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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습]29세 원 기자, 평균 연령 10.8세 ‘W걸스’ 가다

[루키=원석연 기자] “괜찮아요. 한 번만 더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음악에 맞춰 열심히 몸을 움직여 보지만, 번번이 실패다. 드리블은 원래 못했고, 춤은 더 못 추는데, 두 가지를 함께 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같은 구간에서 계속 틀린 탓에 30분이 넘게 진도를 못 나가 아이들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떨궜더니만, 20살 어린 아이가 위로의 말과 함께 어깨를 두드린다. 한여름 프로 구단 전지훈련 때처럼 몸이 힘든 것은 아니지만, 지난달 치어리딩 편이 그랬듯, <현장 학습>은 몸이 편한 만큼 자괴감이 비례하는 코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쉼 없이 달려왔던 <원석연의 현장 학습>의 대망의 마지막 편, 평균 연령 10.8세의 유소년 농구 퍼포먼스 걸그룹 ‘W걸스’를 만나고 왔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W걸스?

W걸스는 국내 유일의 유소년 농구 퍼포먼스 걸그룹이다. 과거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산하의 유소년 클럽 ‘리틀 블루밍스’로 시작해 점차 영역을 넓히며 이름 또한 ‘W걸스’로 바뀌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주로 활동하며, 올스타전이나 3X3 트리플잼 대회 등 WKBL의 각종 행사는 물론 KBL 서울 삼성 썬더스의 하프타임 때도 간간이 등장해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번 달 <현장 학습>이 W걸스가 된 이유는 간단했다. 두 달 전 박대남 코치의 <스킬팩토리>에서 농구를 배웠고, 한 달 전 <HS컴>에서 치어리딩을 배웠으니 이제 농구와 춤, 이 두 가지를 함께 응용할 수 있는 W걸스에 가서 퍼포먼스를 해보고 오라는 편집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시즌도 시작했고, 이제 콘텐츠도 떨어졌으니 이번 편에서 잘하고 오면 <현장 학습>은 이번 달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6월부터 8월까지 뛰었던 프로구단의 전지훈련처럼 몸이 힘든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9월에 다녀온 스킬 트레이닝이나 10월 치어리딩처럼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훈련도 아니다. 그저 유소년 선수들 사이에서 퍼포먼스 한 곡을 무사히 마치고 오면 된다. 이 정도면 업계 포상이다.

과거 몇 차례 인터뷰를 통해 인연이 있었던 W걸스 정하윤 코치에게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정 코치는 콘텐츠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기사나 유튜브 링크가 있으면 알려 달라. 기자님 수준을 보고 그날 어떤 난이도의 안무를 할지 정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링크를 보냈고, 정 코치는 곧바로 확인하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지만 오래도록 답은 오지 않았다.

 

평균 연령 10.8세

W걸스의 수업은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일주일에 2회 용인시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다. 정 코치는 취재를 계획한 19일 화요일은 용인에 사는 아이들 8명만 온다고 했다. 퍼포먼스 수업은 오후 3시부터 시작해 4시 30분까지 한 시간 반 남짓. 그 뒤로는 농구 수업이다. 일주일에 2번밖에 없는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해선 안 되기에, 이번 현장 학습만큼은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고 체육센터로 향했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아이들과 정하윤 코치는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눴다. 6학년 이수연, 5학년 손민아, 5학년 백성현, 4학년 허라온, 3학년 송예인, 3학년 황시원, 2학년 허정원, 2학년 이율. 평균 연령 10.8세. 만으로 따지면 10도 아닌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기자의 나이가 91년생으로 29세니 대략 20살 차이.  

“반가워요~ 저는 <루키 더 바스켓> 원석연 기자예요.”
“알아요. 유튜브로 봤어요. 근데 뭐라고 불러야 해요?”

만나자마자 호칭과 서열을 정리하는 아이들. 나는 이때 눈치챘어야 했다. 이들이 보통내기가 아니었음을. 

“오늘은 제가 배우러 온 거니까 다들 친구예요. 같이 말도 편하게 하고 그냥 친구라고 불러요.”
“알겠어~!”

5G에 익숙한 요즘 세대는 교감이 빠른 편이다. 그렇게 만난 지 10분 만에 서열 정리를 당한 나는 아이들과 어쩌다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나 때는 말이야, 10살 때 29살한테 말 놓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야.

 

소원을 말해봐

정하윤 코치는 내가 보낸 <현장 학습> 영상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성인 남성이 어쩜 이렇게 운동신경이 없을 수가 있을까, 혹시 이게 방송을 위한 연기인 것은 아닐까 등등. 장고를 거듭한 끝에 정 코치가 정한 노래는 멜로디가 빠르지 않고, 기초적인 드리블이 많이 들어가는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였다. 그것도 어려워지는 2절은 빼고 1절까지만. 

“원래 센터가 따로 있는데, 오늘은 특별히 기자님께 양보해드릴게요. 윤아 자리요.”

그 동안 연습한 것이 있을 텐데 대열을 흐트러뜨리는 것 같아 “괜찮습니다”라 사양하고 구석으로 가려 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해맑게 웃으며 가운데 자리를 비워두고 있었다. 

“친구가 오늘은 센터해!”

