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MVP - 잭 랜돌프
[이승기 기자]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결국 역사에 남을 업셋을 이루어냈다.

46승 26패를 거둔 멤피스는 8번 시드로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라운드 상대는 61승 21패에 빛나는 서부 컨퍼런스 1위 샌안토니오 스퍼스였다. 그들은 정규리그 마지막날 전까지 줄곧 리그 전체 최고 승률을 내달렸던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양팀의 정규리그 전적은 2승 2패였다. 양팀은 각각 홈 구장에서만 승리를 거두었을 뿐, 원정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멤피스는 상성상 샌안토니오에 강점이 있었다. 멤피스는 정규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멤피스가 일부러 상대를 고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규리그 후반 멤피스의 기세가 대단하기는 했어도 그들의 시리즈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SPN』의 전문가 10명은 모두 샌안토니오의 2라운드 진출을 점쳤다. 7차전까지 간다고 예상한 전문가가 없었을 만큼 압도적인 샌안토니오의 우세를 예상했다.

『루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루키』 역시 샌안토니오가 6차전에서 멤피스를 물리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루키』가 정확히 짚어낸 부분도 있었다. "잭 랜돌프와 마크 가솔이 인사이드를 장악할 것"이라는 부분이었다. 정규리그 내내 출전 시간 관리를 받은 팀 던컨이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미지수였다. 단순히 체력을 아낀 것인지 아니면 정말 노쇠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의문이었다.

결국 던컨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샌안토니오의 골밑은 랜돌프와 가솔이 집어삼켜버렸다.

멤피스는 시리즈 플랜을 잘 들고 나왔다. 그들은 약점인 3점슛을 과감히 최소화했다. 대신 그들이 잘하는 골밑 공략을 더욱 강화했다. 이 점은 6차전에서 잘 드러났다. 3점슛은 9개만 시도하면서 자유투를 무려 30개나 얻어냈다. 확률 높은 농구를 시도한 것이다.

또, 멤피스는 완벽에 가까운 수비 조직력으로 샌안토니오를 봉쇄했다. 샌안토니오는 정규리그에서 47.5%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43.6%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39.7%로 리그 최고의 성공률을 보였던 3점슛 역시 29.4%로 말을 듣지 않았다. 103.7에 달하던 평균 득점은 94.3점까지 폭락했다.

반면 멤피스는 상대의 경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의 농구를 했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당황하는 쪽은 샌안토니오였다. 5차전에서도 신인 게리 닐의 극적인 3점 버저 비터가 아니었다면 샌안토니오는 일찌감치 짐을 쌌을 것이다.

멤피스의 토니 알렌과 셰인 베티에는 샌안토니오 가드진의 실책을 유발하는 등 시리즈 내내 질식 수비로 팀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샘 영은 루디 게이의 공백을 최소화하며 좋은 활약을 보였다.


시리즈 MVP - 잭 랜돌프
6경기 평균 21.5점, 9.2리바운드, 3.3어시스트, 1.3스틸, 야투 성공률 50.0% 
랜돌프는 이번 플레이오프를 계기로 리그 탑클래스 파워포워드로 당당히 인정받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포스트-업 움직임, 리그 제일을 다투는 힘, 웬만한 가드를 능가하는 슛 터치까지 그는 그가 가진 모든 공격 기술을 뽐내며 '업셋'을 주도했다.
6차전 4쿼터에서는 상대의 완벽한 수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속으로 득점을 뿜어대며 샌안토니오를 좌절케했다. 그는 4쿼터에만 17점을 폭발시켰다. 이는 지난 15년을 통틀어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경기 4쿼터에서 한 선수가 기록한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은 득점이었다.


사진 제공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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