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한국시간으로 9일, LA를 연고로 하는 한 팀이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빛난 것은 개막 전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맥시멈 듀오. 이들은 도합 61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합작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날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의 뉴스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같은 날, 또 다른 LA 연고팀의 듀오가 이들보다 21점이 더 많은, 무려 82점을 합작하며 승리했기 때문이다.

 

LA 레이커스의 앤써니 데이비스와 르브론 제임스는 9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9-2020 NBA 정규시즌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에서 각각 50점, 32점을 넣으며 82득점을 합작했다. 팀은 142-125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르브론과 데이비스 듀오는 지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7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레이커스에서 두 명의 선수가 연속 경기 7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3년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 이후 최초다. 

* 르브론 & 데이비스 최근 2경기

르브론 : 31.5점 5.5리바운드 10.5어시스트 야투율 54% 3점슛 59%(10/17)

데이비스 : 44.5점 8.0리바운드 3.0스틸 2.0블록 야투율 64% 자유투 92%(23/25)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세부적인 숫자로도 나타난다. 리그 어시스트 리더 르브론은 이날도 13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는데, 그중 8개가 데이비스의 마무리였다. 르브론은 올 시즌 기록 중인 10.8개의 어시스트 중 3.1개를 데이비스에게 맡겼는데, 르브론이 데뷔 이래 이처럼 많은 도움을 합작한 선수는 데이비스가 처음이다. 

심지어 카이리 어빙-케빈 러브와 빅3를 이루며 우승을 차지했던 15-16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시절에도 그가 어빙과 러브에게 배달한 경기당 어시스트는 각각 1.7개, 0.5개에 불과했다. 또 다른 빅3였던 마이애미 히트 시절(13-14시즌)에도 크리스 보쉬와 드웨인 웨이드에게 전달한 어시스트는 각각 1.8개와 0.9개로 많지 않았다.

 

잘 달리고, 잘 넣는다. 포지션은 포워드로 같지만, 사실상 코트 위에서 역할은 르브론이 1번, 데이비스가 5번이나 다름 없어 공격 코트에서 동선이 겹치는 일은 전혀 없다.

수비 또한 건실하다. 데이비스는 두 말 할 것 없는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올해의 수비수 후보이며, 지나 봄부터 푹 쉬고 돌아온 르브론의 수비 수치는 전성기였던 20대 시절을 능가하고 있다.

특히 데이비스는 올 시즌 '디펜딩 DPOY' 루디 고베어가 있는 유타 재즈와 두 차례 맞대결에서 세대 교체에 대한 힌트를 줬다. 유타와  두 경기, 데이비스가 8블록슛 3스틸을 기록하는 동안 고베어는 0블록 3스틸에 그쳤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르브론과 데이비스는 한 팀에 뛰면서 MVP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 '바스켓볼레퍼런스'가 제공하는 예측 모델인 MVP 트래커에 따르면, 르브론은 올 시즌 MVP 후보 3위, 데이비스는 5위에 올라있다. 

 

매일 같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르브론과 데이비스는 대부분의 경기를 마치고 코트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데이비스가 인터뷰를 하는 날이면 르브론은 마치 기특한 동생을 기다리는 뿌듯한 형처럼 터널 입구에서 그를 기다린다. 현지 언론 또한 르브론의 이런 모습을 주목하고 있다.

‘폭스스포츠’에서 분석가로 활동 중인 셰넌 샤프와 크리스 브루사드는 이처럼 LA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데이비스의 모습을 보며 “뉴올리언스 시절, 그는 B급 영화에 나오는 A급 배우 같았다”라며 “그러나 ‘빅브라더’와 함께 하는 지금, 그는 자신감에 차 있다”고 묘사했다. 

 

르브론과 데이비스의 환상적인 호흡 아래, 레이커스는 시즌 21승(3패)을 수확했다. 86% 승률로, 정규시즌 72승 10패 페이스다.

73승 9패를 기록했던 2015-16시즌 골든스테이트와 72승 10패를 기록했던 1995-1996시즌 시카고 불스를 위협할 만한 승수. 또한, 레이커스가 창단 이후 원정에서 10연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올 시즌을 포함해 총 네 차례가 있었는데, 지난 세 번은 모두 파이널에 올랐다.

“우린 오늘 상대에게 125점을 줬어요. 경기를 마치고 잔소리를 좀 했는데...” 팀의 145득점보다 125실점이 더 마음에 걸리는 레이커스의 프랑크 보겔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도 제 얘기를 듣지 않는 것 같네요.”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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