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에세이 ‘단편’(斷片/短篇) 
| 트로피 헌터로 성장한 리그 최고의 슈터
| 부천 하나은행 강이슬

 

[루키=박진호 기자] 지난 몇 년간 강이슬(하나은행)에게 붙었던 수식어는 ‘가장 어린 에이스’였다. 박지수(KB)가 본격적으로 그 위력을 과시하기 전, WKBL에서 팀을 이끄는 주력 중에서 가장 어린 선수가 강이슬이었다. 

어느덧 강이슬은 리그를 대표하는 3점 슈터로 자리 잡았고, 득점 부문의 개인상을 쓸어 담는 트로피 헌터가 됐다. 지난 세 시즌 동안 3득점상과 3점 야투상을 독식했고, 득점상도 두 번이나 가져갔다. 강이슬을 대한민국 최고 슈터라고 칭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국가대표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고, WNBA 디펜딩 챔피언 워싱턴 미스틱스에서도 그를 트레이닝 캠프에 초청했다. 

이제 강이슬을 수식하는데 ‘가장 어린’과 같은 사족은 필요 없다. 여전히 수비의 약점, 특정 팀과 매치업에서의 꾸준함이 부족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그는 분명 에이스다.

#1
강이슬은 2013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당시 하나외환)에 지명됐다. 전체 1순위라는 순번이 그의 가치를 방증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강이슬에게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성장하리라는 예측과 기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이슬을 지명한 조동기 감독은 “신장도 좋고, 팔도 길고, 리바운드도 좋다”고 장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드로도 활용할 수 있는 포워드’라며 베테랑 김지윤의 은퇴로 생긴 1번 자리의 공백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슛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강이슬 역시 자신이 8년 만에 리그 최고의 슈터이자 팀의 에이스로 올라설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조금씩 다 할 줄 알지만 그렇다고 특출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신체조건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제일 큰 장점은 리바운드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땐 그저 경기에 뛰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프로에서 언니들이랑 처음 농구를 했을 때는 충격이 컸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 나름 몸이 좋은 편이고 키도 큰 편이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와서 보니까 언니들 힘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강이슬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선배는 김정은(우리은행)이었다. 강이슬은 김정은에 대해 “밖에서 보고만 있어도 힘이 느껴졌다”고 회상한다.

“언니는 그냥 달랐어요. ‘진짜 잘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으니까... 정은 언니가 실제로는 골격이 작거든요. 사람들은 정은 언니가 타고난 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그런데 그걸 모두 근육으로 보완한 거더라고요. 체중을 늘리려고 살을 일부러 찌우고, 그만큼 더 운동해서 근육을 만들었대요.”

큰 목표를 잡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출발했다. 경기에 뛰려면 우선 팀 내의 경쟁에서 이겨야 했다. 운동 파트너가 되는 선배를 이기겠다는 것이 당시 그의 목표였다. ‘오늘 못하더라도 다음 주에는 이 언니 앞에서 슛 하나라도 더 던지겠다’는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내일을 준비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는 않았다. 루키 시즌 8경기 평균 6분 6초, 그 다음 시즌은 24경기 평균 8분 56초를 뛰었다. 1순위의 주인공이었지만, 신인상은 받지 못했다.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입단한 팀 동료이자 고교 동창 김이슬(신한은행)이 그 영광을 차지했다.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죠.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1순위로 들어왔는데 경기도 많이 못 뛰었고, 신인상도 못 받았잖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김(이)슬이 받는 게 당연했어요. 팀 사정상 가드가 더 필요했고, 더 기회를 받는 게 맞거든요. 그때 제 포지션 경쟁자가 (박)하나 언니(삼성생명), 정은 언니, (박)은진 언니, (염)윤아 언니(KB)였어요. 김슬도 경쟁을 하는 언니들이 있었지만, 저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잖아요? 그때는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기분도 좋지 않았어요. 김슬이 신인상 받은 거에 질투도 했어요. 어린 마음에 마냥 여유로울 수는 없잖아요?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2
혹독한 시련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된다. 강이슬에게도 이때의 상처가 지금은 웃을 수 있는 과거가 됐다. 오히려 강이슬은 당시의 상황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너무 쉽게 기회를 잡았다면 자신의 성격을 고려할 때 거만해졌을 것이고, 성장하기 위한 노력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박종천 감독님이 오시면서 슈터로서 방향이 잡혔어요. 그전까지 슛 감각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완전히 슈터로 포지션을 잡은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박 감독님은 저를 슈터로 키우려고 따로 슛 연습도 시켰고, 출전 기회도 많이 주셨어요. 코트에서 슛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할 만큼, 슛에 집중을 시키셨어요. 제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분이죠. 그때 정말 열심히 했어요. 박 감독님이 부임하셨던 그 해에, 저도 살면서 운동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자부할 수 있어요. 기회를 받는 만큼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았어요.”

