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주희정 고려대 감독 대행은 KBL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수다.

안양 KT&G(현 안양 KGC인삼공사) 소속이었던 2008-2009시즌에 그는 소속팀 KT&G가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음에도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지 못한 팀의 선수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사례는 지금까지도 주 감독이 유일하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 레이스는 KT 허훈과 DB 김종규의 2파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허훈은 소속 팀 KT의 순위가 6위로 높지 않지만 임팩트, 화제성, 기록 등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반면 김종규는 43경기 모두 출전하고 소속 팀 DB가 정규리그를 공동 1위로 마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둘의 MVP 레이스에 대해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전무후무한 플레이오프 탈락 팀 소속 MVP인 주희정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주 감독은 MVP 수상을 가늠할 중요한 요소로 선수 개인의 공헌도 기록을 꼽았다.

주 감독은 “제가 MVP를 받았을 때 저희 팀의 성적이 29승 25패였다. 저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허훈의 KT가 어쨌든 6강권을 유지한 채로 시즌을 마치긴 했다. 하지만 DB가 공동 1위로 시즌을 끝냈고 김종규는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도 차지했다. 우승 팀에서 그 정도 기록을 만들어낸 것은 분명 메리트가 있다”며 “여기에 공헌도 기록도 중요하다. 김종규는 국내선수 공헌도 2위다. 허훈(5위)보다 높다. 저 같은 경우도 MVP를 수상할 당시에 공헌도 국내 1위를 차지한 것이 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주 감독은 공헌도 부문에서 국내선수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 함지훈과의 공헌도 기록 차이가 500점 넘게 났다. 외국선수를 포함해도 리그 전체 4위였다. 당시 주희정보다 공헌도 점수가 높은 선수는 KBL을 통틀어 테렌스 레더(삼성), 브라이언 던스턴(모비스), 크리스 다니엘스(동부) 3명뿐이었다. 그만큼 주 감독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당시 주 감독의 활약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5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는 점이었다. 임팩트뿐만 아니라 꾸준함도 대단했다.

주 감독은 “허훈의 경기 수가 적다. 부상 때문이다. 그 부분이 아쉽다. 결장이 많으면 경기 출전 횟수와 공헌도 기록도 당연히 내려간다. 그 점에서 허훈이 김종규에게는 밀린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올 시즌은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변수로 리그가 조기 종료됐다는 독특한 변수가 있었고 허훈의 KT는 어쨌든 6위 안에 들어갔다. 허훈과 김종규가 공동 MVP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은 김종규 쪽에게 조금 쏠리는 것 같다. 한 경기도 안 쉬고 뛰었고 공헌도도 높다. 허훈이 김종규처럼 한 경기도 결장하지 않았더라면 저도 허훈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실제로는 김종규는 전 경기에 출전했고 허훈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허훈이 뛰어난 시즌을 보냈지만 모든 기록 부문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도 아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김종규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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