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모란트는 지금 ‘SOS’입니다. 자이언이 그에게 당도했어요."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NBA 팬들은 올해의 신인상 트로피에 이미 자 모란트의 이름이 새겨져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개막전부터 37경기를 뛰면서 17.9점 7.0어시스트를 기록, 모두가 꼴찌 후보라 예상했던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플레이오프권으로 이끌고 있었던 모란트의 활약은 분명 눈이 부셨다.

이에 ESPN은 자이언이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데뷔전을 치르기 전인 22일 오전까지 모란트와 자이언의 신인상 배당률을 각각 91%와 6%로 예측했다. 그러나 자이언이 데뷔하고 15경기를 치른 현재, ESPN은 신인상 배당률을 다시 발표했다. 모란트의 배당률은 78%로 떨어졌고, 자이언의 배당률은 29%까지 치솟았다.

 

NBA 역사상 가장 적은 경기를 뛰고 신인상을 받은 선수는 85-86시즌 50경기를 뛴 '킹콩’ 패트릭 유잉이다. 토론토 랩터스의 빈스 카터 또한 98-99시즌 50경기를 뛰고 받았지만, 그땐 파업으로 인한 단축시즌이었다.

자이언은 현재 15경기를 뛰었고, 뉴올리언스는 2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만약 자이언이 남은 경기에 모두 나선다면 최대 37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이는 모란트가 지금 당장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당하더라도 추월할 수 없는 수치다. 모란트는 이미 55경기에 나왔다. 

*출전 경기 페이스 - 현재 경기 / 잔여 경기 / 최대 출전 경기
모란트 - 
55G / 21G / 76G
자이언 - 
15G / 22G / 37G

흥미롭게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얼마 전 있었다. 2017년 말콤 브록던과 조엘 엠비드의 신인왕 경쟁이다. 당시 엠비드는 20.2점 7.8리바운드 2.5블록슛으로 브록던의 기록(10.2점 2.8리바운드 4.2어시스트)을 압도했으나, 당해 신인상의 주인공은 브록던이었다. 브록던은 75경기, 엠비드는 31경기를 뛰었기 때문이다. 만약 모란트와 자이언이 잔여 경기를 모두 소화할 경우 각각 76경기, 37경기로 이때와 비슷한 수치를 이루게 된다.

*2017년 신인왕 레이스
말콤 브록던 - 10.2점 2.8리바운드 4.2어시스트 75G
조엘 엠비드 - 20.2점 7.8리바운드 2.5블록슛 31G

 

그런데 현지에서는 2020년과 2017년의 신인왕 레이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 듯하다. 지난 2월, 자이언의 뉴올리언스가 모란트의 멤피스를 상대로 28점 차 압승을 거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기의 적수들의 첫 맞대결로 많은 기대를 모은 이 경기에서 자이언은 24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코트 마진 +25를, 모란트는 16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코트 마진 –25를 기록했다.

“자이언이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분석가이자 독설가인 ESPN의 스티븐 A. 스미스는 자사 스포츠 토크쇼 ‘퍼스트 테이크(FIRST TAKE)’에서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잠시 고민한 스티븐 A. 스미스의 대답은 놀랍게도 "예스"였다.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믿기지 않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먼저 자이언은 현재 21.7점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어요. 그리고 뉴올리언스는 그의 활약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뉴올리언스는 최근 8경기에서 3연승과 함께 6승을 거뒀어요. 23승 31패로 8위 팀과 승차는 4.5경기예요. 그리고 8위 팀은? 바로 멤피스 그리즐리스죠. 누가 멤피스를 이끌죠? 자 모란트입니다."

*JA vs ZION 2019-2020 성적 비교

모란트 : 55경기 29.9분 17.6점 3.4리바운드 7.0어시스트 3.2실책 야투 49% 3점 35%

자이언 : 15경기 28.9분 24.1점 6.8리바운드 2.1어시스트 2.8실책 야투 59% 3점 42%

"우린 지금까지 모란트의 활약을 지켜봤고, 결론은 이미 내려진 듯했어요. 자이언은 그 동안 부상으로 리그 바깥에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재밌는 일이 생겼어요. 얼마 전 뉴올리언스가 멤피스에게 완승을 거뒀죠. 만약 뉴올리언스가 이대로 자이언의 활약과 함께 8위 자리를 뺏는다면? 그건 현재 8위인 멤피스가 하락세를 탄다는 뜻이기도 하죠. 즉, 언젠가 만약 자 모란트와 멤피스가 부진하고 자이언과 뉴올리언스가 상승세를 타서 8위 자리가 바뀌는 상황이 온다, 그러면 누구에게 투표할까요? 자, 지금까지 모란트와 자이언은 모두 센세이셔널하고 자랑스러운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구는 결국 경쟁의 스포츠죠. 모란트는 지금 ‘SOS’입니다. 자이언 윌리엄슨이 그에게 당도했어요. 이봐, 모란트! 어떻게 할래?”

 

뉴올리언스는 자이언이 오기 전 17승 28패(서부 12위)를 기록 중이었다. 승률 38%. 그러나 자이언 효과는 확실했다. 자이언이 합류한 뉴올리언스는 승승장구하면서 어느새 승률을 43%까지 끌어올렸다. 뉴올리언스는 자이언이 뛴 경기에서 야투율이 +3.3 늘었고, 평균 득점이 +4.7 증가했다. 더불어 멤피스와 뉴올리언스의 승차는 이제 단 3.5경기 차다. 

*뉴올리언스 – with 자이언 / wtihout 자이언
WIN – 53.3% / 40.0% (+13.3%)  
PPG - 119.3 / 114.6 (+4.7)
FG% - 48.7 / 45.4 (+3.3)
eFG% - 56.0 / 53.2 (+2.8)
TS% - 58.9 / 56.1 (+2.8)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잔여 일정은 어떨까? 

ESPN은 ‘SOS(Strength of Schedule, 일정 난이도)’라는 팀 세부 지표를 제공한다. 팀의 남은 일정 난이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치로 이를 통해 앞으로 팀의 향후 시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지표에 따르면, 뉴올리언스는 놀랍게도 이 부문 1위로 남은 기간 리그에서 가장 승수를 올리기 쉬운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멤피스는 무려 19위로 무척이나 험난한 일정. 

현지 통계전문매체 ‘파워랭킹구루’ 또한 잔여 일정에 관한 흥미로운 지표를 제공하는데, 매체에 따르면 멤피스는 앞으로 맞붙는 팀의 평균 순위가 12.3위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반면 뉴올리언스가 맞붙는 팀들의 평균 순위는 18.3위로 평균보다 한참 낮다. 이 부문 전체 29위. 

공교롭게도 양 팀의 잔여 일정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 과연 우리는 스미스의 말대로 역대 최소 경기 신인왕의 탄생을 볼 수 있을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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