얼마 전, 박혜진(우리은행)을 추궁했던 적이 있다. 박혜진은 자신에 대해 늘 “특출한 장점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MVP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의 박한 자기 평가에 굳이 장점을 찾아서 말해보라고 채근하자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는 건 자신할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강이슬 역시 박혜진과 같은 치열함을 겪은 것일까? 그런데 박혜진 이야기를 꺼내자 강이슬의 표정이 뾰로통해진다.

“솔직히 제가 좀 게으른 편이거든요. (박)혜진 언니만큼 운동하는 선수는 아마 여자농구 통틀어서 아무도 없을 거예요. 옆에서 보면 정말 죽기 직전까지 해요. 사람이 저렇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경기를 뛰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단점을 하나씩 없애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박종천 감독이 부임했던 2014-15시즌. 강이슬은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섰고 평균 출전 시간도 30분에 육박했다. 평균 11.3점. 3점슛 198개를 시도해 93개를 적중시켰다. 성공률은 무려 47.0%. 3점슛과 3점 야투상을 모두 차지했다.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하며, 성공률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WKBL에서 엘레나 비어드(당시 신세계)와 한채진(당시 KDB생명)에 이어 강이슬이 3번째였다.

강이슬의 3점슛 고공행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이후로도 강이슬은 3점슛에서 최연소 300개와 400개의 기록을 새로 썼고, 2017-18시즌에 다시 3점슛과 3점 야투율 부문을 동시에 석권했다. 그리고 3년 연속으로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WKBL 최초다. 찬란한 발자취를 남긴 WKBL의 레전드들도 밟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사실 시즌 중에는 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성공률 자체는 좀 의식하죠. 최소한 36%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3점슛 타이틀을 계속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히 있는데, 언제든 뺏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3점슛 성공률이 그래요. 이번에도 위태위태했잖아요? 저는 3점슛 시도가 많기 때문에 적게 던지는 선수들보다 성공률 부문에서는 분명 불리한 게 있다고 봐요. 그래도 그 두 부문을 최초로 2년 연속, 3년 연속 1등 한 건 너무 좋죠. 전 최초라는 단어가 너무 좋거든요. 너무 신나서, 상금도 다 기부했잖아요. 하하!”

강이슬은 지난 시즌부터 인사이드 공략도 시도하며, 득점 루트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다. 3점 슈터에서 스코어러로 진화하고 있다. 득점상도 두 번이나 차지했다.

“득점상도 받으면 좋죠. 그래도 득점보다는 3점슛이 저한테 의미가 더 커요. 굳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전 3점슛 타이틀을 갖고 싶어요. 저라는 선수를 상징해주는 건 역시 3점슛이잖아요.”

 

#3
박종천 감독에 의해 ‘슈터’라는 이름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했던 시절. 열심히는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자신이 리그 최고의 3점 슈터이자, 이 부문의 역사를 새로 쓰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도 3점슛만은 리그에서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 

“2017-18시즌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 저희 외국인 선수가 이사벨 해리슨이랑 자즈몬 과트미였는데, 이 선수들이 득점에서 제 역할을 못 해줬잖아요. 그러면서 제가 할 게 많아졌어요. 또 견제도 심해졌고요. 그런데 그만큼 견제를 받으면서 터프슛을 던지는데도 성공이 되는 걸 보면서, 3점슛에 확신이 생겼어요.”