그렇게 나는 윤아가 됐고, 본격적인 퍼포먼스에 앞서 이날 퍼포먼스에 쓰일 드리블을 하나씩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적인 오른손 드리블부터 좌우로 교차하는 크리스오버 드리블. 그래, 여기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다리 사이로 공을 통과하는 레그스루 드리블이 문제였다. 누누이 얘기했듯 기자는 농구기자지만, 어려서부터 농구를 전혀 해본 적이 없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그냥 드리블도 쉽지 않은데, 레그스루요? 이거 다리 긴 사람들이나 하는 것 아닌가요?

“코치님. 저 다리가 짧아서 이게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해도 공이 다리 사이를 통과할 생각을 않자 정 코치에게 푸념했다. 정 코치는 대답 대신 시선을 조용히 아이들에게로 옮겼다. 기자의 키는 173cm, 아이들은 170cm는커녕 140cm도 채 안 되는 몸으로 일사불란하게 레그스루 드리블을 하고 있었다. 맞네. 다리 길이가 문제가 아니네.

“다리가 문제가 아니고, 드리블 실력이랑 왼손이 어색해서 그래요. 우선 노래에 맞춰서 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는 부분은 따로 연습해봐요.”

 

정 코치의 한숨과 함께 본격적으로 음악에 맞춰 연습을 시작했다. ‘소원을 말해봐, 니 마음 속에 있는 작은 꿈을 말해봐’ 태연의 리드보컬에는 기본 오른손 드리블, 그리고 이어지는 제시카 파트에서는 방향을 틀어 다시 오른손 드리블. 이전까지 모든 <현장 학습>에서 언제나 그랬듯, 당연히 시작부터 틀렸다. 드리블 연습 시간에는 정말 드리블만 연습했는데, 이젠 스텝까지 함께 밟아야 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작부터 틀리고, 또 틀렸다. 낯선 이의 실수가 귀여운 듯 처음에는 크게 웃던 아이들도 서서히 웃음소리가 작아져 간다. 보다 못한 정 코치가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기자님. 스텝... 밟지 마세요.”
“네?”
“스텝 밟으면서 하면 오늘 안에 안 끝나요. 그냥 발 가만두고 드리블이랑 몸만 트세요.”

“아니, 코치님. 그래도 어떻게 드리블만...” 웃으며 정 코치를 쳐다본 순간, 그의 표정을 통해 이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얼굴에 가득했던 웃음기는 더 이상 없었다.

스텝을 밟지 않자 진도는 꽤 빠르게 나갔다. 물론 아이들처럼 능숙하진 않았으나, 어차피 <현장 학습>은 언제나 주인공이 능숙한 적이 없던 코너였다. 순조롭게 끝을 향해 달려가던 도중, 드디어 가장 큰 허들을 맞닥뜨렸다. 드리블 훈련 시간부터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레그스루 드리블이다. 

 

실패, 실패, 또 실패... 실패가 계속되자 6학년 주장 수연이부터 2학년 막내 정원이와 율이까지 모두 붙어 원인을 분석했다. 

“친구야, 오른손을 더 깊이 넣으세요.”
“여기 가운데에 점이 있다 생각하고 여기에 공을 튀겨라요.”

조언의 힘은 강력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도저히 안 될 것만 같았던 레그스루 드리블이 서서히 손에 익기 시작했다. 

“코치님. 이제 될 것 같아요. 손에 감각이 있을 때 빨리 음악에 맞춰서 해보고 싶습니다.”

다시 음악 큐. 태연의 파트를 지나, 제시카의 목소리를 넘어 드림카를 타고 달려 이제 대망의 레그스루 파트. 이것만 성공하면 <현장 학습>도 끝이다. 제발, 농구공아 손에 붙어줘...

 

자유투 내기

결론부터 말하면, 레그스루 드리블은 끝내 실패했다. 연습 땐 곧잘 되다가도 이상하게 음악과 카메라만 돌면 부담감 때문인지 번번이 공을 흘렸다. 그렇게 수업시간은 종료. 비록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지만, W걸스 친구들은 저보다 20살 많은 몸치 친구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어깨를 토닥여줬다. 이렇게 따뜻한 <현장 학습>이 또 있었을까...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과 자유투 내기를 했다. 나는 29살이니 자유투 라인 한발 뒤에서 하고, 자기들은 9살이니 한발 앞에서 한단다. “그건 공정한 내기가 아니”라며 나도 자유투 라인에 서게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내기, 결과는 아이들의 승리로 끝났다. 춤에만 집중한 나머지 W걸스가 올해에만 엘리트 선수를 3명이나 배출한 삼성생명의 유소년 클럽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내기에 진 대가로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10.8세 친구들과 둘러 앉아 농구 얘기를 꽃피웠다. 현재 유소년 클럽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구를 하기 위해 엘리트 농구부가 있는 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주연, 박하나, 김한별, 김보미 등 대부분 삼성생명 선수들. 그때, 한 아이가 “위성우 감독님은 무서운데, 우리은행이 농구를 잘해서 멋있어요”라고 한다. 위성우 감독님이라... 문득 위성우 감독의 불호령 아래 아산이순신체육관 트랙을 돌던 8월의 <현장 학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응. 네가 제대로 봤어. 그분 진짜 무서운 분 맞아...”

그동안 <현장 학습>을 사랑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더 좋은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원석연 기자  hiro393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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