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2019년 3월 17일의 일이었다. 리그 최악의 팀 중 하나였던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그보다 더 최악이었던 피닉스 선즈를 상대하고 있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양 팀은 연장 종료 1.1초 전까지 136-13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었다. 

코트 위 선수들은 물론 팬들까지 모두 2차 연장을 준비하던 그때, 엘빈 젠트리 뉴올리언스 감독이 갑자기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문제는 뉴올리언스가 쿼터 중반 이미 작전타임을 모두 소진한 바람에 남은 타임이 없었다는 것. 젠트리 감독의 황당한 실수에 심판은 테크니컬 파울을 불었고, 1.1초를 남기고 횡재한 피닉스는 그대로 자유투를 성공하며 경기를 끝냈다. ‘역사상 가장 멍청한 타임 요청’, ‘내가 2K를 플레이할 때 가끔 나오는 실수’ 현지 언론과 팬들은 젠트리 감독을 비웃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이 바보 같은 실수가 뉴올리언스 프랜차이즈의 명운을 완전히 바꾸는 데 일조하리라는 것을.

그렇게 소중한 1패(?)를 추가한 뉴올리언스는 이후에도 남은 10경기에서 7패를 더 수집하며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달 뒤, 뉴올리언스는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드래프트 로터리 추첨에서 모두가 아는 ‘그 기적’을 쓴다. 6% 확률로 1순위를 뽑아 들며 초대형 신인 자이언 윌리엄슨을 손에 넣은 것이다.

 

“자이언 시대의 개막.” – 폭스스포츠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세 가지, 죽음과 세금 그리고 자이언 윌리엄슨.” – 더 루트
“요키치의 트리플-더블, 웨스트브룩의 괴물 같은 활약, 호크스의 역전승 그러나 사람들은 오직 자이언 얘기만 한다.” – 로토월드
“Welcome to the NBA.” – BBC 스포츠

이후 무릎 부상으로 인해 데뷔까지 비록 개막 후 44경기가 걸렸지만, 데뷔전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은 확실히 슈퍼스타의 그것이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경기에서 3쿼터까지 12분을 뛰면서 5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4실책으로 실망스러운 시간을 보낸 그는 이후 4쿼터 3분여 만에 역사를 새로 썼다. 4쿼터 단 3분 8초 만에 3점슛 4개(4/4)를 포함해 팀의 17득점을 홀로 책임진 것. 듀크대 시절 한 경기에서 3개 이상 3점슛을 넣어본 적이 없는 그가 꿈의 무대인 NBA 데뷔전에서 무려 4개의 외곽포를 작렬한 것이다.

 

스타의 탄생에 전미가 들썩였다. 경기가 열린 뉴올리언스의 홈구장 스무디킹 센터의 티켓이 일찌감치 모두 팔렸음은 당연하고, ESPN에 따르면 최고 277만여 명의 시청자가 그의 데뷔전을 TV로 지켜봤다. 이날 경기 시청률은 크리스마스매치를 제외하고 올 시즌 ESPN의 전국 중계 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로 집계됐다.

자이언은 4쿼터 종료 5분 23초를 남기고 교체됐다. 팀과 약속한 출전시간인 18분이 모두 지났기 때문. 그러나 젠트리 감독이 그를 불러들인 시점에 뉴올리언스는 108-111로 지고 있었고, 전광판을 통해 이를 본 자이언은 교체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마자 곧장 벤치가 아닌 감독에게 다가가 얘기했다.

“제발 나를 빼지 마세요. 팀과 함께 이기고 싶어요. 제발요.” 

젠트리 감독은 웃었다. “너를 지금 뛰게 할 수 있긴 해.” 그는 마치 뛰는 법만 알고 걷는 법은 모르는 아이를 다루듯 자이언을 벤치로 안내하며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내일 아침 새로운 감독과 인사하겠지.”

 

팀은 결국 117-121로 아쉽게 패배했지만, 자이언은 22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 야투율 80%(12/15)로 데뷔전을 화려하게 마쳤다. 단 18분만 뛰면서 그는 34분을 뛴 브랜든 잉그램과 같은 22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그가 만약 출전시간 제한을 벗어 던지고 36분을 뛴다고 가정할 경우, 그의 평균 기록은 44점 14리바운드 6어시스트가 된다.

경기를 마친 뒤 ESPN은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전했다. 이전 44경기를 결장한 자이언의 '올해의 신인상' 수상 확률이 경기 전 5.9%에서 경기 후 14.3%로 뛰었다는 것. 이는 올 시즌 44경기를 뛰며 16.2점을 기록 중인 마이애미 히트의 켄드릭 넌과 같은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 18분 만의 임팩트로 1,345분을 뛴 넌의 노력을 따라잡은 것이다.

NBA 역사상 가장 적은 경기를 뛰고 신인상을 받은 선수는 1985-86시즌 50경기를 뛴 ‘킹콩’ 패트릭 유잉이다. 자이언은 올 시즌 남은 경기에 모두 출전할 경우 38경기를 뛸 수 있다. 지명부터 데뷔까지 모든 행보가 이미 역사인 그는 과연 또 다른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주어진 칩은 37경기, 레이스는 시작됐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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