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2019-2020 DB가 8년 만에 새 산성 재건에 성공했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이 지난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이른 시즌 종료를 선언하면서, 원주 DB 프로미의 2019-2020시즌도 끝났다. DB는 서울 SK와 함께 나란히 28승 15패를 기록하며 공동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19-20 DB는 대단했다. 평균 득점이 83.5점으로 리그에서 제일 높으면서도 평균 실점 또한 78.3점으로 리그에서 7번째로 낮았다. 그렇다면 DB는 공격의 팀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세부 기록을 보면 DB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수비의 팀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평균 득실은 허점이 있다. 팀의 경기 페이스에 따라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올 시즌 평균 실점이 가장 낮은 팀은 울산 현대모비스였다. 하지만 올 시즌 현대모비스의 수비는 썩 좋지 않았다. 다만 느렸을 뿐. 현대모비스의 올 시즌 페이스(pace, 48분 환산 공격 기회)는 70.7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느렸다. 느린 공격을 펼치는 ‘늪 농구’로 상대 공격 기회 또한 억제하면서 실점의 총량을 낮춘 것이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나온 2차 스탯이 바로 디펜시브 레이팅(100번의 수비 기회에서 실점 기대치)이다. 이 수치에 따르면 DB는 올 시즌 99.8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실점 기대치를 기록했다. 2위 SK가 101.6으로 DB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디펜시브 레이팅을 기록했다. 

2019-2020 KBL 디펜시브 레이팅
1. 원주 DB 99.8
2. 서울 SK 101.6
3. 안양 KGC 102.7
4. 전주 KCC 104.5
5. 울산 현대모비스 106.2
6. 창원 LG 107.2
7. 서울 삼성 107.4
8. 인천 전자랜드 107.6
9. 고양 오리온 110.8
10. 부산 KT 110.9

DB가 두 자릿수 디펜시브 레이팅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1-2012시즌(98.2)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11-12시즌은 로드 벤슨과 김주성, 윤호영이 축을 이뤄 44승 10패 8할 승률로 리그를 호령했던 ‘동부산성’ 시절이다. 뿐만 아니라 KBL에서 두 자릿수 디펜시브 레이팅이 나온 것 역시 2013-14시즌(현대모비스 99.4) 이후 처음이다.

 

직전 시즌만 하더라도 DB는 이 부문 리그 하위권이었다. 지난 시즌 DB의 디펜시브 레이팅은 109.1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DB는 지난해 국내 선수 리바운드 1, 2위가 윤호영(4.7개)과 김태홍(3.6개)이었을 정도로 높이가 낮았다. 

당해 최종 8위로 시즌을 마치고 팀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한 DB는 비시즌 선수 보강에 힘썼다. 대표적인 선수가 김종규다. 영입 당시 오버 페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직전 시즌 국내 선수 블록왕 김종규는 올 시즌도 국내 선수 기준 블록과 리바운드 2관왕을 차지하며 ‘DB산성’을 세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골밑 수비를 염두에 두고 데려온 치나누 오누아쿠 카드도 10.3리바운드(전체 4위) 1.5블록슛(전체 1위)으로 제대로 적중했다. 벤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김현호의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김현호는 올 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한 KBL 전체 선수 중 디펜시브 레이팅 전체 1위(98.8)다. 오누아쿠(2위)와 김종규(6위)보다 더 견고했다.

8년 만에 재건한 산성. 비록 예상치 못한 결말로 우승 도전은 무산됐지만, DB의 올 시즌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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