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최대 8경기. 목표는 5승 3패. 

박지수의 부상 공백이 발생한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이 이 기간 동안의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보다도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박지수의 부재는 KB에게 상당한 충격이고 고민이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박지수가 빠짐으로 인해 KB가 모든 경기에서 열세를 모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우선 박지수의 회복 경과는 무척 긍정적이라고 한다. 파열됐던 근육은 모두 아물었고, 치료를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으며, 빠르면 다음 주 중에는 훈련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경과가 좋지 않으면 올스타전 이전에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회복 속도면 1월 4일 신한은행 전에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박지수 부상 후 4경기에서 KB의 성적은 2승 2패. 삼성생명과 하나은행에게 연승을 거뒀지만 BNK와 우리은행에게 졌다. 과연 KB는 박지수의 복귀 이전까지 목표로 했던 승률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소담과 쏜튼의 역할
박지수가 빠진 첫 경기였던 지난 13일. KB는 삼성생명에게 70-59로 이겼다. 경기 내용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정상 전력이 아닌 KB에게 지금은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삼성생명은 이날 외국인 선수가 결장이었고, 김한별도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가정이지만, 리네타 카이저나 김한별 중 한 명만이라도 뛰었다면 결과는 어찌될지 몰랐다. 그리고 또 하나. 지난 달 19일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소담이 없었다면 KB는 훨씬 더 어려운 경기를 했을 것이다.

이날 김소담은 30분 42초를 뛰며 8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치 자체로는 뛰어나다고 할 수 없지만 국내 빅맨 중 박지수의 빈자리를 가장 충실히 채워준 것은 김소담이었다.

하루 휴식 후 가진 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도 김소담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26분 3초를 뛰며 12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외국인 선수가 없는 2쿼터에도 KB는 김소담, 최희진 등 이적생들의 활약을 앞세워 리드를 놓지 않았고 80-58의 대승을 거뒀다.

물론 박지수 없는 KB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열쇠는 카일라 쏜튼이 쥐고 있다. 쏜튼은 13일 경기에서 36점 20리바운드를, 15일 경기에서는 25점 13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에이스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20일 BNK와의 경기에서는 11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부진했다. 

더블더블을 작성한 선수에게 ‘부진’이라는 표현이 다소 야박할 수 있지만, 쏜튼의 평균 기록을 감안하고, 박지수가 없는 만큼 조금 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족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3일 우리은행 전도 마찬가지. 7점 11리바운드. 11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내며 우리은행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역할을 했지만, 득점 1위의 외국인 선수가 7점에 묶였다면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에 가깝다.

쏜튼을 살리는 법
단순하게 보면, 결국 BNK 전과 우리은행 전에서는 쏜튼의 득점이 터지지 않았다는 것. 곧, 쏜튼의 부진이 KB의 패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쏜튼의 부진은 쏜튼 한 명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쏜튼이 박지수가 없는 상황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쏜튼이 개인기로 상대를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쏜튼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쏜튼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국내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김소담의 13일, 15일 경기 활약을 언급했다. 

김소담은 이 두 경기에서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가담했고, 하이 포스트에서 피딩을 해주거나 쏜튼의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김소담의 좋은 움직임 속에 쏜튼도 내외곽을 오가며 상대에 맞춰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렸다. 쏜튼의 좋은 활약에는 김소담의 도움이 분명 존재했다.

그런데 BNK와의 경기부터 김소담에게 어려움이 닥쳤다. 

자신보다 스피드에서 확연히 앞서는 선수를 따라가지 못하며 약점을 드러내자, KB는 김소담을 오래 활용하지 못했다. BNK 전에서는 15분 30초를 뛰었고, 우리은행 전에서는 채 4분도 뛰지 못했다.

김소담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포스트를 지킬 선수가 없었던 KB는 쏜튼이 혼자서 골밑에서 비벼줘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높이에서는 분명 열세에 있고, 정통 포스트 플레이어가 아닌 쏜튼에게는 힘든 상황이다.

다미리스 단타스가 쏜튼을 따라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BNK는 KB와의 경기에서 밖에서는 진안이 먼저 쏜튼을 체크하고, 쏜튼이 안에 들어온 다음에는 단타스가 바꿔 막는 형태를 유지했다. 

단타스는 주로 염윤아나 김민정을 맡았다. 그러면서 자기 수비자는 거의 보지 않고, 쏜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만 확인했다. 외곽슛의 확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선수를 철저히 버리는 수비다.

사실 이런 수비는 외곽에서 한두방만 터지면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KB의 외곽은 좀처럼 듣지 않았고, 큰 틀에서 볼 때 BNK는 끝까지 이 수비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끌고 갔다.

