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국내 선수만으로 이루어진 WKBL을 볼 수 있을까? FA 제도에 변화를 가져오며, 지난 4월 한 달을 ‘박혜진의 선택’에 올인했던 WKBL의 새로운 화두는 외국인 선수 제도 변경이다.

WKBL은 리그 평준화를 목표로 2012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목표에 부합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이후 꾸준히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줄여왔다. 

그리고 이제는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이 등장했다. WKBL은 이에 대해 '제도 개선 위원회'를 통해 논의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변수가 등장했다. 일단 2020-21시즌은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진행해보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히 말하면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가 아니라 중단이다.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선수들의 입국이 어렵고, 선수들의 지원도 없을 것이며, 설령 지원자가 있다 해도 WNBA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어 이들의 기량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종목들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다. 개막과 동시에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KBO와 K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아무 문제 없이 활약하고 있다. 

세계적인 팬데믹 사태에도 불구하고 리그가 개막했다는 점이 세계적인 관심의 첫 번째 이유겠지만, 자신들의 눈에 익숙한 해외 국적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도 인기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리그에서 활약하며,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얼마나 모범적으로 이겨냈는지를 증명하는 민간대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선수들의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는 해석의 차이가 느껴진다. 오히려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WNBA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겨울 시즌에 주로 활약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터키,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다. 올겨울 정상적인 리그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곳도 있다. 리그를 연다 해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반면 방역 모범국가로 인정 받은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높아지고 있다. KBO와 K리그의 중계권이 해외에 판매되며 긍정적인 노출이 많이 되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번 외국인 선수 선발회는 최근 몇 년 간의 흉작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가 따를 수도 있다.

그동안 WKBL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나 유럽 상위 리그와 현격히 차이가 나는 급료의 문제였다. 

WKBL 구단들이 제시하는 월 25,000$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WKBL이 기대하는 수준의 선수들은 중국과 유럽리그로 빠져나가고, 현재의 지원자들은 계약 조건을 하향 조정해도 들어올 선수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중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상위 팀에서 뛰는 WNBA 출신 선수들의 몸값은 6억~10억원 정도까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외국인 선수 제도의 폐지를 주장한 WKBL의 한 지도자는 “자유계약으로 풀어서 정말 수준 높은 선수들이 들어올 수 있다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용해도 이유가 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 의견에 동참한 감독들 역시 “현재 WKBL에 지원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을 볼 때, 리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WKBL은 외국인 선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드래프트 시기를 앞당기기도 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런 선수들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적은 지원과 낮은 수준이 문제라면, 이번 시즌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원자들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WKBL 구단들은 대부분 WNBA 경력자들을 선발한다.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선수들이 우선순위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대학 시절 활약도 확인을 하고 선택한다. WNBA 시즌이 열리지 않아 당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선수를 선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하고 8시즌을 치른 만큼 외국인 선수와 관련해 각 구단의 노하우도 당연히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무능이다.

매년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고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던 KOVO는 이번 시즌, 트라이아웃 없이 드래프트를 한다고 발표했다. KBL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 선수 운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야구, 축구, 남자 농구, 남녀 배구에 존재하지 않는 이슈가 유독 여자 농구에서만 치명적인 주제로 부각된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상황을 해석하는 시선이 왜 여자 농구만 다른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존속 여부는 WKBL이 오랫동안 고민해 온 여자농구 저변 확대, 유망주의 기회 증가, 리그 발전 및 한국 여자 농구 수준 향상 등과 맞물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리그 발전과 한국 여자 농구를 위한 진중한 고민 끝에 내린 용단일 것이다. 그런 만큼 WKBL의 결정을 신뢰하고 지지해야 한다. WKBL의 새로운 집행부는 지난 2년 동안 여러 발전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치열한 고민 외에 확고한 명분과 근거도 필요하다. 현행 유지가 아니라 변경이라면 더욱 그렇다. 멀리 보는 안목도 있어야 한다.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선수 제도를 일시 중단한다'는 발상은 명분과 근거도 부족하고, 장기적으로 여자농구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라는 느낌도 없다. 

제도 존속 여부를 놓고 진행되는 진지한 고민이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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