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상혁 기자] "잠을 자도 새벽에 벌떡벌떡 눈이 떠집니다. 생각도 많아졌어요."

지난 2월 추일승 감독의 사퇴로 고양 오리온 사령탑을 맡게 된 김병철 감독대행은 지난 17일 고양체육관에서 <루키 더 바스켓>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말했다. 

김병철 대행은 오리온의 전신인 동양제과 농구단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1997년 프로 출범 이후부터 2011년 은퇴까지 오리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뛰었고, 2012-2013시즌부터는 코치로 팀을 지켜온 '원클럽맨'이다. 

이런 그가 언젠가는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시즌 동중 갑작스럽게 사령탑을 맡을 줄은 본인조차 예상못한 결과였다 .

그는 "구단에서 보도자료가 나오는 날 감독님이 직접 말씀하셨다. 너무 놀라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네가 해야한다'면서 격려도 해주셨다. 그날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셨고 지금도 가끔씩 체육관에 오신다"고 추 감독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고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화를 준 김 대행은 이후 가진 두 경기에서 1승 1패를 거뒀다. 현대모비스 전에서는 '만수' 유재학 감독을 상대로 68-64로 승리를 거뒀고, KGC인삼공사 전에서는 보리스 사보비치와 슈터 허일영이 없는 가운데도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쳤지만 78-79의 아까운 패배를 당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여전히 생각해야할 것도 고민할 것도 많은 요즘이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4주간 리그가 중단되면서 처음 1주일은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고 10일부터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을 시작했다. 소집 후 처음 1주일은 풀어진 선수들의 몸 상태와 체력을 올렸고 16일부터 볼을 갖고 하는 훈련을 진행 중이다. 다만 한참 경기를 치를 시점에 휴식기간이 많아져 실전 감각이 떨어질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슈팅가드로 뛰었던 김 대행은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도 '공격 농구'라고 했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골을 넣고 공격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찬스가 나도 슛을 안 던지는 게 문제였는데 그런 점을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 적극성을 보이게끔 동기 부여를 했다. 예를 들면 특정 패턴을 고집하기 보다는 큰 틀 안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다 찬스가 나면 누구나 슛을 쏘게끔 했다. 설사 그것이 주득점원이 아닌 벤치 멤버든 식스맨이든 간에 더 확실한 찬스가 나면 공격을 하게끔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김 대행은 "이런 농구를 위해서는 선수들이 전술의 큰 틀을 이해하고 움직임을 부지런히 가져가야 한다. 처음 팀을 맡고 1주간 이것을 반복 훈련했고, 지금도 그것을 하는 중이다. 지금은 볼을 잡은 가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봐도 자동적으로 움직임이 바뀐다. 내 농구를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움직여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병철 대행은 선수들에게 코트 안에서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코트 위에서 공격에 대한 권리를 주되 그에 걸맞는 책임있는 플레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진수가 리그 중단 전 두 경기에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장재석은 골밑에서 활동량 있게 움직여야 하고 이승현도 공격적인 범위를 넓혀주려고 한다. 넓어진 만큼 힘들겠지만 득점 기회가 많아지고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 그래야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오는 24일 KBL 이사회에서 큰 변동이 없는 경우 29일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를 맞이한다. 현실적으로 오리온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가능성은 적지만 적어도 최하위를 면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김 대행 역시 이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있다. 기쁜 일이지만 그것 외에도 프로구단으로서 성적에 대한 부분을 아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자존심 문제도 있고. 그런 점에서 6강 진출은 어렵지만 꼴찌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추구하는 농구에 추일승 감독님께 배운 것들을 접목해 남은 경기에서 한번 최선을 다해 보겠다"라고 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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