2017-18시즌은 하나은행에 큰 변곡점이 되었던 시즌이다.

FA자격을 얻은 김정은이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했다. 2006년 입단해 12년 동안 팀을 지켰던 김정은은 ‘역대 최고의 신인’과 ‘소녀 가장’을 거쳐 하나은행의 ‘확실한 에이스’이자 ‘구심점’이었다.

그런 김정은이 팀을 떠났고, 하나은행의 에이스 자리는 강이슬에게 넘어왔다. 만약 김정은이 하나은행에 남았다면, 강이슬도 그만큼의 공격 기회를 가져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은 언니가 있었으면, 그만큼 기회를 얻지 못했겠죠. 그런데 언니가 없으니까 저한테 쏠리는 부분들이 정말 벅찼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이런 부담 속에 10년 이상 팀을 이끌었던 언니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나중에 슛에 자신이 생기고, 스스로 좀 올라왔다고 느꼈을 때는, ‘지금 정은 언니랑 같이 뛰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뭐... 언니는 지금 행복하다니까...”

강이슬은 김정은이 팀에 남았다면 자신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서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으리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조금 더 탄탄하게 잘 배우면서 성장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은 언니 플레이를 많이 따라 하려고 했어요. 슛은 저한테 강점이 있지만, 그거 빼고 다른 거는 언니가 다 잘하니까, 그걸 보면서 배우는 과정이었거든요. 그걸 흡수하기 전에 언니가 떠난 거죠. 언니가 있었으면 제가 좀 더 다듬어졌을 거로 생각해요. 경기 외적으로도요!”

어쨌든 강이슬은 리그를 대표하는 득점원이자 3점슛에 대해서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선수다. WKBL 역대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변연하 BNK 코치는 강이슬에 대해 “대체 림을 언제 보고 올라가는 건지 모를 정도로 슛 타이밍이 빠르다”고 칭찬했다. 또한 자신이 기록한 1000개의 3점슛 기록도 결국 강이슬에 의해 깨질 것으로 예측했다.

“림이요? 안 보고 올라가요. 저는 그렇게 안 하면 슛 못 쏴요. 수비가 그때까지 기다려주지 않거든요. 일단 감으로 올라가요. 림을 보지 않더라도 공간감 같은 건 느낄 수 있으니까요.”

“솔직히 3점슛 1000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3점슛 400개 최연소 기록을 세우고 난 다음에, 다른 언니들이 비슷한 기록으로 상 받는 걸 보면서 ‘나는 저 언니 나이 때, 더 많이 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찾아봤어요. (변)연하 언니가 1014개를 넣었더라고요. 안 다치고 지금처럼 하면 은퇴할 때쯤 그 기록에 근접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근접할 거면 깨보자는 생각을 했죠. 연하 언니가 그런 칭찬을 해주셨다는 걸 기사로 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저는 레전드 선배님들이 그런 말을 해주시는 게 정말 좋아요. 적어도 슛 하나는 그런 엄청난 언니들한테 인정받았다는 거니까요.”

 

#4
다시 말하지만, 강이슬은 하나은행의 에이스다.

2019-20시즌의 정규리그 3위 자리를 놓고 중요한 승부가 펼쳐졌던 지난 3월 9일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강이슬은 부상을 딛고 3점슛 5개를 꽂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훈재 하나은행 감독은 강이슬에 대해 “확실히 무게감이 있는 에이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이스 역할에 대한 부담이 항상 컸어요. 비교 대상이 혜진 언니나 (강)아정 언니(KB), (김)단비 언니(신한은행)였는데, 보통 나보다 4-5살 많은 선배들이었거든요. 비교 대상의 수준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그런 언니들이랑 비교가 되니까,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에이스라는 말은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싫지는 않아요.”

