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달라진 국제농구의 흐름에 맞는 농구를 대표팀에서 보여주고 싶다”

여자 농구대표팀이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 무대를 앞두고 있다. 그 지휘봉을 잡기 위한 경쟁이 점점 뜨거워지는 중이다.

지난 6일로 마감된 도쿄올림픽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 공개 모집에는 총 4명이 지원했다.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 하숙례 신한은행 코치, 정선민 전 신한은행코치, 그리고 김태일 전 금호생명 감독이다.

공개 모집에 지원한 4명 중 김태일 전 감독만이 유일한 남자 지도자다.

그 외에도 구별되는 부분이 있다. 김 전 감독은 과거 금호생명에서 감독직을 맡으며 팀을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으며, 2012년부터 2019년까지는 요녕성을 비롯한 중국 여자프로농구 팀을 직접 지도했다. 청소년 대표팀 감독도 경험했다.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풍부한 지도자 경험이야말로 김 전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태일 전 감독은 9일 루키더바스켓과의 통화에서 “나름대로 한국에서 크고 작은 대표팀 감독을 해봤다.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도 했고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에서도 감독을 해봤다. 평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무대에서 여자대표팀을 이끌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나름대로 국내외 대회를 꾸준히 지켜봐왔고 변화한 한국 여자농구의 긍정적인 모습을 국제대회에서 보여주고 싶은 바람과 자신이 있었다. 중국 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감독으로서 나름 괜찮은 성과를 거둘 때마다 한편으로는 한국 대표팀에도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과 아쉬움이 있었다. 달라진 국제농구의 흐름을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게 접목해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는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직 공모에 지원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김 전 감독은 과거 금호생명을 감독으로 이끈 경험이 있지만 최근에는 주로 중국 무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당시와는 한국 여자농구를 둘러싼 상황과 선수층도 많이 달라져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김 전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문제가 없다. 중국 요녕성 팀에 있었던 재작년에도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었고 당시 연습경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 한국 여자농구가 여러 이유로 인해 과거에 비해 선수층이 얕아진 것이 사실이다. 현재 시점에서 여자농구는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선수들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 야인생활을 하는 기간에도 WKBL 6개 구단의 경기를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왔고 각 구단의 장단점과 선수들을 면밀히 검토해왔다”라고 말했다.

중국 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8년 동안 생활하며 숱한 경험을 해온 김 전 감독이지만, 그는 중국과 한국이 추구해야 할 여자농구의 색깔은 분명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 전 감독은 “중국과 한국은 분명 농구 스타일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박지수만큼 큰 장신선수가 3-4명은 된다. 추구하는 농구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우리 대표팀은 다가오는 올림픽에서 12개국 중 11위로 거의 하위권 수준의 팀이다. 그리고 신장 면에서 우리보다 작은 팀이 사실상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농구의 흐름이 10년 전부터 계속 바뀌고 있다. 그래서 중국과는 다른 농구, 달라진 국제농구의 흐름에 맞는 농구를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 여자농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달라진 국제농구의 흐름 맞는 농구를 올림픽에서 시도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달라진 국제농구란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고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와해시키는 농구다. 그런 농구가 한국 농구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지만 국내 농구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부분을 면접에서 어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공모에서 경쟁하게 된 하숙례, 전주원, 정선민 코치에 비해 가진 장점을 묻자 김 전 감독은 “다른 지원자분들도 훌륭한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저도 저만의 장점이 있다고 본다. 저는 그동안 여러 팀에서 감독을 직접 경험하면서 제가 추구하는 농구를 실제로 더 많이 시도해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금호생명을 경험했고 중국에서는 여자 프로팀을 경험했다. 4년 동안 미국에서 농구 연수도 했다. 때문에 세계적인 농구 흐름을 읽고 실제 팀에 접목할 수 있는 장점이 제게 있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지원자분들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고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신 분들이다. 반면 저는 농구 쪽에서는 비주류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헝그리 정신 부분에서는 더 강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대표팀은 FIBA 무대에서 하위권 팀이다. 코트 안팎에서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부분에서 제가 좀 더 적합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더불어 현대농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술, 전략을 인지하고 있고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장점이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이 서서히 다가오는 가운데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오는 10일에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풍부한 지도자 경험과 달라진 국제농구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진 김태일 감독이 여자대표팀 공모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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