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의 발버둥과 마이애미의 단단함

[염용근 기자] 필라델피아에게 있어 마이애미는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그리고 시리즈의 결과는 4승 1패를 기록한 마이애미의 여유있는 2라운드 진출이었다.

당초 '루키'는 시리즈 프리뷰에서 4승 2패로 마이애미의 손을 들어준 기억이 있다. 어떤 요인들이 두팀의 시리즈가 일방적으로 끝나게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역상성

정규 시즌의 필라델피아는 운동능력과 끈적한 수비, 화끈한 세컨드유닛 게임이 돋보이는 팀이었다. 즈루 홀리데이-안드레 이궈달라로 이어지는 백코트 수비는 리그 정상급이고, 테디어스 영-루 윌리암스 콤비는 각각 트위너 포워드와 콤보 가드에 있어 대표적인 선수다.  

문제는 필라델피아의 장점이 고스란히 마이애미의 장점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마이매이 '빅3'의 운동능력은 필라델피아를 압도했고, 평균 94.6실점으로 정규 시즌 6위에 오른 수비력은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마이애미는 필라델피아와의 5경기에서 평균 86.6실점을 허용하는데 그쳤으며, 상대 야투성공률은 41.4%로 묶었다. 르브론 제임스에게 삭제당한 안드레 이궈달라는 시리즈 내내 부진했고, 영과 윌리암스 역시 정규 시즌에 비해 득점력이 감소했다.

필라델피아는 자신들의 장점이 상쇄되는 상대를 만나 시리즈 내내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표범만 있었더라면 그들이 야생세계의 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백수의 왕 사자의 존재로 인해 표범은 2인자로 남았다. 필라델피아는 표범, 마이애미는 사자였다.

제 몫을 다해준 마이애미 선수들

반면 마이애미 선수들은 주축 로테이션 전원이 제 몫을 다해냈다. 제임스는 평균 24.2득점 10.6리바운드 6.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또한 강력한 수비력까지 선보였다. 부상으로 고전했던 드웨인 웨이드는 3차전부터 폭발하기 시작해 필라델피아의 수비를 박살냈다. 특히 웨이드는 필라델피아 수비의 유일한 구멍이었던 2번 자리를 초토화시켰다.

크리스 보쉬의 활약도 눈부셨다. 시리즈 평균 19.8득점 9.0리바운드를 기록한 그는 정교한 미들레인 게임을 바탕으로 팀 공격 사정거리를 더욱 넒혔다. 팀 적응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보쉬는 2라운드 보스턴과의 대결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걱정거리였던 롤-플레이어들도 기대 이상이었다. 조엘 앤써니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인사이드 수비의 버팀목이 되었다. 마리오 챌머스-마이크 비비-제임스 존스는 외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빅3'가 만들어준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마이애미의 경기력이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시즌 초반, 상대가 추격모드로 전환하면 당황해서 무너지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찰아볼 수 없었다. 역시 쇠는 두르려야 강해지고, 시련은 프로스포츠 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필라델피아의 발버둥과 마이애미의 단단함

필라델피아가 넋 놓고 당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활용도가 적었던 에반 터너의 출전시간을 늘려 공/수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고, 엘튼 브랜드의 비중을 늘려 상대의 허술한 인사이드를 공략하기도 했다.

아쉬웠던 점은 어떤 깜짝카드도 기본적인 스타팅 라인업에서의 상성을 극복할 수 없었다는 부분이다. 브랜드는 전성기 버금가는 활약을 해줬지만, 경기승패를 가를만한 퍼포먼스는 아니었다. 터너? 그 역시 웨이드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반면 마이애미는 웨이드가 부진했던 1~2차전에서도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뒀다. 보쉬-르브론이 제 몫을 다해줬고, 지드루나스 일가우스커스는 준수한 보드장악력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5차전의 깜짝 영웅 챌머스 역시 시리즈 내내 기복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3차전부터는 웨이드마저 건강을 회복했기 때문에 필라델피아로서는 어떻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4차전에서 승리하며 시리즈 스윕의 치욕을 피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줄만 했다.

사진 제공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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