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KBL의 MVP 수상 트렌드가 바뀌어 가는 걸까.

KBL에서 2년 연속으로 선두권이 아닌 팀에서 정규리그 MVP가 나왔다. 지난해 KCC 이정현이 MVP를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KT 허훈이 MVP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정현과 허훈 모두 소속 팀의 순위가 선두권 밖에 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정현이 MVP를 받은 2018-2019시즌에 KCC는 리그 4위를 차지했다. 허훈의 KT는 2019-2020시즌을 6위로 마쳤다. 이정현과 허훈 이전에 비슷한 사례는 2008-2009시즌의 주희정뿐이었다. 당시 소속 팀 KT&G가 7위에 머무르며 플레이오프 티켓도 따내지 못했음에도 주희정은 MVP가 됐다. KBL 역사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선수가 정규리그 MVP를 받은 유일한 사례다.

KBL의 정규리그 MVP 수상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법하다. 1997년 출범 이래 정규리그 MVP는 대부분 1위 팀에서 나왔다. 2위 팀에서 MVP를 수상한 사례도 많지 않았다. MVP를 받으려면 팀 성적이 기본적으로 바탕이 돼야 했다. 이전의 사례들만 보면 팀 성적은 MVP 수상의 ‘필수 조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정현, 올해 허훈이 정규리그 MVP를 잇따라 수상하면서 흐름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소속 팀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더라도 선수 개인의 활약과 존재감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MVP 수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이정현, 허훈처럼 팀 순위는 조금 낮더라도 외국선수와 대적할 만한 존재감을 보인 선수가 MVP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 있다. 최근 2년의 경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정규리그 MVP 레이스에서 팀 성적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허훈의 정규리그 MVP 수상은 KT 구단에서도 의미 있는 경사다. 2010-2011시즌의 박상오 이후 9년 만에 정규리그 MVP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MVP였던 박상오는 KT의 정규리그 1위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부족 논란에 시달렸던 바 있다. 이번엔 허훈이 정반대의 케이스로 MVP가 됐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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