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허훈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우리나라 역대를 통틀어 최고의 농구선수로 손꼽히는 허재의 아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허훈의 일거수일투족에는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 그가 이번 시즌 들어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엄청난 활약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라운드 MVP로 선정된 허훈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MVP

이번 ‘더 스타 인터뷰’의 주인공을 선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시즌 초 기록을 놓고 봤을 때는 허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달 같은 코너에 KT 소속인 바이런 멀린스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것. 동일한 코너에 연이어 같은 팀의 선수를 인터뷰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많은 고민 끝 결국 허훈을 인터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유가 있었다. 이대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허훈의 시즌 초반이 너무도 특별했다. 특히 1라운드에서는 평균 18.2점 6.2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득점은 국내 선수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고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였다. 

팬들이 ‘허훈의 활약은 단신 외국선수 급’이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1라운드 MVP 역시 당연히 그의 몫. 허훈은 유효표 88표 중 51표를 받으며 DB의 김종규(8표)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활약의 비결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더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고 팀의 포인트가드로서 책임감도 많이 생겼어요. 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농구월드컵을 다녀온 것이 저한테는 큰 경험이었고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자신감이 1라운드의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데뷔 3년차가 된 허훈이 라운드 MVP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러나 허훈은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것보다는 팀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고. 인터뷰가 이뤄진 11월 14일 당시 KT는 4연패 늪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제가 1라운드 때 잘했어도 팀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커요. 지금도 4연패를 하고 있어서 마음이 아픈데 아직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니까 다시 좋은 플레이로 반등해야죠. 라운드 MVP를 받았을 때는 별다른 느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짜 MVP를 받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까요? (웃음)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받을 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MVP. 선수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법한 타이틀이다. 만약 허훈이 현재의 성적을 시즌 끝까지 유지한 채 KT의 팀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그는 당연히 MVP 후보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그러나 허훈은 당장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 성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수상 욕심은 없어요. 우선은 팀이 잘나가야 저한테도 좋은 것이기 때문에 팀 성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팀이 잘 되면 상은 저절로 따라오기 때문에 제가 잘 해서 팀 성적을 끌어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허훈의 이야기대로 현재 KT는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인터뷰 이후 치러진 KGC와의 경기에서 86-73 승리를 거두며 4연패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20일 현재 여전히 6승 8패의 성적에 머무르며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는 KT다. 특히 이번 시즌 유독 전반까지는 경기를 잘 풀어가다 후반 들어 무너지는 모습이 자주 나오고 있다. 

“저희가 후반 들어서 수비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전반까지는 공수에서 정말 깔끔하게 잘하는데 후반 들어 수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요. 수비가 무너지니까 상대에게 득점을 쉽게 주고 저희는 어렵게 넣다 보니 따라잡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계속 보완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9개의 3점슛

10월 20일 펼쳐진 KT와 DB의 1라운드 맞대결. 이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허훈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다들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허훈은 무려 31점을 폭발시키며 양 팀 선수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압권은 무려 9개를 성공시킨 3점슛이다. 그것도 ‘연속’으로. 허훈이 시도한 첫 9개의 3점슛은 그의 손을 떠나는 족족 림을 갈랐다. 연습에서도 쉽지 않은 일을 허훈은 실전에서 선보인 셈. 

상대 팀이었던 이상범 감독도 “스테픈 커리인 줄 알았다. 우리 수비수들이 막지 못한 것이 아니다. 수비를 달고도 넣어버리는 슛은 어쩔 도리가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의 퍼포먼스였다. 마지막 2개의 3점슛을 놓치며 100% 확률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했으나 9개의 3점슛은 허훈이 한 경기에 성공시킨 최다 3점슛 성공 신기록이었다. 이처럼 대단한 기록을 남긴 허훈이지만 팀 패배에 먼저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이 져서 아쉬웠던 경기에요. 경기 도중에는 저도 쏘면서 몇 개 연속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찬스가 날 때마다 쐈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까 연속 9개라고 하더라고요(웃음).”

더욱 놀라운 점은 이날 경기가 백투백 일정이었다는 점. 허훈은 전날 열린 LG와의 경기에서도 자신의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32점을 폭격하며 놀라운 득점력을 선보였다. 

“저는 백투백 일정이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젊어서 그런가 봐요(웃음). 경기가 띄엄띄엄 있는 것 보다는 일주일에 3경기 정도를 하거나 백투백으로 하는 것이 더 몸이 잘 풀리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데뷔 당시만 하더라도 슛은 허훈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었다. KBL 첫 시즌 허훈이 기록한 3점슛 성공률은 28.3%. 그러나 허훈은 끝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시즌 허훈의 3점슛 성공률은 35.9%까지 올라왔고 이번 시즌에는 41.2%로 발전했다. 

“제가 아무래도 슛이 약점이었잖아요. 그런데 저는 원래 슛 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꾸준히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슛이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었어요. 결국 꾸준한 연습이 결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현대 농구 트렌드도 슛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들잖아요. 팬 분들께서도 공격적으로 하는 농구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 공격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처럼 거듭되는 허훈의 발전 속 상대팀들의 견제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2라운드 들어서는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며 1라운드의 모습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허훈이다. 이로 인해 국내 선수 득점 1위 자리도 KCC의 송교창(16.7점)에게 넘겨준 상황이다. 

“저희 팀의 장점이 2대2고 저랑 멀린스의 2대2를 통해 파생되는 공격을 많이 하는데 많은 팀들이 2라운드 들어서는 집중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실수도 많았고 제 플레이가 잘 안됐는데 그런 부분들을 이겨내는 것도 저의 능력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54경기를 치르다 보면 모든 경기를 다 잘할 수는 없지만 못한 경기 이후 빨리 다시 반등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공격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모습으로 발전한 허훈이지만 아쉬운 사이즈(180cm)와 수비는 그의 약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허훈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야 말로 지금의 허훈을 만들어낸 원동력일지도 모를 일이다. 

“저는 제가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로테이션 수비를 돌았기 때문에 수비 로테이션에서는 미스가 없다고 생각하고 1대1 수비도 굉장히 자신 있어요. 또 사이즈가 작긴 하지만 오히려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감춰야죠. 제 키에 대해 불만은 전혀 없고 오히려 이 키로 인해 농구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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