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30일 서울 올림픽 파크텔에서 ‘유소년 농구의 내일을 말하다’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초등연맹과 ‘점프볼’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대한농구협회 김용진 사무차장, 류수미 KBL 유소년 육성팀장을 비롯해 클럽팀과 엘리트팀의 지도자들이 함께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이날 세미나의 2부인 ‘유소년 농구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의 발제를 맡은 정진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국의 유소년 정책을 미국, 일본, 대만 등 해외 정책과 비교하며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됐던 유소년 농구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아울러 정 위원은 거점학교 운영 및 참여적 환경 조성이라는 해결 방안도 제시하며 “좋아하는 말 중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함께 각 기관과 클럽팀, 엘리트팀이 서로 대화를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은 세미나 후 정 위원과 일문일답.

 

Q. 이날 2부였던 ‘유소년농구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의 발제를 맡았다. PT를 통한 발제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또 얼마나 준비했나?

A. 발제 같은 것을 맡은 게 처음이었다. 자료를 준비하던 도중 우연한 기회로 황대호 경기도 의원의 스포츠정책 특강을 들었는데, 내가 말하려는 주제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황 의원과 몇 주 전부터 인터뷰해서 토론을 위한 자료를 준비했다.

Q. 발제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유소년 정책을 예시로 들어 비교했다.

A. 우리는 그동안 막연히 그들의 인프라를 부러워만 했다. 그런데 핵심은 인프라가 아닌 정책이다. 미국과 일본은 입시에서 학과목 외 스포츠나 봉사활동의 비 교과 할동의 점수가 필수 반영된다. 쉽게 말해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이 기본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환경, 그런 인프라도 조성된 것이다. 
    
대만 같은 경우는 우리보다 국가 면적과 인구 모두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작고 적다. 무엇보다 농구도 우리보다 못한다. 그러나 1988년 교육부와 중·고 체육총부가 머리를 맞대 여러 종목의 중·고등 리그를 만들어 30년간 꾸준히 진행했다. 1부(엘리트)와 2부(클럽)가 나누어져 리그가 열리는데, 이들이 교차해서 만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흥행과 교육 모두 대성공적이었다. 이 리그에서 뛴 운동 선수들의 대학 진학률은 100%에 가깝다. 물론 대학 진학 후에도 이들은 1/2부 리그에서 운동 선수로 활동한다. 좋은 정책과 더불어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 협업해 노력한 결과다. 

Q. 한국의 유소년 농구는 다소 뒤쳐져 있다. 해결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세미나에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해결 방안은 거점학교 운영 정책이다. 인근 2~5개 학교를 한 데 묶어 한 학교를 거점으로 지정해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서울시로 예를 들면, 구 단위로 한 학교를 둬서 그곳에서 모두 모여 농구를 하는 것이다. 클럽 선수들을 비롯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엘리트 선수들이 전입이나 숙소 생활 등의 문제없이 농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 

두 번째 방안은 참여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아이들이 좀 더 재밌게 농구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지금의 초등학교 스포츠는 5학년과 6학년 외 어린 선수들은 거의 벤치에만 앉아 있는다. 이런 저학년 선수들에게도 스포츠의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3x3 농구도 좋고 4x4 농구도 좋다. FIBA 역시 ‘미니 바스켓볼’이라고 유소년들을 위한 미니게임을 장려하고 있다. 이런 미니게임이 3, 4학년 저학년 선수들의 참여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실제로 유소년 축구는 이미 11명이 아닌 8명이 뛰는 8인제를 채택해 시행 중이지 않나. 엘리트팀과 클럽팀의 상생이 화두인데, 이렇게 승부에 덜 민감한 완화된 규정의 미니게임 먼저 대회를 섞어서 연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Q. 이날 세미나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느낌이었나?

A. 이해 관계 속에서 말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우선 이렇게 대화가 오갔다는 것 자체가 이번 세미나는 성공이었다고 본다. 나는 초등부부터 시작해서 중등부, 19세, 프로팀 코치를 모두 경험해봤다. 클럽팀도 지도해봤다. 그러다 보니 이날 참가한 클럽팀이나 엘리트팀 코치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엘리트팀 지도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다. 매년 계약직으로 사인하기 때문에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클럽팀과 섞어 치르는 대회가 열릴 경우 경기에서 패배할 경우 그 타격이 더 크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문제다. 때문에 엘리트 지도자들이 클럽팀과 섞이는 것에 대해 자신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라고 느끼는 것도 이해한다. 세미나에서 클럽과 엘리트 리그의 통합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바로 통합을 하는 것보다 처음에는 디비전을 나눠서 통합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Q. 여러 패널들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인상깊었던 발언이 있다면?

A. 한 지도자가 ‘엘리트와 클럽을 용어로 구분 짓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맞다. 엘리트의 의미는 ‘전문직이 되는 사람’이다. 나도 자료를 준비하면서 ‘이 어린 아이들을 벌써 엘리트로 구분하는 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막 스포츠에 발을 디딘 아이들에게 과연 어울리는 용어일까?

Q.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A. 클럽 지도자들과 엘리트 지도자들이 서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는 것만으로도 세미나는 성공이다. 이런 대화를 각 협회나 연맹 등 관계자들도 함께 경청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Q.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A. 항상 유소년 시스템의 개혁을 주장하는 프로팀 지도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이런 부분은 말로만 들을 것이 아니라 직접 참석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 프로팀에서 코치를 하고 있는 분 중 아마추어 지도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구단마다 일정이 있겠지만, 이런 부분은 좀 아쉽게 느껴졌다.

사진 = 점프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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