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프로농구가 느려졌다.

지난 24일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의 이사회 발표에 따라 막을 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2015-2016시즌 이후 가장 느린 시즌이었다. 리그 평균 경기 페이스가 72.1로 뚝 떨어졌다.

페이스(pace) 기록이란 한 팀이 경기에서 가져가는 포제션의 평균이다. 페이스 수치가 높을수록 그만큼 빠른 템포로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간 것을 의미한다. 올 시즌 KBL의 평균 페이스는 72.1이었다. 원주 DB가 74.1로 가장 빨랐고, 그 뒤를 부산 KT(72.8), 서울 SK(72.6) 등이 이었다. 창원 LG가 70.6으로 제일 느렸다. 

그런데 경기를 지켜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신장 제한이 있었던 지난 시즌이 오히려 더 그리웠을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리그 평균 페이스는 75.6에 달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를 기록한 DB(74.1)가 지난 시즌 가장 느렸던 고양 오리온(74.8)보다 낮을 정도다. 올 시즌 나온 72.1 페이스는 지난 15-16시즌(70.5) 이후 4년 만에 최저 페이스다. 

 

리그 페이스가 전체적으로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외국 선수 제도의 변화다. 

KBL은 지난 시즌 외국 선수 2명을 장/단신으로 나눠 장신은 200cm, 단신은 186cm 상한선을 뒀다. 또한, 1~3쿼터 중 2개 쿼터에는 2명이 동시에 뛰었다. 그러나 KBL은 올 시즌부터 제도를 전면 바꿨다. 신장 제한을 폐지했고 기존처럼 2명을 보유하되 모든 쿼터에 1명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새로 바뀐 제도는 리그에 더 큰 선수들을 불러 모았지만, 작은 선수들을 전멸시켰다. 

올 시즌 팬들은 캐디 라렌(204cm), 치나누 오누아쿠(206cm) 등 2미터가 넘는 수준 높은 빅맨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마커스 포스터나 기디 팟츠 등의 단신 외국 선수는 사라졌다. 시즌 초반 오리온과 전자랜드가 각각 조던 하워드(178cm)와 섀넌 쇼터(185cm)로 소신껏 로스터를 꾸렸으나, 결국 시즌 중반 모두 장신 선수로 교체됐다. 

 

KBL은 지난 15-16시즌 이후 꾸준히 페이스가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곽의 한 축, 아니 중심축을 담당하던 단신 외국 선수의 전멸은 리그를 다시 재즈에서 클래식으로 만들었다. 올 시즌 전례 없는 순위 싸움과 조기 종료 이슈로 인해 가려졌을 뿐, 이대로 다시 페이스가 뒷걸음질 친다면 팬들은 하품할 수도 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열린 NBA의 페이스는 100.2로 EDM에 가까웠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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