재밌어요. KT와 경기를 하면 양상 자체가 다득점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저와 홍석이의 매치업도 더 치열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KT를 상대로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항상 큽니다. 그래야 매치업에서 이기는 거니까요.”

송교창이 이끄는 트렌드는 하나 더 있다. 달리는 농구다.

KCC는 빅맨진이 비교적 약한 팀이다. 전창진 감독은 이 같은 로스터 상황을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했다. 송교창을 파워포워드로 활용하면서 스페이싱, 스피드에 무게를 둔 것이다.

잘 달리고 잘 넣는 송교창이 있었기에 가능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트랜지션 공격이 시작되면 송교창은 자신이 마크하던 상대 빅맨보다 훨씬 빨리 프런트코트에 도착한다다. 큰 사이즈와 뛰어난 질주 능력을 활용해 직접 림을 어택하는 송교창의 속공은 알고도 못 막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KCC의 스피드 농구는 송교창을 통해 만들어지고 방점을 찍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는 2미터의 위력은 송교창을 리그 최고의 속공 공격수로 만들었다.

기록이 송교창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시너지 스포츠’에 따르면 지난 시즌 송교창은 197점의 트랜지션 득점을 기록했다. 김선형(192점), 이재도(189점), 이대성(181점) 같은 가드들을 모두 제쳤다.

트랜지션 공격시 야투율은 무려 80.0%로 60% 전후를 기록하는 다른 선수들을 훨씬 웃돌았다. 트랜지션 공격시 득점 생산 확률도 73.8%로 다른 선수들보다 10-20% 높았다. 트랜지션 공격 1회당 득점 생산이 1.515점으로 이는 리그 전체 2위 기록이었다.

*20-21시즌 송교창의 트랜지션 공격 기록* 
총 득점: 197점(1위)
포제션 1회당 득점 생산: 1.515점(2위)
야투 성공률: 80.0%(2위)
득점 확률: 73.8%(2위)

트랜지션 공격 이야기가 나오자 송교창은 동료 가드들에게 공을 돌렸다. 좋은 가드들이 자신에게 좋은 패스를 연결할 수 있기에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드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트랜지션 공격도 지금처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송교창의 설명이다.

“사실 저희 팀에 좋은 패스를 줄 수 있는 가드가 많습니다.”

“제가 열심히 달리면 그 선수들이 좋은 패스를 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생각만 하면서 열심히 달리는 겁니다. 사실 속공이라는 게 패스가 제대로 안 오면 맥이 빠질 때도 있거든요.(웃음) 하지만 우리 팀에는 패스를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KCC에서는 뛸 맛이 난다고 할까요? 그래서 트랜지션 공격할 때 공짜 득점을 만드는 기분이 듭니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가장 합이 잘 맞는 선수로는 유현준을 꼽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호흡이 둘 사이에 존재한단다.

“속공할 때 패스를 제일 잘 주는 선수는 당연히 현준이에요. 저는 제가 현준이랑 되게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호흡이 잘 맞는 이유요? 서로가 익숙한 것 같아요. 저랑 현준이는 U19 대표팀, U18 대표팀에서 같이 농구를 했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런 경험도 있었고 지금도 운동을 같이 많이 하다 보니 서로의 공격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잘 아는 것 같아요.”

“저는 현준이가 어떤 타이밍이 패스를 줄지 감으로 잘 알고 있고, 현준이도 제가 어떤 타이밍으로 뛰어 들어갈지 감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저와 현준이의 호흡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있습니다.(웃음)”

 

걸어갈 길

2021년, 송교창은 농구선수로서 첫 번째 정점을 찍었다. MVP도 탔고 연봉도 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닐 것이다. 송교창은 1996년생이다. 만으로 따지면 고작 24살에 MVP에 올랐고, 올여름에 막 25살이 됐다. 아직도 너무 젊고 농구를 할 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 때문에 어쩌면 송교창에게 2021년은 더 위대해질 커리어의 통과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송교창을 지켜보는 것이 곧 프로농구의 역사를 목격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다.

송교창은 2015년, 만 18살의 나이에 KCC에 입단했다. 프로농구에 역사적인 고졸 신인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불고 있는 얼리 엔트리 열풍의 불씨를 송교창이 던졌다. 그의 성공이 한국 농구계의 인식과 흐름을 바꿔 놓았다.

이제 아마추어 선수들은 빠른 프로 진출을 주저하지 않는다. 송교창이라는 확실한 성공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험을 쌓은 대학 선수들을 뽑던 프로 팀들도 이제 잠재력을 보고 얼리 엔트리로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지명하고 있다. ‘제2의 송교창’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성이 제물포고 출신의 차민석을 지명하고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의 고졸 출신 1순위 신인이 등장했다. 요컨대 지금 KBL에 쓰여지고 있는 역사의 출발점에는 송교창이 있었다.

