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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이재범 기자 =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1부 대학 결승은 영원한 맞수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대결로 정해졌다. 두 팀이 만난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장하는데, 그 대진도 결승이다.
 
더구나 고려대는 2012년 농구대잔치부터 결승에 오르면 우승컵을 들어올린 반면 연세대는 2009년 농구대잔치부터 결승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고려대가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3연속 우승을 확정할지, 아니면 연세대가 2005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고려대와 연세대, 연세대와 고려대의 결승전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을 세 가지로 간추려보았다.
 
결승 필승 고려대 vs. 결승 필패 연세대
고려대는 말이 필요 없는 현재 대학 최강의 팀이다. 곧 다가올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고려대는 이민형 감독 부임 이후 중위권에서도 허우적거리던 모습에서 벗어나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고려대는 2012년 농구대잔치부터 결승전에 오르면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MBC배 결승에서 경희대에게 58-60으로 패한 뒤 2012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상무를 87-7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때부터 고려대의 결승전 승승장구가 이어졌다. 2013년 MBC배 결승에서 경희대와의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2회째였던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에서도 상무를 따돌렸다. 2013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승 1패로 우승했다. 2014년 역시 MBC배, 아시아퍼시픽대학농구챌린지,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전국체전까지 휩쓸었다.
 
물론 2013 농구대잔치 준결승에서 연세대에게 패하며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던 것처럼 참가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한 것은 아니다. 다만, 결승에서만큼은 그 어느 팀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강한 뒷심으로 역전 우승을 많이 했다. 고려대는 2011 연세대와의 정기전 1쿼터 막판 6-28로 뒤졌으나 결국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어떤 상황에서도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두 차례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모두 1차전을 내줬으나 내리 2연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남자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로 열렸을 때 1차전을 이긴 팀은 16번 중 15번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한 번 역전 당한 것도 오심 때문이었다.
 
고려대는 단순하게 3전2선승제로만 적용한다면 남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걸 두 번이나 연출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2013년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경희대에게 전반을 39-50으로 뒤졌음에도 이를 뒤집었다. 2014년 전국체전 상무와의 결승에서는 전반까지 33-49, 16점의 열세도 뒤엎었다. 고려대의 뒷심과 집중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반해 연세대는 이번 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 10년 만이다.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결승전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물론 다른 대회에서는 결승전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다. 연세대가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2009년 전국체전이다. 2009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 상무에게 전국체전의 복수를 당한 이후 매번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2011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선 경희대에게 2패로 무릎을 꿇었다. 2013년 농구대잔치 결승에서는 상무에게 졌다. 2014년 아시아퍼시픽대학농구챌린지 결승과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려대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더구나 2011년 정기전에서 22점 차이의 역전패를 당한 뒤 정기전 4연패를 기록 중이다. 연세대는 고려대와 반대로 꼭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매번 지고 있다.
 
연세대는 이번 대회 결승에서 고려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9월에 열린 정기전과 그 이후 열린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고려대를 넘어서는데 큰 힘을 얻을 것이다.
 
정체된 고려대 vs. 성장 중 연세대
최근 결승전에서 보여준 양팀의 결과를 놓고 보면 고려대의 우위가 예상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고려대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 많은 구단 스카우트가 이번 대회를 예선부터 지켜보고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결승전 예상을 묻자 “4,5번(파워포워드, 센터)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가지고 있는 고려대가 10점 이상 이길 것이다”라고 했다.
 
문제는 30일 열린 준결승의 경기 내용이다. 고려대는 행운의 조 편성과 결선 토너먼트 추첨으로 4강에 진출한 명지대를 준결승에게 꺾었다. 명지대는 최근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김남기 감독 부임 후 리빌딩을 하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은 전력을 보여줄 명지대이다. 고려대의 상대가 전혀 되지 않는 팀이었다.
 
고려대는 이런 명지대도 쉽게 제압하지 못했다. A구단 스카우트는 “명지대와의 경기를 볼 때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1학년이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며 “연세대의 컨디션이 더 나아 보였다”고 했다.
 
