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WKBL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내일(4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모든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변수가 적고, 개인 연봉 상한액(3억원)을 원소속 구단으로부터 제시 받으면 이적이 불가능해 '재미없는 FA'의 대명사였던 WKBL은 2차 FA부터 원소속 구단 우선 협상을 폐지하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MVP 박혜진(우리은행)이 FA 자격을 획득하면서, 모든 구단이 박혜진을 노리는 ‘박혜진 쟁탈전’이 막을 올릴 전망이다. 하지만 박혜진 외에도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15명이 더 있다. 

6개 구단 모두 기본적으로 소속팀의 FA 선수들을 모두 잔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핵심 선수일수록 다른 팀에게 내줄 수 없다는 의지는 더욱 강하다. 현재는 ‘박혜진 쟁탈전’의 간판에 가려 있지만, 박혜진 외에도 각 팀이 상황에 따라 노릴 수 있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각 구단의 전력을 흔들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고 있는 FA선수는 누가 있을까?

실력은 확실, 변수는 몸상태
박혜진과 함께 우리은행을 이끈 공수겸장의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은 기량 면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블루칩이다. 사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현역 선수 중 통산 득점 1위(7,041점, WKBL 역대 3위)에 올라있는 김정은은 정선민 전 신한은행 코치가 기록 중인 역대 최다 득점(8,140점)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다.

김정은은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번 시즌 KB와의 맞대결에서도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과 매치업 되며 팀의 우위를 이끌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 박혜진과 더불어 김정은의 공이 가장 컸다고 밝혔다.

3-4번 포지션을 오가며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로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김정은은 모든 팀이 탐낼 수밖에 없는 선수. 

하지만 몸 상태가 고민이다.

무릎과 허리에 고질적인 부상이 있는 김정은은 이번 시즌 막판에는 아킬레스 건 통증까지 겹치며 고군분투했다. 이러한 김정은의 몸 상태가 다른 팀들에게는 고민이다. 김정은은 시즌 중 “선수생활을 오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몸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부분을 전제로 했다.

김정은을 영입할 경우 보상선수가 김정은을 제외하고 3명밖에 묶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정은이 최소 3년 정도 현재의 기량을 꾸준히 유지해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주전급 선수의 출혈을 감안하며 영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몸 상태가 변수로 떠오른 것은 박하나(삼성생명)도 마찬가지.

2013년 삼성생명으로 FA 이적을 했을 당시만 해도 오버페이 논란에 시달렸던 박하나는 이후 삼성생명에서 확실한 득점원으로 자리 잡았다. 

데뷔 이후 FA자격 취득까지 6시즌 동안 181경기 평균 19분 6초를 뛰며 4.4점 2.0리바운드 0.8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26.1%였던 박하나는 삼성생명으로 옮긴 뒤 2018-19시즌까지 5시즌 동안 166경기 평균 33분 16초 출전에 12.3점 3.2리바운드 2.3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5.1%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줬다. 오버페이 논란을 모범 FA의 사례로 바꿨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11경기밖에 출전을 하지 못했고 평균 7.1점 1.6리바운드 2.2어시스트에 그쳤다. 국가대표팀 소집기간 중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이후 꾸준히 복귀를 시도했지만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박)하나가 비시즌에 컨디션도 정말 좋았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박하나의 부상을 아쉬워했다.

득점력과 외곽슈팅 능력을 인정받았고, 수비에서도 적극성을 보이는 박하나 역시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면 많은 팀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선수. 이번 시즌 부진으로 인해, 영입시 보호선수도 박하나를 제외하고 4명까지 묶을 수 있다. 

2차 FA 선수 중 기량과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박하나는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실제로 몇몇 구단은 박하나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가운데, 자칫 고질병이 될 수 있는 무릎 상태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 FA만 아니었어도...
안혜지(BNK)는 최근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선수다. 

데뷔 후 2017-18시즌까지 총 71경기에서 평균 9분 남짓 활약하며 평균 1.6점 1.1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안혜지는 2018-19시즌, 35경기 전경기를 소화하며 평균 34분 이상을 뛰었고 6.5점 3.0리바운드 6.4어시시트를 기록했다. 당연히 정규리그 기량발전상(MIP)의 주인공이 됐다.

안혜지는 2019-20시즌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경기에 출전했고 평균출전 시간은 1위(37분 16초). 10.3점 3.2리바운드 7.7어시스트로 다시 한 번 개인 커리어하이를 갱신했다.

특히 선수 생활 내내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야투 부분에서 엄청난 발전을 보이며 3점슛 성공률 3위(36.2%)로 올라섰다. 2017-18시즌까지 통산 3점 성공률 17.0%였던 선수의 놀라운 반전이다.

높이의 약점이 있고, 어시스트는 많지만 경기 리딩 자체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안혜지는 여전히 발전가능성이 더 크고, 가드가 절실한 팀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KB의 김민정도 많은 관심의 대상. 

이번 시즌 식스우먼상을 받은 김민정은 3-4번 포지션에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평균 23분 이상을 뛰고 있지만, KB가 아닌 다른 팀이었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할애받고 활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민정은 최근, 국가대표에도 꾸준히 선발되고 있다. 아직까지 대표팀에서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지만 팀 주전이 아님에도 국가대표에 선발된 다는 것은 그만큼 활용도를 인정받고 있는 것. 여전히 성장중이라는 부분도 김민정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이다. 

안혜지와 김민정이 FA로 팀을 옮길 경우, 이들을 영입하는 팀은 이들을 제외하고 3명 만을 보호선수로 묶을 수 있다. 게다가 안혜지와 김민정은 모두 1차 FA로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소속팀 잔류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들이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된다면, 영입에 뛰어들 팀은 분명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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