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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이재범 기자 = “한양대 농구 재미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우리 색깔을 보여줬고, 긴장감을 안겨줘서 다행이었다.” - 이재도
“감독님께서 그냥 큰 형들이랑 하니까 겁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승준이 형에게 골밑서 완전 폭격 당했다.” - 정효근
 
2012년 시작된 프로-아마 최강전. 3년 전에는 대학 팀들이 프로 팀을 상대로 제대로 힘을 쓰지 못 했다. 한 대학 감독은 주전들을 벤치에 앉혀두고 식스맨들을 경기에 내보내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프로팀을 비판했다. 하지만, 7팀이 참가한 대학 팀 중 어느 팀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중앙대도 18팀의 참가와 대진 운이 없어 8강에 오른 건 아니다.
 
대학 팀의 패배에도 대학 농구의 재미를 보여준 팀이 있다. 바로 한양대다. ‘육상농구’로 불리던 한양대는 프로 농구보다 더 빠른 대학농구 경기 흐름을 그대로 보여줬다. 팀 내에서 가장 수비가 좋다고 인정받는 한 프로 선수는 가장 막기 까다로운 선수를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막기 어렵다고 생각해본 선수는 없다. 그런데 대학생을 막기가 까다롭다. 미친 듯이 뛰어다녀서???”라며 웃었다. 대학 선수들은 그렇게 코트를 마구 휘젓고 다닌다.
 
대학농구리그의 경기 속도만큼은 확실히 프로보다 빠르다. 한양대는 그런 대학농구의 장점을 2012년 최강전에서 원주 동부를 상대로 제대로 보여줬다.
 
당시 한양대의 주역이었던 이재도(179cm, 케이티)는 “그 때 동부랑 했는데, 프로와 첫 공식경기라서 떨리는 것보다 기대를 많이 했다. 우리는 잃을 게 없어서 재미있을 거 같았다. 우리 색깔 드러내고 싶었다”며 “한양대 농구 재미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우리 색깔을 보여줬고, 긴장감을 안겨줘서 다행이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재도는 8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1학년임에도 가장 긴 38분 30초 출전한 정효근(202cm, 전자랜드)은 “감독님께서 그냥 큰 형들이랑 하니까 겁 먹지 말라고 하셨는데, 승준이 형에게 골밑서 완전 폭격 당했다”며 “(이)승준이 형을 못 막았다. 공격이 좋았지만, 득점 많이 줘서 아쉽다. 그래도 그때 한양대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기억했다. 정효근은 19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정효근의 기억처럼 당시 동부 소속이었던 이승준(SK)은 최강전 한 경기 최다인 36점을 올렸다.
 
한양대는 동부를 상대로 2쿼터 한때 17-33, 16점 차이로 뒤졌지만, 3쿼터에 오히려 55-54로 역전까지 하기도 했다. 당시의 기억을 뒤로 하고 프로 선수로서 다시 최강전 무대에 선 두 선수는 비록 팀의 패배에도 한양대처럼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재도는 15일 울산 모비스와의 맞대결에 대해 “1쿼터부터 4대19 정도로 점수 차이가 벌어졌다. 같은 프로팀과 첫 경기인데 창피한 경기를 하면 안 된다고 여기며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경기 자체가 지루하게 지고 있어서 활기차게 분위기 전환을 하려고 했다. 그게 잘되어서 마무리를 잘 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2쿼터 중반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앨리웁 덩크를 이끌어내는 패스는 이날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이재도는 “약속된 공격이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패스 줬다”고 했다. 케이티는 1쿼터 한 때 15점 차이로 뒤졌지만, 1쿼터 막판부터 점수 차이를 좁혔다. 2쿼터에 이재도의 돌파가 빛을 발하며 38대41로 추격해 박빙의 승부(83대87 패)를 펼쳤다. 이재도는 14점 4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케이티 조동현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로 운동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팀에 복귀한 뒤 몸 상태가 안 좋은데 주문을 많이 해서 한 순간에 자신의 농구를 잃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오늘 경기로 자신감 찾았으면 한다”고 이재도를 격려했다.
 
정효근은 15일 다시 만난 동부와의 맞대결에서 8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장신 외국선수인 안드레 스미스(198cm, C)의 결장으로 로드 벤슨(206cm, C)을 앞세운 동부의 골밑에서 분전했다.
 
정효근은 “준비했던 부분이 잘 안 맞았다. 스미스가 뛰지 않아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슛만 한 두 개 더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면서도 “스크린과 리바운드를 먼저 하자고 마음 먹고 경기에 들어가는데 그게 잘 되었다. 벤슨이 자꾸 골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골밑을 공략해 벤슨을 나에게 붙여서 외곽으로 빼주는 공격을 많이 했다”고 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초반부터 도움수비와 블록, 리바운드 등 열심히 해줬다. 다만, 마지막에 지친 것 같다. 리바운드에 가담하지 않았다. 순간적인 득점보다 리바운드에 가담하며 득점을 올리는 맛을 느꼈으면 한다. 무리했는지 막판에 지쳤지만, 괜찮았다”고 정효근의 보완할 점을 언급하며 칭찬했다.
 
이제 2015~2016시즌 개막까지는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최강전에 패한 케이티와 전자랜드 모두 시즌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재도는 “(조동현) 감독님 공식경기 데뷔전을 이기고 싶었는데 져서 아쉽다. 두 외국선수와 국내선수 모두 좋은 경험이었다. 이제부터는 잘 해놓고 지는 경기 말고,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효근은 “이번 시즌에는 4번(파워포워드)으로도 코트에 서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개인적으로 중요시 하고 있다. 여기에 수비와 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_ KBL 제공
이재범 기자(1pretty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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