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2019-2020 프로농구 MVP는 허훈이었다. 기자단 투표 111표 중 63표 획득. 2위 김종규가 47표, 송교창이 1표를 얻었다. 허훈, 김종규, 송교창 세 명. 그 외 이름은 없었다.

43경기 전 경기 출전,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 국내 선수 블록슛 1위… 차점자 김종규가 MVP 후보에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팀을 1위로 이끌었다는 부분이었다. 만약 김종규의 DB가 2위로 시즌을 마쳤다면, 그의 개인 기록이 그대로였더라도 47표를 받긴 어려웠을 터.

서울 SK는 김종규의 원주 DB와 함께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 팀의 올 시즌 에이스는 최준용이었다. 사실 지난 몇 년, SK의 간판은 김선형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최준용이 그 자리를 치고 올라왔다. 김선형이 못해서가 아니었다. 최준용이 마침내 껍질을 벗고 나왔다. 

리그에는 득점을 잘하는 선수가 많다. 큰 키로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잘 잡는 선수도 많다. 번뜩이는 패스로 어시스트를 잘하는 선수도 많이 봤다. 그러나 이 셋을 다 잘하는 다용도 맥가이버 칼은 리그에 오직 최준용밖에 없다.

 

최준용은 칼이 많은 선수다. 그는 올 시즌 11.8점 6.0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30경기 이상을 뛴 국내 선수 중 득점 & 리바운드 & 어시스트 부문 모두 8위 안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공격 말고 수비 코트에서도 칼을 숨기고 있다. 평균 0.9스틸 0.8블록슛. 스틸-블록슛 부문을 나란히 0.8개 이상 물 들인 국내 선수는 최준용밖에 없다. 이 부문은 외국 선수를 포함하더라도 치나누 오누아쿠(1.4스틸-1.5블록슛)에 이어 최준용이 유일하다.

 

 

심지어 그는 덩크도 한다. 올 시즌 코트를 밟은 국내 선수는 153명인데, 그중 덩크슛을 1개라도 성공한 선수는 단 17명으로 희귀했다. 그중 최준용은 경기당 0.3개의 덩크를 성공하며 김종규(0.8개)에 이어 리그 두 번째로 많은 덩크를 기록한 선수였다. 

그런데 그는 3점슛도 잘 넣는다. 경기당 5.5개 3점슛을 던져 1.9개를 35.4% 확률로 성공했다. 저 정도로 덩크를 하면서 이렇게나 많은 (그리고 정교한) 외곽 아치를 그리는 혼종(混種). 최준용은 리그라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혼종이었다.

너무 다재다능한 탓이었을까? 올 시즌 시상식에서 최준용을 위한 트로피는 없었다. MVP, 베스트5, 수비 5걸, 한 시즌 최고의 선수들을 뽑는 자리에서 그의 이름은 어디에도 불리지 않았다. 무관의 제왕. 

하지만 리그가 재개돼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이 그대로 열렸더라면, 어쩌면 그는 트로피 하나를 쟁취해냈을지도 모른다. 만약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는 날, 챔피언 결정전 MVP를 예측하는 내기를 했다면, 이 무관의 제왕은 틀림없이 많은 표를 모았을 것이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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