그러나 강이슬은 “팀을 이기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부족하다”며, 자신이 에이스로서는 아직 무게감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훈재 감독의 칭찬과는 상반된 자평이다. 그렇다면 강이슬이 꼽는 각 팀의 에이스들은 어떨까?

“우리은행은 역시 혜진 언니죠. 클러치 상황에서 믿고 갈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표팀이 작년에 중국을 이길 때도 마지막에 혜진 언니가 해결했잖아요. 아직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아요. 에이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것 같아요.”

“(박)지수는 나이는 어리지만 진짜 에이스에요. 그냥 에이스로 자라난 애 같아요. 생각부터 달라요. 어려서부터 그런 상황을 겪어서인지 몰라도 힘든 걸 자기가 다 짊어지고 가요. 팀이 지면 다 자기 탓이고, 이기면 동료들 덕이라고 생각해요. 말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신체조건도 좋고, 센스도 있고, 머리도 좋고, 농구를 정말 잘하는데 마인드까지 그냥 완전 에이스에요.”

“단비 언니는 누가 봐도 에이스잖아요. 상황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신한은행을 이끌고 간 선수가 단비 언니니까요. 공격과 수비가 다 되는 선수! 신한은행 하면 그냥 ‘김단비’라는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나요? 에이스의 존재감이죠.”

“삼성생명은 (김)한별 언니랑 (배)혜윤 언니를 같이 얘기해야 할 거 같아요. 둘 중 한 명이 빠지거나 부진하면 팀의 경기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에이스라면 그만큼 팀에 영향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 팀은 제가 없어도 별로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잖아요. 제가 부족한 거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강이슬이 문득 BNK라는 이름을 듣자 멈칫한다. 그러더니 이내 만면에 장난기를 머금었다.

“BNK는 솔직히 국내 선수 중에 확실한 에이스가 없었던 거 같아요. 구슬이가 그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사실 (구)슬이는 제 친구지만... 더 해야죠! 하하! 정신력이 좀 약해요. 저도 그랬거든요. 산전수전 겪고 더 고생해봐야죠. 저 한참 고생할 때 슬이는 나갔다 왔잖아요. 한참 더 해야 돼요!”

 

#5
단점을 하나씩 지워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강이슬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수비다. 그에게는 항상 ‘효율성’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공격에서 좋은 역할을 하지만 결국 수비에서 놓치는 것이 더 많다는 것. 

“인정! 맞아요. 저 수비 잘 못 해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예전 제 경기 영상을 찾아보고 최근 경기도 다시 봐요. 솔직히 그렇게 비교해보면 그래도 저 수비 많이 늘었거든요. 나중에 정말 수비가 많이 늘어서 어느 정도 잘하게 되더라도 ‘강이슬은 수비 못 하는 애’라는 선입견은 남아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밖의 이야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저 스스로 팀에서 ‘수비 구멍’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저 진짜 이전보다는 나아지지 않았어요?”

우리은행만 만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부분도 지적을 받는다. 하나은행이 지난 4년간 우리은행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데에는 강이슬의 부진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 특히 박혜진의 수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다.

“우리은행 전에 부진한 건 사실이죠. 그런데 혜진 언니 때문은 아닌 거 같아요. 혜진 언니도 정말 수비를 잘하는 선수지만, 저는 정은 언니가 더 버겁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은 언니랑 단비 언니가 WKBL에서 수비를 가장 잘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혜진 언니한테 지레 겁먹고 힘들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언니가 다른 장점에 비해 힘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언니랑 매치업이 되면 포스트업을 많이 시도해요. 그러면 언니가 파울로 끊을때도 많아요.”

지난 시즌에도 강이슬은 우리은행 전에 고전했다. 

