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조현일 기자 =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6번을 달고 코트를 누볐던 에이브리 존슨은 다부진 선수였다. 외곽슛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노련한 리딩과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워 1988-99시즌,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당시, 존슨과 짝을 이룬 골밑 콤비는 다름 아닌 데이비드 로빈슨, 팀 던컨이었다. 존슨은 둘의 역할 분담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도 마리오 엘리, 제롬 커시, 말릭 로즈 같은 터프가이들도 훌륭히 다뤘다. 10시즌 가까이 스퍼스에서 활약한 존슨은 영구결번의 영예를 안았다.

존슨이 팀을 떠난 후, 스퍼스의 주전 1번 자리는 토니 파커가 꿰찼다. 2001-02시즌부터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 중인 파커는 자신이 나섰던 1,008경기 중 무려 995번을 스타팅으로 나섰다. 존슨보다 더 뛰어난 개인 능력을 자랑하는 파커는 2007년엔 파이널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파커는 존슨이 스퍼스 구단에 생애 첫 우승을 안긴 1988-99시즌 못지않은 강력한 골밑 자원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게 됐다. 파커는 'France 24'와의 인터뷰에서 "새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올 여름, 샌안토니오는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데이비드 웨스트를 영입하며 프런트코트의 전력을 대폭 키웠다. 티아고 스플리터, 애런 베인즈가 떠나긴 했지만 팀 던컨-알드리지-웨스트를 48분 내내 가동할 수 있게 되면서 크나큰 이점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파커는 "우리에겐 믿기지 않는 여름이었다. 새롭게 영입한 알드리지는 큰 도움을 줄 것이며 팀 던컨, 마누 지노빌리가 은퇴하지 않은 것도 행복한 일이다. 또 다른 챔피언 반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물론, 파커도 존슨처럼 로빈슨-던컨으로 이어지는 트윈타워와 뛴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로빈슨은 전성기가 완전히 지난 시점이었다. 파커 역시 애송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느덧 백전노장이 된 그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재능과 경험으로 가득 찬 스퍼스의 골밑을 버무려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1998-99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 존슨의 나이는 35살이었다. 1999 파이널 5차전 종료 직전, 존슨은 깨끗한 베이스라인 점퍼를 터뜨리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파커 역시 스퍼스를 우승으로 이끈다면 35살에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리그 최고의 골밑을 훌륭히 이끌었던 존슨처럼 파커가 자신에게 찾아온 놀라운 행운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조현일 기자(spree15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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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홍기훈 작가(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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