이런 수비에서 외곽 찬스를 잡은 선수들이 과감하게 슛을 던지지 못하는 점은 분명 아쉬움이지만, 슛 정확도가 떨어지는 선수들이라면 ‘무조건 자신 있게 던지라’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이날 KB의 3점슛은 30%(9/30)의 적중률을 보였다. 아주 나쁜 결과는 아니었지만, 높이의 약점을 안게 된 상황에서 효과적인 수치는 아니다. 이전까지 다른 팀들이 BNK를 상대로 39%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KB의 3점슛은 정말 필요할 때는 터지지 않았다.

BNK가 바라는 대로 KB가 맞춰서 경기를 하는 형태가 됐다. 결국 BNK는 경기 내내 쏜튼 수비에 집중할 수 있었고, 쏜튼의 위력이 반감된 KB에게 승리를 거뒀다.

포스트를 활용하는 팀 플레이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차이는 스크린과 외국인 선수를 살리는 플레이었다.

KB는 프리랜스 상황에서 스크린이 거의 없다. 반면 패턴 플레이에서는 다양한 스크린 플레이를 펼친다. 더블 스크린, 스태거 스크린, 엘리베이터 스크린 등을 통해 외곽을 살리는 플레이가 다양하게 나온다. 그런데 막상 포스트를 살리는 스크린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는 박지수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신 선수들이 업 스크린을 걸어주는 것 외에는 포스트를 살려주는 모습이 많지 않다. 포스트 플레이는 박지수나 쏜튼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일대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은 박지수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쏜튼의 골밑 플레이를 살릴 수 있는 스크린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쏜튼의 일대일로만 골밑을 공략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KB가 23일에 상대했던 우리은행은 스크린이 가장 적극적인 팀이다. 체력적으로 KB보다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23일 경기에서도 스크린을 활용한 플레이를 다양하게 펼쳤다. 

우리은행의 외국인 선수 르샨다 그레이는 이번 시즌 평균 20점에 가까운 득점과 함께 12.4리바운드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레이의 개인 능력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이 철저한 팀플레이로 그레이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개인 능력만 놓고 보자면, 그레이가 라운드 MVP를 받을 만큼의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쏜튼은 이번 시즌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김정은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박지수가 그레이와 매치업 하는 동안, 김정은을 상대로 고전했던 쏜튼이 박지수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돌파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김정은을 상대로도 쏜튼이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국내 선수들이 함께 도와줘야 했다.

KB는 수비에서도 상대의 빠른 공격을 따라다니지 못했다. 중심을 잡아야 할 선수들이 상대 선수를 놓치면서 수비에서 실수를 했고, 초반에 또 일방적인 리드를 내줬다.

올 시즌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달려들며 강하게 압박하는 상대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예년보다 많이 보이고 있다. 

강하고 적극적인 수비는 우리은행의 트레이드마크였지만 오히려 우리은행처럼, 혹은 우리은행보다 더 강하게 수비에서 밀어붙이는 상대에게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은행 플레이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혜진은 노련한 수비수보다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펼치는 수비수를 더 싫어한다.

그런데 KB의 수비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체력에서 더 열세일 수 있는 우리은행보다 발이 더 무거웠다. 

삼성생명의 이주연, 하나은행의 김지영처럼 앞 선에서 우리은행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 없었고, 우리은행을 체력적으로 충분히 괴롭히지도 못했다. 우리은행이 리드를 잡고 공격을 펼치다가 템포를 조절하자 수비들이 내려섰다. 우리은행이 체력을 안배할 수 있도록 오히려 도와준 결과가 됐다.

KB는 이제 올스타전 이전까지 4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28일 신한은행, 30일 삼성생명과 원정경기를 갖는다. 이후 1월 4일 다시 신한은행을 만나고 6일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치르는데, 현재로서는 박지수의 공백이 8경기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KB는 박지수 없는 상황에서도 일단 2승을 수확하며, 자신들이 박지수 없이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미 벌어놓은 승리도 많아, 남은 경기에서 연패를 끊지 못한다고 해도 박지수가 돌아온 후 상위권 유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지수 없는 기간에도 최소 6할을 기대했던 안덕수 감독의 목표가 이루어지려면 지난 두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보완이 되어야 한다. 쏜튼의 부진이 팀 전체의 책임이라는 부분을 확실히 짚어야 할 것 같다.

쏜튼을 살리기 위한 팀 플레이를 강화하는 것. 이를 위해 국내 선수들이 정확하게 역할 분담이 되어야 하고,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는 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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