2015년 루키 시절의 송교창과 6년 뒤인 지금의 송교창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다. 고졸 유망주에 불과했던 송교창은 코트 안팎에서 훨씬 더 성숙해져 있다. 농구도 달라지고 일상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루키 시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생각의 차이가 가장 다른 부분 같습니다.” 송교창이 짧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신인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었다고 할까요. 지금은 사회 생활도 몇 년 하고 심지어 FA도 한 번 경험했잖아요. 제가 처한 상황, 저의 입장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생각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신인 때는 세상을 보는 시야 자체가 좁고 한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 나이대에 맞게 생각을 했던 거죠. 어릴 때는 농구와 친구 만나서 쉬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요.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요. 지금은 달라요. 농구 외의 것들도 많이 생각합니다. 지금은 차도 눈에 들오오고 이쁜 옷도 눈에 들어와요. 취미 생활, 취향이라는 것에 관심이 생겼어요. 지금은 운전, 자동차가 관심사인 것 같아요.”

농구선수로서도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이미 KBL의 정점을 찍은 송교창이지만, 아직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던 그다.

2016년, 송교창은 신인 선수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팀내 비중이 높지 않았다. 벤치에서 선배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KCC는 오리온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기억이 남아 있었던 송교창은 올해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그때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 그때는 팀의 주축이 아니었는데, 이번엔 주축으로서 우승을 이끌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소망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때문에 송교창에겐 아직 가져야 할 ‘절대 반지’가 남아 있다. 그 반지는 우승 반지다.

“지난 시즌에 MVP를 받아서 개인적으로는 기쁨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MVP 수상이 아니라 우승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요.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 MVP도 받았지만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승을 못했죠. 돌이켜보면 2%의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새 시즌에는 몸 관리, 2대2 게임 능력 향상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그때 부상 이슈가 있었지만 그것도 핑계 같아요. 제가 좀 더 몸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잘 관리했었다면 분명히 달라졌을 겁니다. 새 시즌에는 몸을 더 잘 관리하고 싶어요.”

“더 큰 선수가 되려면 2대2 게임을 더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2대2 게임을 장착해야 더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슈팅, 볼 핸들링 같은 세밀한 부분은 더 다듬어야 합니다. 그래야 2대2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질 겁니다. 실제로 많이 신경쓰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기 PR, 연봉 1위

요즘 선수들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말도 잘하고 능글 맞은 자기 홍보에 적극적이다. 소위 ‘자기 PR’을 잘한다. 시대가 너무 달라졌다. 운동만 잘하면 끝인 시대는 끝났다. 농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상 콘텐츠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도 더 이상 지면, 온라인 인터뷰 기사에 충실히 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농담을 던지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이제는 중요하다. 이미 많은 농구선수들이 이런 흐름 속에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송교창은 조금 특별하다. 어떻게 보면 무뚝뚝하고, 어떻게 보면 무덤덤하다. 농구 외에는 큰 관심이 없다. 또래들이 화려함과 유행을 쫓을 때도 송교창은 농구만 생각했고, ‘농구에 진심’인 그런 태도가 지금의 송교창을 만들었다. 누구보다빨리 프로에 몸을 던져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송교창 본인은 최근 들어 자신이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도 인정합니다.” 송교창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3-4년 차까지만 해도 정말 조용하고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기 PR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그래서 저 스스로 그런 부분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천천히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PR 이야기를 하던 중 최근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가 나왔다. 각 종목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함께 농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송교창은 지난 시즌 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KCC 체육관에서 촬영했거든요. 익숙한 곳에서 찍는데도 너무 긴장해서 몸이 바들바들 떨리더라고요.(웃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처음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스포츠계의 레전드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어릴 적에 제가 좋아했던 선수들도 계셔서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교창은 안정환을 꼽았다. 안정환 때문에 처음에는 축구 선수를 꿈꿨다는 말을 꺼내며 농구를 처음 시작하던 시절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릴 때 안정환 선수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분과 함께 예능을 찍을 때 정말 긴장했던 것 같아요. 따로 사인을 받지는 않았어요.(웃음) 그냥 촬영한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맞죠? 골 넣고 반지 세리모니 하셨을 때가? 그때 안정환 선수를 보고 어린 나이에 정말 반했었어요.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축구를 했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제가 키도 축구하기엔 너무 크고 재능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야구로 넘어갔어요.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금방 그만두고 농구를 하게 됐죠. 농구를 하면서 좋은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운동을 정말 엄격한 분위기에서 하던 시절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일 감사한 분은 두 분입니다. 최명도 선생님(현 여수화양고 코치)와 김익겸 선생님(현 삼생생명 여자농구단 트레이너)였어요. 그분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그런 분들을 만난 게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새 시즌 송교창은 여러모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연봉 1위라는 타이틀을 얻으면서 책임감이 훨씬 더 켜졌다고 한다.

“제가 FA가 돼서 연봉 1위가 됐잖아요. 그 부분에서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연봉 1위가 되니 기분이 좋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같습니다. 농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제가 프로농구 연봉 킹이라는 걸 할 수 있을지는 몰랐어요. 막상 그렇게 되고 나니 스스로에게 뿌듯하기도 합니다. 내년에 그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한 번 해본 것조차도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단에서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신 거잖아요. 그만큼 코트에서 반드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팬분들도 경기장에서 많이 응원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새 시즌도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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