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편집부 = 1990년대 NBA를 대표하던 두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 함께 대표팀에 뽑히고 나란히 올스타전에 선발됐으며 NBA 파이널에서도 한차례 피 튀기는 경쟁을 치렀던 그들.

그러나 두 선수가 걸어온 길은 대조적이었다. 조던이 6번 타이틀을 따내는 동안 바클리는 1993년을 제외하면 한 번도 타이틀에 근접하지 못했다. 조던이 첫 타이틀에 가까이 갔던 1990-91시즌에도, 바클리의 소속팀 필라델피아 76ers는 우승은 꿈도 못 꿀 중위권 팀이었다.

1991년 1월 9일에 성사된 두 스타의 맞대결에서 조던은 친구에게 패배를 안기는 동시에, 개인통산 15,000득점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최고의 친구이자 라이벌
조던과 바클리. 비록 포지션은 달랐지만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아온 두 선수는 1990년대 최고의 농구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너무나도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다. 조던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말을 극도로 자제하며 '롤-모델' 의 이미지를 지켜갔다. 특히 우승이란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한 이후 기자들에게 흠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기자들은 조던의 작은 실수라도 놓치지 않을 기세였다. 특히 도박 사건에 연루된 뒤에는 그 경향이 더 심해졌고 이는 조던이 1993년에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었던 계기로 이어졌다(물론 부친의 죽음도 이유였지만).

반면, 바클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아끼지 않았다. 때로는 많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런데도 당당했다.

"난 롤-모델이 아니야. 내가 기자들한테 먼저 가서 '내 말 좀 들어보소' 했나? 기자들이 내게 와서 물어봤고 난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이라고."

1회성이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를 진행했고 또 은퇴 뒤에는 해설위원으로서 엔터테이너 못지않은 기질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너무나도 다른 성격의 두 선수였지만 코트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가까웠다. 시카고 불스 멤버 외에 조던이 코트 밖에서 가장 자주 어울린 선수가 바로 바클리였다.

심지어 마이너리그에서 야구선수 생활을 할 당시에도 조던은 애리조나를 방문할 때마다 바클리를 찾아갈 정도였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기간 중에는 함께 골프와 포커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2005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우정을 과시했다.

코트 위에선 양보 없어!
그러나 코트 위에서 두 선수는 결코 승리를 양보하는 법이 없었다. 1984년 NBA 드래프트에 지명된 이래, 바클리의 필라델피아는 상대적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이었던 반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줄리어스 어빙 시대를 접은 필라델피아는 바클리 위주로 팀을 재개편했다. 하지만 1982-83시즌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전력은 재현하지 못했다. 이에 실망감을 느낀 바클리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필라델피아 역시 중위권 팀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였다. 1989-90시즌, 슈팅가드 허시 호킨스와 베테랑 허슬러 릭 마혼 등과 짝을 이룬 바클리는 필라델피아를 53승으로 이끌었다. 기세는 1990-91시즌에도 이어질 것처럼 보였다.

팀은 7피트 6인치의 초장신, 마누트 볼과 아먼 길리엄, 포인트가드 리키 그린 등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키워나갔고 시즌 첫 33경기를 20승 13패로 시작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이들의 34번째 경기 상대는 바로 조던이 이끄는 불스. 개막전 이후 첫 만남이었다.

당시 개막전에서는 76ers가 124-116으로 불스를 제압했다. 바클리는 37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조던은 34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불스는 초반부터 인사이드가 초토화되면서 첫 경기부터 패배를 안고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던에게 이 경기는 일종의 복수전이었다. 불스는 이전 10경기에서 8승 2패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었다. 사실, 1990-91시즌을 6승 6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작했으나 계속된 연승 덕분에 막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시점이었다.

반면, 바클리에게는 분위기 수습이 중요했다. 12월 6일 워싱턴 전에서 연장전 끝에 승리하며 19승 8패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이후 원정 5경기에서 1승 4패로 무너지면서 분위기가 침체됐기 때문.

이처럼 양팀 분위기가 상반된 가운데 이뤄진 조던과 바클리의 만남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조던은 바로 이전 경기에서 통산 14,990점을 돌파하면서 15,000점 달성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팽팽한 접전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다. 조던은 호킨스와 매치업됐고 바클리는 호레이스 그랜트와 스카티 피펜이 상대했다. 3년차였던 호킨스는 외곽슛뿐만 아니라 슛 기회를 잡기 위한 커팅과 컷 훼이크에 능한 슈터였다.

그러나 신장 및 기술의 차이는 호킨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었다. 조던은 전반에만 무려 26점을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베이스라인을 파고들어 고감도 점퍼를 날리는가 하면 마누트 볼을 앞에 두고 덩크를 꽂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주도하기도 했다.

