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WKBL은 1위와 3위를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동률일 경우 팀 간 성적과 득실점 공방률도 계산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는 것은 체력이다. 시즌 막판이기에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모든 팀이 마찬가지. 하지만 경기 일정에 따라 체력 관리에 비상이 걸린 팀들도 있다.

올림픽 최종예선 휴식기를 마치고 재개된 WKBL에서 가장 먼저 ‘체력의 늪’에 빠진 팀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9일 동안 4경기를 치렀다. 빠른 농구를 표방하는 하나은행은 적극적인 로테이션과 강한 앞선 압박을 선보이며 16일 경기에서 KB를 잡았고, 삼성생명 전도 승리로 장식하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빠듯한 경기 일정은 독이 됐다. 

21일 BNK 전을 앞두고 하나은행의 이훈재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적인 문제를 걱정했다. 결국 하나은행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BNK 전부터 2연패에 빠졌다. 이전 두 경기와 비교해 선수들의 몸놀림이 확실히 무거웠다.

BNK 역시 힘든 일정을 소화 중이다. BNK도 21일 하나은행 전을 시작으로 29일 우리은행 전까지 9일간 4경기를 치른다. 

유영주 BNK 감독은 “힘든 일정이다. 올 시즌 모든 팀들이 이런 일정을 소화하는 것 같다”며, “시즌 막바지에 이런 일정을 마주하니 더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감독은 “하루 쉬고 경기를 하니까 삼성생명과의 경기 때는 초반에 선수들이 뛰지를 못했다. 오히려 숨통이 트였는지 후반에서야 조금 움직임이 살아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여전히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BNK는 이제 KB,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연승을 계속 이어가면 더할 나위 없지만, 전력 면에서 앞서는 선두권 팀들과의 경기가 남았음을 감안할 때, 상황에 따라서는 ‘선택과 집중’도 불가피하다. 

신한은행의 정상일 감독은 지난 시즌 OK저축은행을 맡았을 때부터, ‘선택과 집중’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감독이다. 하지만 남은 일정에서는 전략적인 선택이 쉽지 않다.

신한은행은 리그가 재개된 지난 16일 이후, 단 2경기만 치렀다. 17일 우리은행과 경기를 갖고 22일에는 KB와 경기를 했다. 다음 하나은행 전까지는 5일을 쉰다. 하지만 이때부터가 강행군이다.

신한은행은 28일부터 3월 9일까지 11일 간 무려 5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하나은행, 삼성생명과 각각 2경기, BNK와 1경기다. 모두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팀들이 상대다. KB나 우리은행을 상대로 할 때보다 1패가 주는 충격이 다르다.

정상일 감독은 “전부 총력전이다. 방법이 없다. 하루 지나면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매 경기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서 팀 간 성적이랑 공방률도 신경 써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경기가 없다. 결국 3위 싸움의 명암은 이 기간에 결정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우리 팀이 리그에서 주전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침도 가장 크다. 경기 운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박빙의 선두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은행도 중요한 고비에 접어들었다. 

24일 하나은행 전을 치른 우리은행은 27일 삼성생명, 29일 BNK와 경기를 갖는다. 6일간 3경기다. 특히 27일 오후 7시에 용인 원정 경기를 하고, 29일 오후 2시에 부산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은 상당한 부담이다. BNK에게는 올 시즌 두 번이나 발목을 잡힌 바 있어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이 일정을 마치면, 1위 결정에 가장 큰 분수령이 될 3월 5일 KB 전까지 4일의 휴식이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3월 2일 하나은행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KB보다 이틀의 여유를 더 가질 수 있다.

경기 일정과 체력의 부침을 극복하는 것도 시즌을 치르는 팀들이 이겨내야 하는 요소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의 휴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완수 하나은행 코치는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에게 외박을 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체력적으로도 힘든데, 정신적인 피로도 역시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은행의 박혜진은 “코로나19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 게 더 부담스럽다. 정규리그를 마칠 때까지는 외박 없이 계속 숙소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모든 팀들은 선수들이 최선의 상태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체력과 정신적인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정의 치열함을 뚫고 과연 어떤 팀이 살아남을지, 1위와 3위 자리를 놓고 벌이는 WKBL의 순위 싸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