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인천, 박상혁 기자]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한 이문규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이 혹사논란에 선을 그었다. 

세르비아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영국을 상대로 1승을 거두며 12년 만의 올림픽 진출을 이뤄낸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최근 여자농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금의환향했지만 사령탑인 이문규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최종 예선을 치르는 내내 여론과 언론으로부터 질타와 뭇매를 맞았던 것을 인지한 까닭인지 입국장에 들어설 때부터 공식 인터뷰에서도 웃음기 없는 얼굴이었다. 

우선 그는 "도쿄 올림픽 티켓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 3차례의 예선을 치러서 티켓을 획득했다. 그리고 영국 전에서 마지막 총력전을 벌인 결과 이겨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올림픽이었고 이것을 이룰 수 있었다"는 올림픽 진출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그는 "저희는 이번 대회에 나서기 전에 이미 영국이라는 목표를 타겟으로 두고 훈련했다. 사실 5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훈련하고 게임을 하다보니 부족했다. 또 WKBL 리그를 치르면서 부상자가 5명이 나왔다. 진천선수촌에서 첫날 소집 훈련 때 3명이 뛰었고 다음날 4명이 뛰는 등 12명 전원이 모여서 훈련을 한 시간이 얼마 안됐다. 다 함께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이 부족했다"고 준비 기간 동안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은 이번 최종 예선 내내 주전 선수들의 혹사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영국과의 경기에서 대표팀 12명의 엔트리 중 실제로 코트를 밟은 선수가 6명 밖에 안됐고 이중 3명은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막판에는 박지수와 강이슬 등 주전 선수들이 발이 떨어지지 않아 힘들어할 때 작전타임을 불러 호통을 치며 정신력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모습 때문에 여자농구 팬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혹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이게 장기전도 아니고 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단기전이었다. 또 이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죽기살기로 하자고 다짐을 하고 간 것이었다. 환자가 5명이나 되는데 감독 입장에서 마지막에 좁혀오는 상황에서는 마음을 졸이면서도 나머지 선수를 뛰게 해야하냐 말아야 하냐하는 고민을 몇번이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6명의 선수가 잘 뛰어줘서 이겨서 올림픽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 전에서 한국은 3쿼터까지 상대에게 크게 앞서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고려하면 적절히 교체선수를 투입해 체력 안배를 하고 4쿼터를 대비하는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그는 그대로 주전 선수들을 코트에서 빼지 않았다. 

이에 대한 질문에는 "농구는 3분 안에 10점이 왔다갔다 하는 게임이다. 강아정이나 김한별의 투입을 고려했고 김정은이 부상을 당해 아쉬운 상황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적었고 (주전들이) 쉬고 있을 때 다른 선수들이 투입되면 분위기가 넘어갈 것 같아서,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갔다"고 답했다.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비난 여론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휴대폰이 고장나서 기사를 못 읽었다. 다만 여자농구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내왔는데. 최근 12년 동안 올림픽 참가를 못하고 그래서 이번만큼은 여자농구를 살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이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는 엉뚱한 답을 내놨다.

한편, 이문규 감독은 이번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됐다. 그동안의 전례를 살폈을 때 본선 진출을 이룬 감독이 본선까지 맡는 경우가 대다수였던 만큼 이문규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아 대한민국농구협회로서도 고심이 많은 부분이다. 

재신임과 관련된 질문에 이문규 감독은 "(그 부분은) 모르겠다. 그 상황은 제가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도쿄 올림픽에 나가게 되면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가면 3팀이나 4팀이 한 조가 되는데 거기서도 한 팀을 이겨야 8강을 간다고 본다. 사실 어느 팀이건 우리가 이기기에는 다소 벅차지만 이번 영국전에서처럼 맞춤형 농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진 = 박상혁 기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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