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한번 하시죠.”, “밥 한번 먹자!”

대한민국에서 이 말의 속뜻은 단순히 정겨운 인사말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말의 속뜻을 무시하고 실천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루키 더 미쉐린’이 이번에 찾은 팀은 창원 LG 세이커스다. 스케줄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새해 1월 초, LG 선수단이 머무는 이천 LG 챔피언스파크를 방문하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은 필자는 새해 인사에 앞서 “기자님, 식사하러 언제 오시나요?”라는 인사말을 들었다. 반가운 초대를 거절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핑계 김에 찾아갔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전국적으로 겨울비가 예보된 날이었다. 오전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이천 터미널에 도착하니 많은 비를 내렸다. 택시를 타고 LG 선수단이 머무는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에 있는 LG 챔피언스파크 정문에 내렸다.

실수였다. 이후 약 10여분을 더 걸어 들어간 뒤에야 선수단 숙소가 나왔고 출입증을 받는 과정에서 “여기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오셔도 되는데 고생하셨네요”라는 인사말을 관리인에게 들었다. 

365일 맛있고 건강한 식탁

LG 챔피언스파크는 농구단뿐 아니라 야구단도 함께 머무는 곳이다. 농구단과 야구단의 동선은 전체적으로 겹치지 않는다. 다만 체력 단련실과 식당은 다 함께 사용한다. 그렇게 두 팀이 모이는 한 공간에서 365일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바로 LG 아워홈 신솔 영양사(왼쪽)와 유경민 조리사(오른쪽)다.

올해로 7년 차로 선수단의 영양을 관리한 신솔 영양사는 “농구와 야구 선수들의 식단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영양 균형을 위해 단백질과 탄수화물에 신경을 쓴다”고 식단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함께 식단 관리에 책임지는 유경민 조리사는 9년 경력을 자랑한다. 유 조리사는 “농구 시즌에는 상주하는 직원을 포함해 80인분 정도 준비한다. 농구와 야구가 겹치는 봄에는 150인분까지 늘어난다”며 1년 365일 매일매일 맛있는 음식에 신경 쓴다고 전했다.

많은 식단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모두 “트렌디한 메뉴”라고 대답했다.

신솔 영양사는 “보통 김치를 포함해 9찬을 준비한다. 불고기류, 철판 볶음, 탕류 등을 준비한다. 또 삼겹살 혹은 소고기를 구워 먹는 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찬이 겹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유경민 조리사 또한 “회의를 통해 함께 식단을 고민한다. 선수들의 취향을 확인하고 새로운 음식을 준비했을 때 선수들의 반응도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선수들의 피드백 중 재미난 것이 있었는지 묻자 신솔 영양사는 “많지는 않다. 하지만 예전에 한 선수가 개인적인 음식 취향을 말하며 단체급식으로는 준비하기 어려운 해삼을 먹고 싶다 한 적이 있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단체 급식 특성상 익히지 않은 음식은 준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유경민 조리사도 “어쩔 수 없이 조리된 음식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고 행여나 선수들이 잘못되면 큰일이 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선수 입맛은 어떨까? 두 사람은 “외국선수들의 음식을 따로 준비하지는 않는다. 특별히 까다로운 선수가 없었으며 성격도 좋아 (한식을) 잘 먹는다”고 말했다.

평소 농구단에 관심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유경민 조리사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선수들과 함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고 경기 결과에 따라 선수단과 같은 기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되는 동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취재 당시 LG 선수단의 저녁은 소고기구이, 여기에 새우 버터 야채 볶음, 두부 구이, 콩나물국이 준비되고 있었다.

신솔 영양사는 “특별히 구단에서 고기를 준비해주셨다. 선수들이 마음껏 고기를 구워 먹는 날이다”라며 메뉴를 설명했다.

즐거운 저녁 식사

오후 훈련을 끝낸 선수들이 하나둘 식당을 찾았다. 조용하던 식당은 어느새 시끌벅적해졌다. 필자 또한 한편에 준비된 식탁에서 구단 관계자와 저녁 식사를 시작했다.

세상에 공짜 소고기가 없다는 말이 있다. 청렴을 대표하는 문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고기에 대한 가치를 한편으로 높게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연히 찾은 날이었지만 구단에서는 선수들을 위해 약 23kg의 소고기를 준비한 것, 도매업을 찾아 최상급으로 직접 구했다고 한다.

소고기가 익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빠르게 맛을 볼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푸른 들판 위의 소가 내 입속에서 뛰어노는 듯하다’라는 시적인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 두텁고 연한 육질의 부드러운 고기, 육즙이 살아있었다. 살살 녹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계속해서 소고기가 불판 위에 올랐다. 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준비된 콩나물국에도 숟가락을 넣었다. 싱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달리 콩나물국은 적당한 간과 얼큰함이 느껴졌다. 누구 입에도 싱겁지도 짜지도 않는 “간이 딱 맞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 순간 LG 외국선수 캐디 라렌이 두 번째 콩나물국을 담으며 “Korean food is good. I like Korean food”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음식이 맵지 않은지 묻자 라렌은 “Not spicy”라는 말과 함께 김치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고기를 구워 먹는 날에는 많은 반찬이 나오지 않는다. 특별한 상차림은 없었지만 평소 선수단의 식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신솔 영양사와 유경민 조리사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매일 매일 준비할 음식이 많아 시간이 촉박하고 바쁘지만, 언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이 잘 먹을 수 있게 돕겠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건강한 식단을 약속했다.

사진 = 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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