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서울, 원석연 기자] “걱정한다고 확하고 나타날 것도 아니고, 여름 동안 짠하고 만들 수도 없고… 이건 제 숙제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아산 우리은행 위비가 벌써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5월 선수단을 소집한 우리은행은 서울 장위동 체육관에서 몸 만들기에 여념 없다. 

매년 그렇듯, 우리은행의 훈련 분위기는 진지하다. 수장 위성우 감독은 벤치에 앉아 선수단 전체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전주원 코치와 임영희 코치는 코트 위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8년간 7번의 우승을 차지한 대한민국 최고의 코치진. 선수들은 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땀을 흘린다. 고된 훈련에 푸념은 있을지언정 의심은 없다.

그런데 이번 비시즌, 선수들의 표정은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지만, 벤치에 앉은 위성우 감독의 표정은 예년과 달리 오묘하다. 12-13시즌 이후 처음으로 WKBL에 외국인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 다음 시즌 판도에 대해 물으면 “올해는 진짜 어렵다”고 하던 위 감독에게 같은 질문을 건네자 잠시 고민한 그는 “이번에는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팀이 고만고만한 선수들은 많아도 센터 포지션이 없어서… 이제 몸 만드는 단계인데, 올 시즌은 정말 잘 모르겠네요.”

‘고만고만한 선수가 많다’는 위 감독의 말대로 우리은행에 장신 선수가 없는 건 아니다. 183cm 이상 선수는 박지현, 오승인(이상 183cm)에 김해지(186cm)까지 세 명으로 리그에서 오히려 가장 많다. 그러나 ‘센터 포지션이 없다’다는 그의 걱정도 틀린 말은 아니다. 박지현과 오승인은 포워드이며, 김해지는 아직 1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 ‘생짜’ 신인. 지난 시즌 2쿼터 빅맨으로 활약한 김소니아는 178cm의 언더사이즈다.

위 감독은 “이렇게 걱정한다고 센터가 확 나타날 것도 아니고, 없는 센터를 여름 동안 짠하고 만들 수도 없고.(웃음)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농구는 센터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다섯 명이 하는 것이니 조직력으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러면서 키워 볼 애들은 키워 보고… 선수들도 혼란스럽겠지만, 이건 내 숙제다”라며 웃었다.

 

지난 시즌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뽑은 팀 내 최장신 김해지도 그가 구상 중인 방법의 하나다. 위 감독은 훈련 중인 김해지를 보며 “(김)해지는 시간이 좀 걸릴 선수다. 올라오려면 2~3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물론 본인의 노력에 따라 이 시간은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지금은 대학생에서 프로 선수로 몸을 바꿔가고 있는 단계다. 열심히 해서 살은 좀 빠졌다”고 했다.

3년 차에 억대 연봉에 진입한 박지현에 대한 기대는 올 시즌도 유효하다. “(박)혜진이나 (김)정은이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하고… (박)지현이가 더 올라와야 한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 더 치고 올라와야 하는 선수”라고 운을 뗀 위 감독은 “지난 시즌은 본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기대보다 아쉬웠다. 비시즌에 국가대표에, 청소년대표에 밖에 있으면서 팀과 함께 준비를 못 했다. 지난 시즌 중반이 지나서야 좀 올라왔는데, 차라리 프로 2년 차에 그렇게 좀 아쉬운 시즌을 보낸 게 본인에게는 잘 된 일이라 생각한다. 지현이가 아마 느낀 게 많았을 것”이라며 평가했다.

한편, 짧은 휴가를 마치고 비시즌 레이스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오는 15일 아산으로 내려가 일주일간 1차 체력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외국인 제도의 폐지로 라인업의 한 자리가 공석이 된 지금, 이번 지옥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기회의 땅이 되지 않을까.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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