우리은행과의 4경기에서 평균 12점, 3점슛 경기당 1.3개 성공, 3점 야투율 27.8%. 상대적으로 가장 약한 팀이 우리은행이었다. 26경기를 뛰면서 그가 3점슛을 단 1개도 성공하지 못했던 경기가 3번이었는데, 그 중 우리은행 전이 2번이다.

지난 4년간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에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에이스이자 주 득점원인 강이슬의 부진이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물론 강이슬이 우리은행 전에 꾸준히 약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만 만나면 작아졌던 강이슬은 2017-18시즌,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 시즌, 강이슬은 우리은행 전에서 경기당 3.1개의 3점슛을 기록했고, 성공률은 무려 64.7%였다. 우리은행과의 7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3점슛 성공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이어진 두 시즌에는 다시 고전이 이어졌다.

“제가 혜진 언니를 상대로 포스트업을 하면 우리은행은 정은 언니가 바꿔 막기로 들어와요. 언제부턴가 그러더라고요. 게다가 우리은행은 워낙 팀 수비가 좋다 보니까 한 명을 제쳐도 다른 선수가 빠르게 막아서거든요. 팀 수비가 너무 견고해요. 밖에서는 혜진 언니가 계속 따라다니고, 안으로 들어가면 정은 언니가 나오고, 제쳐서 찬스를 만들면 또 다른 선수가 나와요. 그게 우리은행의 무서운 점이고, 제가 힘든 경기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겨내야죠.”

강이슬은 팀 내에서 체력이 좋은 선수다. 어려서 육상(장거리 달리기)을 했기 때문에 지구력에도 장점이 있다.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면서도 자기 장점을 살릴 수 있다. 

“이훈재 감독님은 움직임을 더 효율적으로 가져가라고 하세요. 쓸데없는 데에서 힘 빼지 말고 스크린을 받았을 때 잘 움직여서 기회를 잡으라는 거죠. 그런데 지금까지 농구를 그렇게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움직임을 만드는 게 아직 부족해요. 여전히 많이 움직여서 기회를 잡는 게 더 편해요. 그렇게 뛴다고 슛 밸런스기 크게 깨지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농구 하는 연습은 분명히 필요할 것 같아요.”

 

#6
강이슬은 2019-20시즌 중, WNBA 디펜딩 챔피언인 워싱턴과 트레이닝 캠프 계약을 맺었다. WNBA 무대 진출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리그 개막이 불투명해졌다. 불운이다.

“WNBA는 정말 가고 싶죠. 팀이 워싱턴이라는 것도 뭔가 좀 멋있지 않아요? 미국의 수도이기도 하고, 이름도 멋진 것 같고... 그런데 지금 상황이 워낙 좋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발목 부상인 상태에서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했으면 제대로 못 하고 오히려 기회만 놓쳤을 수 있잖아요. 차라리 몸을 제대로 만들어서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면, 다행일 수도 있어요.”

일단은 WNBA보다는 다음 시즌을 겨냥하는 것이 우선이 됐다.

“당연히 더 잘하고 싶어요. 다음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데, 진짜 여자농구에서도 ‘FA로이드’라는 말을 들을 만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거보다 더 중요한 건 플레이오프 진출이에요. 이번 시즌은 나름 재미있었거든요. 팀 성적이 예년보다 올라가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3위를 했는데도 플레이오프를 못 갔잖아요. 정말 플레이오프를 뛰어보고 싶어요. 제 손으로 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고 싶어요.”

이번 에어컨 리그부터 적용된 개정 FA 제도로 인해 WKBL은 ‘박혜진 쟁탈전’으로 4월을 보냈다. 강이슬 역시 내년에 이 자격을 획득한다. 이미 검증된 기량과 대한민국 최고의 3점 슈터라는 점, 그리고 아직 젊다는 부분 등 많은 것들이 강이슬의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꾸준히 성장해 온 강이슬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다는 점은 그의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WKBL 3점슛의 역사를 새로 쓰며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난 강이슬이 리그 영건의 선두주자로 펼쳐 낼 새로운 드라마를 주목해보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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