백-투-백 일정으로 몸이 무거웠던 불스는 1쿼터 중반에 14-24로 끌려갔다. 하지만 조던이 윙에서 패스를 받자마자 바로 돌격, 볼을 앞에 두고 덩크를 꽂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조던은 1쿼터 종료 2.7초 전, 3점 플레이로 개인 통산 15,000점을 돌파했다. 1984년 NBA에 데뷔해 7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게다가 이 기록은 바클리의 도움(?)이 있었다.

조던은 탑에서 볼을 잡은 뒤 그대로 돌파해 호킨스를 제쳤다. 그의 앞을 막아선 이는 다름 아닌 바클리. 바클리가 몸을 날려 조던을 저지했지만 결과는 바스켓 카운트였다. 불스는 28-24까지 추격한 채 1쿼터를 마쳤다.

그러나 불스는 쉽게 역전하지 못했다. 바클리의 존재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시절의 르브론 제임스, 그 이상이었다. 그는 더블-팀을 이용해 외곽의 리키 그린에게 패스를 내주는가 하면, 안쪽의 길리엄에게 패스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또 찬스가 날 때마다 득점도 차곡차곡 쌓았다. 2m도 되지 않는 신장이었지만 바클리는 수비하기가 대단히 힘든 선수였다. 그랜트조차 힘에서 밀렸고 훗날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한 피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빼어난 운동능력과 긴 팔로 커버하고자 했지만 번번이 점수를 내줬다.

바클리는 왼쪽 코너에서 볼을 잡은 뒤 1대1을 시도하거나 포스트-업으로 안쪽을 파괴했다. 이날 피펜이 바클리에게 내준 3점 플레이만 무려 3개.

1대1 매치에서 그에게 범한 개인파울은 모두 4개였다. 전반에 17점을 올린 바클리의 선전에 힘입어 필라델피아는 2쿼터까지 분위기를 리드해갔다.

승부를 가른 요인은?
그러나 훌륭한 조력자와 팀 시스템이 두 선수의 운명을 바꿔놨듯, 이 경기 역시 같은 요인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 조던에게는 피펜과 그랜트, 그리고 제 몫을 다해낸 존 팩슨과 BJ 암스트롱이 있었다.

76ers도 길리엄(23득점)과 호킨스(21득점)가 불스 수비를 괴롭혔고 볼이 9리바운드 5블록으로 불스 공격을 위축시켰지만 벤치 멤버들의 도움이 부족했다. 한때 38-32로 앞섰던 76ers는 2쿼터 중반부터 시작된 조던의 득점쇼에 무너지면서 50-55로 리드를 당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은 달아나는 불스 vs 쫓아가는 76ers였다. 바클리의 경이로운 포스트 공략에도 불구하고 76ers는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번에는 피펜이 공격에 가담했다. 그랜트 역시 중요한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 가운데 조던은 여유롭게 '하이라이트' 를 생산해내며 경기를 끌어갔다.

사실 백-투-백 경기였던 데다 40분 이상을 소화하던 상황이었기에 지칠 법도 했다. 자유투 2개를 연달아 미스하고 패스를 너무 높게 띄워주는 등 조던답지 않은 실수도 꽤 많이 나왔다. 그러나 조던은 조던이었다. 승부처에서는 확실히 터져줬으니 말이다.
 
반면, 바클리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팩슨과 피펜은 앞뒤에서 바클리에게 가는 패스를 차단했고 홀로 북 치고 장구 치던 그조차도 지친 듯 중요한 자유투 2개를 놓치고 말았다. 경기는 107-96으로 불스가 가져갔다.

조던은 40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피펜은 16점 6어시스트 7리바운드로 분발했다. 바클리는 29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했으나 4쿼터에 단 5점을 더하는데 그쳤다. 불스가 7개의 실책을 범한 반면, 76ers는 무려 14개의 실책으로 20점 이상을 내주면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불스는 그 뒤로도 승승장구하며 마침내 프랜차이즈 첫 타이틀을 따냈다. 조던은 1990-91시즌 MVP를 수상했다. 반면, 바클리의 필라델피아는 초반 좋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고작 44승 38패로 시즌을 마쳤다. 플레이오프 동부 준결승 시리즈에선 시카고를 만나 1승 4패로 힘없이 탈락했다.

1991-92시즌 내내 불평분자로 낙인찍힌 바클리는 결국 1992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피닉스 선즈로 이적했다. 1993년 파이널, 다시 한 번 조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다. 

DATA         1 2 3 4 T
시카고  24 33 27 23 107
필라델피아 28 22 30 19 99

MJ's STATS
시간 FG FT 3P REB AST  STL  PTS
41 16-27 8-11 0-1 4 9 0 40

루키 편집부(spree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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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umpman2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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