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천안, 원석연 기자] 수련선수. 한국여자농구연맹의 규약에 따르면, 수련선수의 정의는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 참가하였으나, 지명되지 않은 선수 또는 총재가 승인하는 자 중 수련선수로 등록한 선수’다. WKBL 6개 구단은 국내선수 중 결원이 생겨 정원에 미달된 경우 총재의 승인을 받아 수련선수를 등록할 수 있는데, 흔히 쓰이는 야구의 용어를 빌리자면 신고 선수의 개념이다.

최근 휴가를 마치고 선수단 소집을 마친 청주 KB스타즈는 휴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 얼굴이 생겼다. 바로 수련선수 최민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겨울, 선일여고를 졸업한 최민서는 2001년생으로 KB 신인 허예은, 이혜수와 동기다. 지난 1월 하나은행 청라 훈련장에서 열린 신인드래프트에 지원했으나, 그의 이름을 부르는 팀은 없었다. 총 25명이 지원한 이번 드래프트의 취업률은 72%. 최민서는 낙방한 7명 중 하나였다.

“많이 속상했죠. 가기 전에는 한 60% 확률로 프로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부모님도 함께 드래프트장에 갔는데, 이름이 안 불리더라고요. ‘농구와 인연은 여기까지인가보다’하고 집에 갔어요.”

 

최민서는 실제로 농구를 그만뒀다. 선일여고 시절 한 경기에서 3점슛을 10개나 성공하고, 또 홀로 53점을 기록한 적도 있는 고교 최고의 슈터 중 하나였지만,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아예 농구공을 놓고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KB가 손을 내밀었다. 강아정, 최희진 등 리그 최고의 전문 슈터가 있는 팀이지만, 나이가 나이인 터라 세대 교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는 3월쯤에 받았어요. 농구를 접으려고 했던 제가 프로라니, 그것도 우승팀 KB라니… 슈터라면, 아니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본 팀이니까요. 그래도 아예 농구를 접고 있던 때라 많이 얼떨떨했죠. 고민도 좀 했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어쨌든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땐 아직 휴가 기간이라 바로 합류하진 않았고요. 부랴부랴 몸을 만들고 있다가 지난 4월 26일 월요일에 안덕수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합류하자고. 정말 믿음이 확 가는 목소리더라고요.(웃음)”

팀에 온 지는 어느덧 보름이 조금 더 지났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체력이다. 운동을 오래 쉰 탓에 흔히 말하는 ‘숨통’이 안 트였다. 최민서는 “아무래도 갑자기 하려다 보니 힘들다. 체력훈련, 그중에서도 특히 러닝이 좀 힘든 편인데, 체력은 고교 때부터 좋은 편이어서 하다 보면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오히려 씩씩한 모습. 

KB 안덕수 감독은 최민서의 훈련 모습을 보며 “원래 뽑으려고 목록에 둔 선수였는데, 그땐 아쉽게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이렇게 우리 팀 선수가 됐는데,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지금 봐도 슛은 정말 좋다”며 칭찬했다.

최민서 또한 이런 기대를 알고 있다. 자신을 믿고 부른 구단의 기대에 응답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다. 

최민서는 “공백기가 있었다. 몸을 더 만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슛을 보여드릴 수 있다. 다행인 건 이제 막 소집이 됐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나. 어렵게 들어온 만큼, 몸 관리 잘해서 오래오래 남고 싶다”며 프로 첫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지난 시즌 드래프티 중에서는 숙명여고 이재원이 인천 신한은행에 수련선수로 입단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재원은 올 시즌 수련선수 신분을 떼고 정식 선수가 될 예정. 하루아침에 수험생에서 프로 선수가 된 최민서도 과연 '수련선수 신화'를 쓸 수 있을까? 모래시계가 이제 막 뒤집어졌다.

사진 = 원석연 기자,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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