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①편에 이어..

원하는 선수는 같으나 바라는 것은 다른 동상이몽

아시아쿼터제든 외국선수든 간에 포인트는 우리 팀에 필요한 좋은 선수를 뽑고 싶다는 것이다. 매해 KBL 각 구단이 외국선수 선발에 공을 들이고 많은 돈을 들이는 것도 팀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는 좋은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다. 

아시아쿼터제 역시 체격 조건이 비슷한 아시아인이라도 해도 어쨌든 외국선수다. 기왕이면 국내선수보다 조금은 낫고 팀에 더 보탬이 되는 선수를 뽑고 싶은 것은 한국과 일본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에이스급의 선수를 지금 당장 데려오기는 어렵다. 만약 가능하다면 KBL 구단들은 젊고 빠른 토가시 유키나 나이는 좀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센터 다케우치 형제 같은 즉시전력감을 원할 것이다. 이는 B.리그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SK의 김선형이나 KGC인삼공사의 오세근, 오리온의 이승현 등을 선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어렵다. 그리고 양국의 구단 관계자들 역시 인지하고 있다. 

수도권의 A 구단 사무국장은 “우리든 일본이든 농구 관계자라면 선수를 보는 눈은 비슷하다. 그리고 팀에서 원하는 타입의 선수는 다 있지 않나? 그런 선수들은 이미 각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어 쉽게 데려오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만큼의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당장 뭔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B.리그 구단들은 국내 선수를 영입할 때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일단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갖춰야 하고, 되도록 영어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고 있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하는 한국 선수를 위해 별도의 한국어 통역을 쓰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3개 구단이 이대성을 컨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성은 챔프전 MVP를 받았을 정도로 경기력을 인정받았고 미국 브리검영 대학에서 농구를 했고 미국 G리그를 뛴 경험도 있다. 그러면서 영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접촉했다는 것이다. 이대성 외에 최진수 역시 B.리그 구단들의 영입 리스트에 있었고 필리핀에서 뛰었던 이관희의 영어 회화 가능성 여부를 묻기도 했다. 

현재는 B.리그 구단들의 한국 선수 영입 가능성은 거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구단 수입이 줄어들어 선수들의 연봉도 삭감됐고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팀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루키 더 바스켓>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선 로커스 시부야 구단도 “이번 시즌은 이대성의 영입이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한국 선수 영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본 구단의 한국 선수 영입 작업은 중단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프리랜서 농구전문기자인 코나가요시 요코 기자는 “한국 선수는 아니지만 대만 선수가 몇 명 영입된다는 이야기가 있고 필리핀 선수 영입을 고려하는 팀도 있다”라고 귀띔해줬다. 

아직은 첫 시작, 제도적인 보완 필요해 

이런 분위기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DB에 나카무라 타이치가 최초로 오게 됐지만 이는 구단이 스카우트했다기보다는 선수가 스스로 원해서 이상범 감독과 팀에 오겠다는 의지를 밝힌 케이스다.  

KBL 구단들이 아시아쿼터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일본 선수의 영입에 당장은 큰 메리트를 느끼지는 않고 있다. 선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지만 샐러리캡과 정원이 국내선수와 동일한 상황에서 지급할 수 있는 연봉을 생각하면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일본과의 아시아쿼터제 도입 발표 전 만난 수도권 구단의 B 사무국장은 “아시아쿼터제가 시행되면 필리핀 선수 영입을 생각하고 있다. 일단 영어를 쓰기 때문에 통역을 따로 고용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 사람들이 자국 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많이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구단 입장에서 관중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지방 구단의 C 사무국장은 “이전부터 아시아쿼터제 논의가 있었을 때 다른 것보다 KBL에서 젊은 시기에 은퇴를 하거나 혹은 대학 졸업 후 프로에 오지 못하는 선수들을 일본에 보낸다는 차원에서 동의했다. 이런 선수들이 일본에 꼭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농구선수를 이어갈 수 있는 길 하나를 열어준다는 차원이 크다. 일본인 선수 영입은 아직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한국과 일본 모두 당장 팀 차원에서 서로의 선수에게 메리트를 느끼고 있지는 않다. KBL과 B.리그가 일단 멍석을 깔아줬지만 막상 그 위에 선뜻 올라서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구단만을 뭐라고 할 사안은 아니다. KBL이나 B.리그가 아시아쿼터제를 다소 조급하게 시행하다보니 구체적인 제반 사안에 대한 검토와 구단과의 논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타이치의 경우를 예로 들면, 외국선수가 아닌 국내선수로 구분되지만 그는 엄연히 외국인이다. 입단 계약서를 국내선수 기준으로 작성하게 되면 절차나 다른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국내에 거주지가 없는 그가 한국에서 생활을 할 때도 구단 숙소에서 생활하게 하는 배려를 해줘야할지 다른 국내선수들처럼 스스로 집을 구해서 생활을 하게 해야 할지 등도 논의가 필요하다. 이외에 다른 법적으로 검토해야하는 부분, 또 실제적으로 선수를 챙겨야 하는 구단의 애로사항 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KBL이 구단과 몇 차례 회의를 했지만 서로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고 서두른 감도 없지 않아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마디로 새로운 제도는 발표됐는데 그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가 생겼지만 누구도 그걸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KBL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프로농구의 젖줄이랄 수 있는 한국대학농구연맹 역시 KBL의 아시아쿼터제 도입을 곱게 보지는 않고 있다. 국제적인 교류 자체는 좋지만 대학연맹 측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아 다소 섭섭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KBL 이준우 사무차장은 “아시아쿼터제 시행 결정을 하면서 사실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일본인 선수가 KBL에 올 줄은 예상 못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것도 많고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다. 계약와 관한 문제나 법적 문제 등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B.리그, 그리고 각 구단들과 협의해서 보완할 부분은 보완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KBL, B.LEAGUE 제공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