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박진호 기자]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다. 

그동안 한국 여자농구는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기존의 주역들이 은퇴한 후, 한국 여자농구 수준과 대표팀의 역량이 추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아시아 최강으로 올라선 일본의 기세에 밀리며 수세에 몰렸다. 당분간 올림픽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향한 절실함과 간절한 염원이 꿈을 이뤘다. 대표팀은 지난 해 11월 열린 2차 예선에서 중국을 꺾었고, 최종 예선에서는 영국을 넘었다. 결국 12년 만의 올림픽 본선무대 행을 이루어냈다.

농구팬들도 쉽지 않은 여건에서 큰 성과를 낸 대표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반응이 묘하다.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찬사가 이어지는 반면, 팀을 이끌었던 이문규 감독에게는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에서 제대로 된 대표팀의 모습을 보이려면 대표팀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친다.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올림픽 본선행을 이끌었음에도 이토록 비난을 받은 지도자는 없었다. 팬들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술 부재와 선수 희생이라는 비난
우선은 전략과 전술 면에서 특별한 강점을 보이지 못한 채, 선수들을 혹사시켰다는 비난이 이어진다. 

각종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는 ‘선수들을 갈아 넣어 이룬 결과’라는 글이 봇물을 이룬다. ‘영국전에서 승리를 했기에 다행이었지만, 전략적 운용이 부족해 기록적인 역전패를 당할 뻔 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로 이문규 감독의 전술 운용은 올림픽 예선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컵에서 뉴질랜드를 이길 때 사용했던 3-2 존 디펜스를 2차 예선에서 그대로 사용했다가 상대에게 오히려 기선을 제압당했다. 12점차 이상 패하면 안 되는 경기였지만, 이 감독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경기 중에 기자가 선수에게 이 부분을 확인시켜주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전술적 변화는 능동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본지 칼럼니스트인 변연하 부산 MBC 해설위원은 “특별한 전술적인 변화는 보기 힘들었다. 기본적인 존 디펜스를 사용했고, 중국전에서도 영국전과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 위원 역시 “전술 전략적인 면과 선수 로테이션 타이밍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시나스포츠에서는 9일 한중전을 앞두고 칼럼을 통해, “한국은 인사이드가 막히면 외곽 3점슛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보여준다. 감독이 한국 전술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잘 했을 것이다. 한국을 이기는 것은 문제없다고 본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말만 하면 논란, 현실 감각과 공감 능력 부재, 무책임
전술적인 아쉬움과 함께 이문규 감독의 설화도 문제다. 공식적인 발언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박지수의 팀 합류 문제로 실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박지수는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었고, 아시안게임은 FIBA 주관대회가 아니어서 선수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우리 협회 측의 박지수 차출 요청을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수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문규 감독은 “국가에서 부르면 자기 의지로 올 수 있는 것”이라며 “안 보내줘도 그냥 오는 배짱도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소속팀 무단이탈을 종용했다. “내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박지수를 위해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WNBA 일정을 모두 마치고 팀에 합류할 경우에는 “대표팀에 데리고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지수에 대해서는 “키가 큰 거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며 “맞추지 않은 선수를 갖고 어떻게... 기량이 대단한 선수도 아니고, 그걸 내가 어떻게 책임지나”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박지수는 WNBA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대표팀에 합류했고, 예선에서 우리 대표팀에 일격을 가했던 대만을 잡고, 중국과 만난 결승에서도 투혼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당시 박지수의 나이는 19세. 어린 선수에게 대표팀 감독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문규 감독의 실언으로 인한 문제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

영국전에서 6인 로테이션을 쓴 이유에 대해 “리그에서 부상선수가 많았고, 운동도 많이 못했다. 온전한 선수로 뛰다 보니 6명만 쓰게 됐다. 이기려다 보니 선수교체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대표팀 부상과 관련해서는 프로팀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이번 대회에 차출되고도 뛰지 못했던 김정은(우리은행)의 경우는 프로팀에서 경기를 뛰다가 부상을 입은 경우였지만, 그 외의 경우는 리그를 소화하다가 나온 부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컵을 준비하던 지난 해 여름 이후, 약 6-7개월 사이에 대표팀과 관련해 부상 소식이 전해진 선수는 무려 10명이 넘는다. 대표팀에서 부상을 당한 선수도 있고, 호전되던 상태나 안 좋았던 부위가 악화된 선수도 있다.

삼성생명의 박하나는 대표팀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라 이번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은실은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대표팀에서 차출하여 아시아컵에 포함시켰고, 이후 재활과 복귀를 반복하고 있다. 역대 비시즌 중 손에 꼽을 만큼 몸 상태가 좋다던 신한은행의 김단비는 대표팀에서 근육이 6cm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WKBL 개막전에 결장했다.