B구단 스카우트도 “객관적인 전력은 고려대가 앞선다. 명지대를 상대로 100%의 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60~70%였다. 결승전을 위해서 힘을 아껴두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다만, “정말로 아껴둔 것인지, 현재 고려대 선수들의 몸 상태가 나쁜 것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동국대와의 첫 경기에서 좋은 팀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점점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는 이에 반해 경희대를 준결승에서 만났다. 대학농구리그에서도 1승씩 주고 받았던 경희대였기에 연세대는 고려대에 비해 한참 어려운 팀을 상대했다. 다만, 경희대의 전력이 100%가 아니었다. 최승욱과 성건주가 이번 대회에서 눈과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때문에 연세대는 더욱 높이에서 우위를 보였다.
 
정성호의 연속 8득점으로 앞서나간 뒤 김진용의 높이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3쿼터에는 박인태가 골밑에서 펄펄 날았다. 이들이 경희대와의 경기처럼 고려대의 이종현, 강상재를 상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연세대에겐 긍정적인 것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B구단 스카우트는 “고려대는 정체되어있다.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다. 하지만, 연세대는 생각을 하며 플레이를 하고, 볼 때마다 성장한다. 특히, 박인태와 김준용이 달라진 게 보인다”고 했다.
 
이종현 역시 신장 우위를 가지고 있어도 예선에서 상대했던 팀과의 경기처럼 박인태, 최준용을 상대로 쉽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강의 자리에 있었던 고려대가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연세대가 이날 경기에서도 더 나아진 실력을 보여준다면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고려대 이번 대회 전적
vs. 동국대 94-63
vs. 상명대 73-56
vs. 건국대 76-62
vs. 명지대 91-66
 
연세대 이번 대회 전적
vs. 중앙대 87-75
vs. 단국대 86-61
vs. 한양대 101-64
vs. 경희대 78-69
 
리바운드 열세 고려대 vs. 중요할 때 실책 연세대
연세대에서 확실히 좋아진 선수를 꼽으라면 박인태다. 학년이 높아서인지, 은희석 감독 부임 이후 성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은 감독 부임 이후 연세대가 지역방어를 잘 활용하고, 성장하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연세대와 고려대의 4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도 있다. 연세대는 지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례 맞대결과 올해 대학농구리그 개막전에서 1승 3패를 기록했다.
 
연세대는 3경기나 내줬지만, 4경기 모두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보였다. 챔피언결정 1차전부터 리바운드(공수)는 35(9/26)-27(13/14), 28(11/17)-26(11/15), 42(14/28)-37(10/27)이었으며, 개막전에서도 46(18/28)-41(13/28)로 앞섰다.
 
리바운드에서 앞서는데도 3패나 한 이유는 19-13, 18-11, 13-8, 10-5로 실책을 항상 5개 이상 많이 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이종현과 강상재라는 확실한 트윈타워에, 가드임에도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을 자랑하는 이동엽을 보유하고 있어도 리바운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연세대에 비해 공격 리바운드를 많이 내주는 편이다.
 
연세대는 이와 반대로 실책 관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세 경기에서 15개, 23개, 14개로 평균 17.3개를 했다. 경희대와의 준결승에서 7개로 대폭 줄이며 결승 무대를 밟았다.
 
기록적으로 리바운드와 실책이 승부의 변수라면 고려대의 가드와 연세대의 정성호가 승부의 키를 쥔 선수라고 할 수도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지금까지 연세대의 가드들이 좋아서 고려대 앞선이 밀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고려대의 이동엽, 최성모, 김낙현 등이 연세대 앞선보다 더 낫다”며 “천기범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센스가 떨어지고 있고, 허훈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세대는 정성호의 외곽포가 터져야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팀 내 유일한 4학년인 정성호는 후배들의 지원 속에 마음껏 3점슛을 던지고 있다. 다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이 3점슛이 안 터진다. 고려대를 상대로 또 침묵한다면 연세대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재미있다. 고려대가 1996년 이 대회 3연패 이후 19년 만에 두 번째 3연패 달성과 함께 최강자의 자리를 다시 한 번 더 확인할지, 아니면 연세대가 10년 만에 MBC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오랜 기간 무관에서 벗어날 지 궁금하다.
 
양팀의 결승전은 오후 1시 10분에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며, MBC에서 생중계한다.
 
사진_ 한국대학농구연맹 제공
이재범 기자(1prettyj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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