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쏜튼 선수를 막다가 박지수 선수를 막다가... 경기는 졌지만, 잘 했어요.”

2월 20일 청주체육관. WKBL 1-2위 팀의 맞대결이었지만, 경기 전부터 KB쪽으로 분위기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 우리은행의 핵심인 김정은이 부상으로 결장하기 때문. 

리그 득점 1위인 카일라 쏜튼(KB)의 천적인 김정은은 KB와의 경기에서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하며, 시즌 초 KB전 3연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김정은의 공백이 상당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쏜튼의 수비를 김소니아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김소니아가 김정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 

결국 경기는 우리은행의 패배로 끝났다. 기선을 제압당한 우리은행은 2쿼터에 역전을 하는 등 분전했지만, 끝내 KB의 저력을 막아내지 못했다. 69-79 패배. 김정은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김정은의 역할을 대신했던 김소니아가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김소니아는 40분을 쉬지 않고 뛰며, 14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득점 1위인 외국인 선수와 WKBL 최고 빅맨을 번갈아 맡으며 최선을 다했다.

이날, 청주를 찾아 경기를 지켜본 이승준 역시 김소니아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김소니아와 공개 연애중인 이승준은 경기 후, 고개를 떨군 자신의 연인을 오랫동안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 생각이 났다. 나도 하승진이랑 외국 선수를 막았던 적이 있다. 정말 힘들었다. 나는 수비도 잘 하지 못하는데...”라며 웃었다.

이승준은 쏜튼과 박지수를 번갈아 막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며, “정말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잘했다”며 김소니아를 응원했다.

또한, “오늘 경기를 보면서, 김정은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며, 우리은행과 김소니아를 위해서라도 김정은이 빨리 건강하게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김소니아와 교제중이지만 사실, 이승준과 더 친분이 있는 팀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삼성 썬더스와 같은 삼성 트레이닝 센터를 이용한다. KBL이 숙소생활을 하던 때에는 같은 건물을 숙소로 사용했다. 이승준이 삼성에서 뛰던 시절이다. 

이적 후는 물론, 은퇴 후에도 삼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승준은 삼성생명 선수들과도 친분이 있다. 특히 김한별과는 남매처럼 가까운 사이. 과거 이승준은 삼성생명의 경기를 찾아 김한별과 삼성생명을 응원하기도 했다.

김한별과 김소니아는 포지션 상, 경기 중 매치업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관중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승준의 마음은 어떨까?

그는 “난감하다. ‘동생이랑 아내가 싸울 때 누구 편을 들어야하나’ 같은 느낌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누구 한 명의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당시 아산이순신체육관을 찾았던 이승준은 김한별이 우리은행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을 터뜨리자, 마치 자신이 버저비터를 넣은 것처럼 환호하며 기뻐하기도 했다.

이승준은 “그건 (김)소니아와 사귀기 전”이라고 손사래를 치며, “혹시 모르니 소니아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황하기도 했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을 모두 응원해야 하는 입장인 이승준에게 여자농구에서의 주적은 KB다.

이승준은 “나한테 여자농구에서 가장 나쁜(?) 팀은 KB다. 그런데 정말 잘한다. 좋은 팀이고, 상대가 이기기 힘든 팀”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 소니아와 (김)한별이가 모두 잘 했으면 좋겠다”며 훈훈하게 자리를 마무리했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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