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여자농구특별시’로 불리는 청주를 연고로 하는 KB스타즈. 이곳 KB의 홈경기에는 특별한 응원 문화가 있다. 바로 경기 개시를 알리는 점프볼과 함께 관중들이 모두 기립해 홈팀의 첫 득점을 응원하는 것. 지난 시즌 챔프전을 포함 홈에서 열린 20경기에서 18승 2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던 KB의 홈 팬들은 좀처럼 지고 돌아가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2019년 10월 30일은 KB 팬들에게 이상한 날이었다. 경기가 시작하고 5분여가 지나도록 자리에 앉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KB에게 정규리그 5연패를 기록했던 아산 우리은행 위비는 이날 KB를 상대로 시작하자마자 10-0으로 앞서며 홈 팬들의 착석을 방해했다. KB는 쿼터 시작 4분 2초가 지난 뒤에야 카일라 쏜튼이 자유투로 첫 득점을 올렸으나, 결과는 65-89로 대패. 개막 후 전승을 달리고 있던 KB의 시즌 첫 번째 패배였다.

 

2019년 12월 13일. KB의 홈 팬들은 또 한번 특별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2016년 12월 WKBL 데뷔전을 치른 이후 한 번도 결장한 적이 없었던 박지수가 없는 경기를 관람했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이날 허벅지 근육 파열로 최대 4주까지 결장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글쎄요. 당연히 어렵겠지만, 지수 없는 농구를 해본 적 없는 우리 팀 그리고 우리 감독님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박지수의 부상을 전한 KB 관계자가 함께 덧붙였던 말이다. 그리고 이후 KB는 박지수 없이 6경기를 치르며 3승 3패를 기록했다. 그의 말대로 박지수가 없던 6경기는 KB스타즈에게 과연 특별한 시간이었을까? 

KB with 박지수 / 10G 73.4점 37.0리바운드 3PM 6.6개 3P% 28.3%
KB without 박지수 / 6G 66.8점 31.0리바운드 3PM 9.2개 3P% 37.4%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간은 KB에게 무척이나 특별했다. 이 기간 KB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55개 3점슛을 성공했다. 같은 기간 이 부문 2위는 BNK의 46개였는데, 심지어 BNK의 기록은 KB보다 한 경기 더 많은 7경기에서 나온 기록이다. 또한, KB는 단순히 개수뿐만 아니라 성공률 또한 37.4%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놀랍게도 KB는 지난 시즌 3점슛 성공(6.3개)과 시도 개수(19.4개) 모두 리그 최하위권이었던 팀. 여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동안 골밑으로만 집중됐던 득점길을 외곽으로 트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갑자기 지수 없이 농구를 하려니 막막했죠. 팀이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바뀌는 게 아니니까. 그래도 하다 보니 점점 바뀌긴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 시간이 지수에 대한 의존도를 지울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할까요? 팀이 한 단계 올라서는 변곡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 기간 55개 3점슛 중 9개를 책임졌던 심성영이 말했다.

심성영의 말대로 KB는 항상 박지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었다. 올 시즌 박지수의 평균 출전 시간은 33.6분에 달했는데, 부상 전 10경기를 뛰면서 박지수가 벤치에서 쉰 시간은 단 64분에 불과했다. 그래서 박지수가 결장한 6경기는 KB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박지수가 없는 쿼터를 40분씩 6경기, 240분이나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수 없이 6경기를 치르면서 뼈아픈 패배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많았던 시간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MVP의 복귀전, 신한은행을 상대로 77-56으로 승리한 안덕수 감독이 말했다. "저희 팀이 사실 인사이드에 의존도가 높았던 팀이었으니까요."

KB는 이날 3점슛 10개를 44% 확률로 성공했다. 박지수는 25분 12초 동안 16점을 기록하고 일찌감치 벤치에 앉았다. 박지수, 카일라 쏜튼, 심성영, 강아정 네 명이 고르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팀 어시스트는 20개에 달했다. 올 시즌 KB가 거둔 12번의 승리 중 가장 이상적인 기록지.

안 감독의 말처럼, 박지수가 자리를 비웠던 240분 동안 KB는 많은 것을 얻었다. 이제 그들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7.7개)를 꽂아 넣는 팀이 됐고,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높이를 가진 선수를 25분만 뛰게 하고도 승리할 수 있는 팀이 됐다. 그래서 어쩌면, 지난 4일 경기는 청주 KB스타즈의 올 시즌 진짜 개막전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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