대부분의 프로팀 관계자들은 “국가대표팀이 훈련량도 많지가 않다. 국가대표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선수들은 대표팀을 다녀오면 오히려 몸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운동량이 적은데도 부상 선수가 계속 발생하는 게 사실 미스터리”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훈련 내용, 혹은 선수 관리의 문제를 의심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협회의 적극적인 조사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문규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원인이 WKBL 리그에 있다고 돌렸다.

경기를 뛸 수 있는 온전한 선수가 없었다는 부분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대표팀 선발을 놓고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에서는 박지현(우리은행), 안혜지(BNK), 김연희(신한은행)를 적극 추천했지만, 마지막까지 이를 거부한 것은 이문규 감독이다.

영국전에서 테미 페그벤리(193cm)를 상대로는 무리일 수 있었겠지만, 크리스틴 애니그웨(193cm)나 셰리든 그린(190cm)은 김연희가 충분히 버텨줄 수 있는 선수였다. 

김연희는 WKBL에서 외국인 선수가 퇴장 당한 상황에서 르샨다 그레이를 상대로도 분전하며 우리은행 전 역전승에 기여한 바 있다. 경험 부족 등의 문제가 있었겠지만, 과연 박지수에게 2-3분의 휴식을 더 주는 역할도 못했을까? 경향위에서 추천한 선수들이 명단에 포함됐다면, 영국전에서 주전 선수들의 과부하를 분명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이문규 감독은 6인 로테이션과 선수들의 피로도, 그로 인한 중국전 대패 등을 설명하며, “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리그”를 계속 언급했지만, 오히려 WKBL과 각 구단들은 이번 대회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WKBL은 이번 대회가 주관방송사인 KBSN을 통해 중계가 될 수 있도록 제작비를 지원했다. 대표 선수들의 항공권과 관련해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도 ‘당연히’ WKBL과 6개 구단의 몫이었다.

WKBL은 시즌 시작 전, 대표팀 일정을 배려 해, 공반기를 2번이나 두는 일정을 마련했다. 협회와의 협의 하에 진행된 사안이다. 

그런데 이문규 감독은 지난 해 12월, 갑자기 대표팀 소집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훈련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6개 구단 프런트는 공식적으로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자 이 감독은 구단 감독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서 리그가 진행 중인 1월 21일에 선수들을 소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종용했다. 해당 팀 경기가 있을 때는 선수들을 팀에 돌려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의 협조를 구했다고 하지만 사실상 통보와 다를 바 없지 않나. 그 후 구단에는 일언반구 이야기가 없었고, 21일에 차출한다는 공문이 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갑작스런 일정 변경으로 혼란이 왔고, 경기를 뛰는 선수들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휴식 없이 선수촌과 소속팀을 두 번 오가야 했던 김단비는 허리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복용한 후 경기를 뛰었고, KB의 강아정 역시 23일 삼성생명 전 당일 오전에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생명은 이 경기에서 팀의 주축인 배혜윤, 김한별 등이 2쿼터부터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소 무리한 요구임에도 구단들이 이를 수긍한 이유는 올림픽 본선 진출의 절박한 당위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속팀 선수들과 구단의 희생을 감수했다. 

협회를 지원하는 대표팀 후원사도 여자농구단을 운영하는 국민은행이다. 이전에는 하나은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WKBL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구단 관계자들도 이번 대회와 관련한 이문규 감독의 발언에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솔직히 안타깝고 서운하다. 특히 영국전에서 점수를 따라잡힌 것과 관련해서 선수들이 나태했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온전한 선수라는 표현이 당황스러웠다. 본인이 직접 선발하신 선수들인데, 그렇게 표현하셔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한 관계자도 있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단들과 연맹은 이번 대표팀의 선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이문규 감독님도 진의는 그런 뜻이 아니었으리라고 믿지만, 말씀하신 내용들은 무척 실망스러웠고, 우리의 노력에 회의감까지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 해설 위원은 “협회 분들도 농구인들 출신이고 경기를 지켜봤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들을 똑같이 느끼셨을 것이다. 당연히 합당한 조치의 필요성을 느끼실 것이라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이문규 감독의 임기는 이번 최종예선까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는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봐야 한다”며, 올림픽 본선 진출시 계약 연장 조항이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들끓는 감독 교체 요구에 대해 농구협회 관계자는 “비판적인 기사와 댓글 등 비난 여론은 잘 알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보고했다. 하지만 지금, 이에 대해 결론을 말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표팀이 귀국한 후 논의해 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올림픽 본선 복귀라는 1차적인 목표를 이뤄냈지만, 이제 올림픽을 어떻게 치를 것이냐는 고민에 들어가야 하는 협회가 어떤 혜안을 내놓을지 농구팬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 =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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