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태백, 원석연 기자] 태백산 고개를 넘는 데까지 13년이 걸렸다. 

청주 KB스타즈의 주장 강아정은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열흘간 태백에서 열린 KB의 전지훈련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 2007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아정이 태백 전지훈련을 완주한 것은 13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강아정에게 지난 봄은 잔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즌이 중단되고, 당시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KB 선수단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멋진 뒤집기 한판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청천벽력 같은 조기 종료. 체육관에서 훈련 도중 소식을 전해 들은 선수단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프로에서 13년을 보낸 강아정 역시 함께 울었다.

그래서 주장 강아정을 포함한 KB 선수단에게 이번 여름은 중요했다.  

박지수는 더 나은 시즌을 보내기 위해 WNBA를 포기했다. 연봉이 1억이 넘는 고참 선수들도 휴가를 반납하고 미리 몸을 만들었다. 지금껏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 등으로 한 번도 태백 훈련을 완주한 적이 없었던 강아정도 마찬가지였다.

체력 증진에 중점을 둔 전지훈련인 만큼, 태백에서는 매일 같이 고강도 훈련이 펼쳐진다.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는 서킷트레이닝부터 트랙 훈련, 웨이트트레이닝, 12km 로드워크 등 훈련의 종류도 다양하다. 몸이 성한 선수들도 벅찬 훈련인데, 어려서부터 양쪽 발목에 고질적인 통증을 안고 있던 강아정에게는 그 힘듦이 두 배, 세 배였을 터.

하지만 강아정은 “그 동안 태백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해마다 이 시기에 대표팀에 있거나, 아팠거나 아니면 와서 훈련을 하다가 다친 적도 있었다”면서 “아직 재활 중이기에 100% 훈련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정하고 온 목표치는 달성했다. 중간에 낙오되지 않았다는 게 뿌듯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아정과 일문일답.

 

Q. 태백은 얼마 만인가?
비시즌 이렇게 태백 훈련을 완주한 게 처음이다.(웃음) 태백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에 있거나, 아팠거나 아니면 와서 다친 적도 있었다. 고지대라서 그런지 같은 훈련을 해도 이상하게 다치더라. 100% 훈련을 소화한 건 아니지만, 정하고 온 목표치는 달성했다. 중간에 낙오되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 뿌듯하다.

Q. 몸 상태는 어느 정도인가?
좋다. 순조롭게 잘 만들고 있다. 살도 좀 빠지고, 근력도 많이 생겼다. 특히 하체 근력을 많이 키웠다. 아시다시피 제가 상체는 원래 좀 있었는데, 이번에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체계적으로 재활하면서 하체를 많이 키웠다. 선생님들이 저는 발목이 안 좋으니 상체보다 하체를 더 키워야 한다고 하더라. 웨이트 무게도 많이 늘었다. 

Q. 복귀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나?
조만간 연습경기도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주부터는 이제 박신자컵이 시작되면서 연습경기가 당분간 없다. 박신자컵을 마치고서는 서서히 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지난 시즌은 어떤 시즌이었나?
엉망이었다. 여름부터 준비 자체가 너무 안 됐다. 훈련 없이 곧바로 시즌에 임한 듯한 느낌이었다. 발목이나 무릎이 아픈 그런 물리적인 통증은 하도 익숙해서 이제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었는데, 시즌 중반에 웬 기흉까지 오니 정말 멘탈이 나갔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Q. 엉망이었다고 했지만 지난 시즌 10.3득점을 기록하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평균득점을 올렸다. 이는 20대 때도 못했던 기록이다.
정말? 아예 몰랐다. 어렸을 땐 왜 못했지?(웃음)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정말 던지면 다 들어갈 것 같은 감 같은 게 있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그런 게 좀 줄었다. 감독님, 코치님은 ‘계속 놓치다가도 중요할 때 한방만 넣으면 되는 게 슈터’라면서 괜찮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래도 꾸준히 잘 넣고 싶다. 지난 시즌엔 특히 1~3쿼터에 침묵하다가 4쿼터에만 터지는 경기가 종종 있었는데, 올 시즌에는 1쿼터부터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Q. 엉망이었다고 했지만 지난 시즌 2점 야투 44%, 3점 야투 32%, 자유투 89%로 비율 스탯으로 따지면 지난 11-12시즌(51%/36%/84%)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것도 몰랐다. 이상하게 못한 것만 기억나는데.(웃음) 속공에서 놓쳤던 레이업이나 4쿼터에 놓친 3점슛 등 정말 못한 것만 기억에 남는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2점 야투도 50%는 돼야 하고 자유투도 90%는 만들고 싶다. 올해 다시 해보겠다.

Q. 올 시즌 KB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아무래도 (박)지수가 있으니까 그런 평가를 많이 하시더라. 또 이런 기대치만큼 반대로 지수가 코트에 없을 때 우려와 걱정도 많은 걸 알고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지수나 (카일라) 쏜튼이 없었을 때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많았다. 다행인 건 지난 시즌 지수가 부상으로 없었을 때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면서 팀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좀 얻었다는 것. 그 자신감을 잊지 않고 올 시즌도 잘해보려 한다.

Q. WKBL은 올 시즌부터 핸드체킹에 엄격한 콜을 적용하기로 했다. KB는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아직 바뀐 콜로 연습경기를 치르지 않은 팀이다. 바뀐 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프로에 처음 온 시즌에 그해 딱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졌다. 아마 그때 콜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그때만 해도 시즌 전부터 다들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 재미없을 거다’, ‘이렇게 불면 더 인기가 없어질 거다’라고 하셨는데 제 기억으로는 그때 꽤 재밌는 시즌을 보냈었다. 어찌 됐건 수비자한테 불리한 콜이라면, 공격자한테는 유리한 거니까.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나 기록이 커지면 리그도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본인의 팀을 제외하고, 이번에 바뀌는 콜로 수혜를 볼 팀은 어디가 있을까?
아무래도 1대1 돌파가 좋은 선수가 많은 우리은행이나 (김)한별 언니나 (배)혜윤 언니가 있는 삼성생명도 잘할 것이다. 콜을 이용할 수 있는 노련한 선수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어린 선수들은 시즌 초반 좀 당황하고 고전할 것이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은 몸이 좋다 보니 달려드는 수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Q. 개막전에서 라이벌 우리은행과 맞붙는다. 주장으로서 각오 한 마디.
모두가 이기려고 나오겠지만, 분명 한 팀은 진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지난 시즌 2위팀과 1위팀의 맞대결답게 팬분들이 보기에 정말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다. 또 ‘외국인 선수가 없으니 재미없다’ 같은 부정적인 평가를 첫 경기부터 기대와 관심으로 바꾸고 싶은 바람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

 

사진 = 박진호 기자, 청주 KB스타즈 농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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